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시행령에 '비용 보전을 위한 사업에 전력기금이 쓰일 수 있다'는 조항 추가

월성원전 1호기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시행령 개정만으로 탈원전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메꾸기로 하면서 '세금 낭비', '3권 분립의 훼손'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시행령 개정' 꼼수로 정부가 준조세 성격의 전력기금을 탈원전 비용에 쓰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것이다.

산업부는 2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등 에너지 전환에 따른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 비용 보전을 추진하기 위한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된 시행령 34조에는 에너지정책 이행과 관련해 산업부 장관이 인정하는 전기사업자의 비용 보전을 위한 사업에 전력기금이 쓰일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내어 적립된다. 전력기금은 작년 말 기준 4조4714억원이며,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기금을 탈원전에 따른 막대한 손실 보전에 쓰겠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월성 1호기 설비 개선과 신규 원전 4기(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에 투입한 금액을 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으나 월성 1호기 설비 보강에 쓰인 5925억원, 신규 원전 4기의 부지 매입 비용 1000억원 등 탈원전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기금으로 충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산업부가 세금과 같은 기금을 억지로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기금을 끌어다 쓰는 것 외에도 올해 하반기엔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최근 이사회에서 올해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 한전은 월 전력 사용량이 200kWh(킬로와트)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 최대 4000원을 할인해주는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를 폐지 또는 축소하고, 산업용 심야요금제 등 요금할인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올 상반기에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올 하반기로 미뤄진 것이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막대한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겠다며 시행령을 개정하는 한편, 전력기금 중 막대한 금액이 올해 태양광 산업 등에 지출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올해 전력기금 2조354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조2220억원을 신재생에너지 보급·금융·기술개발 지원에 지출한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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