구급차, 청원인 어머니 태워...고령에 폐암 4기
병원 앞두고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
택시기사, 9분간 구급차 막고 실랑이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니까” 발언도
청원인 어머니 5시간만에 숨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와 접촉 사고가 난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가로막아 환자가 사망한 데 대해 택시기사를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 47만의 동의를 넘어섰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에 47만 5731명이 동의했다. 지난 2일 해당 글이 게재된 뒤 나흘 만이다.

청원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 오후 3시 15분쯤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청원인의 어머니를 태운 사설 구급차가 병원으로 가던 중 영업용 택시와 접촉사고가 일어났다. 폐암환자인 청원인의 어머니가 호흡이 옅고 통증이 심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구급차에는 청원인의 아내가 동석해 있었다.

당시 사고현장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유튜브 캡처
당시 사고현장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유튜브 캡처

사고 발생 후 택시기사 A씨는 차에서 내려 (구급차에 탄)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에 보내줄 테니, 사고 처리를 하고 가시라”며 약 9분간 구급차를 가로막았다. 구급차 운전자가 “환자가 있어요. 환자가 있잖아요”라고 했지만, A씨는 “환자가 있는 건 둘째치고 119 부르라고. 119에 태워서 보내라고. 사고 처리하고 가야지 아저씨 왜 그냥 가려고 그래”라며 보내주지 않았다.

청원인은 응급 환자 이송 중임을 호소했지만 A씨는 환자가 응급 상태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A씨는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고. 어딜 가려고 그래. 나 치고 가라고. 나 때리고 가라고”라며 비켜주지 않았다. A씨는 “내가 사설 구급차 안 해본 줄 알아”라며 ’구급차가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것도 아닌데 사이렌을 킨 것을 구청에 신고하겠다’고도 했다.

실랑이 끝에 119 구급차가 온 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청원인의 어머니는 5시간 뒤 사망했다. 청원인은 “경찰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죄목은 업무방해죄 밖에 없다고 한다”며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고 했다.

강동경찰서는 이 같은 청원 내용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사건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외에도 형사법을 위반한 여지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1곳을 추가 투입했다. 이 사건은 같은 경찰서 교통과가 수사 중이었다. 앞서 경찰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으며, 업무방해죄 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른 법 조항이 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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