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며 6.17 부동산 대책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급등 중
文 "다주택자 세금 늘리고, 주택도 공급확대로 선회"...이번 정부들어 22번째 대책 마련
文, 결국 기조 바꿔 '공급확대' 지시했지만...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사실상 불가능
다주택자 보유·양도세 부담 늘리고…'주택담보대출 금지' 12억 이하로 낮출 수도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종합부동산세 인상안(1주택자 포함)이 담긴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보름만인 2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더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고 추가 부동산시장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추가 주택안정화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정부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날 국토부 긴급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물량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 결국 기조 바꿔 '공급확대' 지시했지만...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사실상 불가능

문 대통령은 이번 긴급지시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기존 정책을 180도 선회하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집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급 확대 정책에 인색했다.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이 부자들의 자산증식을 돕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文정부는 서울 내에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보다는 3기 신도시 등 서울 외곽을 개발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정부가 77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토지를 수도권에 확보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2023년 이후에나 주택으로 공급될 수 있어 당장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급 물량 확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정부가 당장 서울 내의 주택 공급을 늘릴 방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월 8000가구 규모 용산 미니 신도시, 공공 재개발을 통한 2만가구 공급 등을 발표하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급 대책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서울 내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지 않는 한 1만가구 이상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또 "실수요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전·월세 거주자의 부담을 낮추고 청년·신혼부부 주택 구입 시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하지만 '서민·실수요자 보호'는 이미 정부의 중요한 주택정책 기조인 데다, 정작 신혼부부들을 힘들게 하는 소득기준 및 대출 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아 핵심은 비켜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 보유·양도세 부담 늘리고…'주택담보대출 금지' 12억 이하로 낮출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추가 부동산 대책을 주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한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와 대출 규제, 주택임대차 3법 도입, 재건축 연한 강화 등이 추가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2일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추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정부 들어 22번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번엔 다주택자 세부담을 강화하고 투자 수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집을 실수요 목적으로만 보유하라”는 메시지로 압박하고 있는만큼,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세를 높여 다주택자의 부담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부담되고 그렇게 얻은 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 들어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준비해왔다. 부동산 세금은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은 150만파운드(약 22억원) 초과 고가 주택 취득 시 부동산등록세율 12%를 적용한다. 다주택자는 3%포인트 중과해 15%를 부과한다. 부등산등록세율은 한국의 취득세와 비슷하다. 한국의 취득세율은 1~4%다.

대출을 더 조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작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이 기준을 12억원 혹은 9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6·17 대책에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경기 김포와 파주, 충남 천안 등에 대한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 추가 규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 마련과 별도로 국회 입법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등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강남 등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 심리를 꺾겠다는 생각으로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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