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Black Lives Matter(BLM 운동) 라는 시위가 미국은 물론 유럽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시애틀에서는 BLM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해서 해방구까지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CHAZ(Capitol Hill Autonomous Zone)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CHOP(Capitol Hill Organized Protests) 이라고도 하고 아예 차즈인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HAZ)이라고도 이름을 지었다. 이 사태는 11월의 미국 대선에 상당한 이슈가 될 것이고 앞으로 미국 사회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이지만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분노가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BLM 시위는 2013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시위대의 요구 사항들이 책자로 만들어져 있는데[1] 그 내용의 상당수가 경제와 관련되어 있다. 백인의 차별과 착취 때문에 흑인의 처지가 가난해졌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해라. 모든 흑인에게 소득과 주거, 의료 교육을 보장하라. 이런 정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재산의 공유화, 자유무역협정의 폐기 같은 요구 사항에 이르면 이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위는 미국인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6월 4일부터 9,654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BLM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2] 백인도 지지자가 61% 나 된다.

이처럼 많은 미국인들이 지지하고 있으니 흑백 격차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미국내 흑인을 비롯한 인종간 경제적 격차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아래의 그래프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흑백간 1인당 소득을 보여준다. 2018년 현재 미국 백인의 1인당 소득은 42.7K 즉 43,700 달러, 아프리칸 아메리칸 즉 흑인의 평균 소득은 24,700달러이다. 흑인 소득이 백인 소득의 58%에 불과하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소득 격차는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재산 격차는 훨씬 더 크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자료에 따르면 백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10만 2천 달러인데, 흑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6천 달러에 불과하다. 흑인의 재산이 백인의 6%에 불과한 것이다. 최소한 이 자료만 놓고 본다면 미국 흑인은 재산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격차는 미국 내 모든 소수민족에 공통된 현상일까, 아니면 흑인에만 국한된 현상일까? 미국 센서스 뷰로(Census Bureau)가 발표한 2015년 인종별 소득 자료에 따르면[3] 백인 소득이 3.2만 달러, 흑인이 2.0만 달러인데 중남미계 즉 히스패닉은 1.7만달러로 흑인보다도 더 낮았다. 그런데요, 놀랍게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3.4만 달러로 백인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아시안 중에서는 인도계가 5.5만 달러로 가장 높고, 한국계는 3.1만 달러로 백인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교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한국 교민들도 세금 신고 누락 정황을 고려하면 그보다 훨씬 더 높을 거라고들 추측한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계도 눈에 띈다. 같은 흑인인 데도 에티오피아계의 소득은 4.3만 달러로 백인보다도 훨씬 높다. 이런 통계를 보면 흑인이 차별을 받아서 소득이 낮은 거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에티오피아계도 똑같이 당했을 것이다. 오히려 에티오피아 사람은 영어도 잘 못할 테니 더 불리했을 텐데 소득은 오히려 백인 평균보다 더 높다.

아시아계의 높은 소득은 높은 학력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하다. 대학 졸업 이상 학력자 비율을보면 아시아계는 56.5%로 모든 인종 중 가장 높습니다. 인도계는 특히 학력이 높습니다. 흑인은 25.2%, 백인은 35.2% 이다. 아시아계의 경우 확실히 학력이 소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듯 하다.

하지만 학력과 소득의 관계는 인종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대졸자라도 아시아계와 흑인의 임금 차이는 상당하다. 아래 그래프는 학사이상 학력자의 인종 별 임금 액수를 보여준다. 백인 남자가 시간당 32달러인데 아시아계남자는 35달러, 흑인은 25달러 히스패닉은 26달러이다. 동일한 학력이라도 아시아계는 흑인에 비해서 40%, 백인은 28% 만큼 임금이 높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것은 각 인종의 생산성, 또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월급 주는 사람은 외형적 학력이 아니라 결국 얼마나 좋은 성과가 내는가에 따라 급여 지급할 테니 말이다.

학력과 재산의 관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데모스와 브랜다이스 대학의 IASP 이라는 연구소의 공동연구 자료[4]에 따르면 2013년 현재 대학 재학 이상 백인의 재산은 79,600달러인데 같은 학력의 흑인의 재산은 11,100 달러이다. 고졸 이하 백인의 재산보다 대학이상 흑인의 재산이 더 작다. 참 안타까운 현상이다.

교육이 시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못가져다 준 사례는 아프리카에서도 자주 있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왜 가난한가. 교육을 못받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학교를 지어주고 교육을 시켜주자.’ 이런 생각으로 아프리카 나라들에 많은 교육 지원을 했지만 경제가 기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월드뱅크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이스털리의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5]이라는 책이 그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1960년부터 1985년 사이 아프리카 나라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4% 이상이었는데, 1인당 GDP 성장률은 0.5% 였다. 반면 동아시아국가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치는데 1인당 GDP 성장률은 4% 가 넘었다. 교육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교육이 생산성을 높인다면 소득증가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교육에 투자해도 공염불이 된다. 아프리카 사람들, 미국 흑인들은 평균적으로 교육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이 안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BLM 시위대가 요구하는 재산의 분배나 교육, 의료에 대한 지원 등이 늘어난다고 해도 흑인의 소득과 재산 격차가 크게 줄어들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지금부터 10년전인 2010년,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가 유명과학잡지 Nature에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6] 그는 이 논문에서 지난 200년 동안 100명 이상이 참가한 미국내 시위사태를 분석해서 정치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을 제시했다. 아래 그래프에서 빨간색 선이 그 정치스트레스 지수이다. 1840년부터 이 지수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는데 결국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졌. 이 지수는 2000년부터 또 다시 급격히 높아져왔다. 터친 교수는 이 논문에서 2020년경 커다란 소요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언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를 가진 예측을 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10년 후인 2020년 그 예측은 조지 플로이드 시위, BLM 시위로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터친 교수는 이 정치 스트레스가 시위 정도에 그치지 않고 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도 예측을 했다.

필자로서는 이 예측이 우연히 맞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필연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에서 흑백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히 내다볼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BLM 시위는 한국계 교포분들 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경 쓸 것이 참 많은 시대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서강대 겸임교수·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1] https://neweconomy.net/resources/vision-black-lives-policy-demands-black-power-freedom-and-justice

[2] https://www.pewsocialtrends.org/2020/06/12/amid-protests-majorities-across-racial-and-ethnic-groups-express-support-for-the-black-lives-matter-movement/

[3]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ethnic_groups_in_the_United_States_by_per_capita_income

[4] The Asset Value of Whiteness, https://www.demos.org/sites/default/files/publications/Asset%20Value%20of%20Whiteness.pdf

[5] 윌리엄 이스터리(박수현 옮김) ,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 경제개발 정책을 위한 개발 경제학자들의 모험과 불운, 모티브북, 2008.

[6] Peter Turchin, Political instability may be a contributor in the coming decade, Nature volume 463, page60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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