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을 통해본 한반도의 '뒤틀린 운명' 정밀 분석]...文, 1차 포토쇼에 끼기 위해 北비핵화 합의했다는 등 엉뚱한 어필
"문재인-트럼프 통화 듣는데 심장마비 걸릴뻔 했다...죽음에 가까운 경험"
"미북회담 확정뒤에도 회담 전날까지 싱가포르로 계속 오겠다고 해"...무서운 집착
1년 후 판문점 미북회담...오지 말라는 트럼프 요구에도 악착같이 따라붙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문재인이 2018년 4월 전화를 걸어와, 북한과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말하며 3자 포토쇼를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1차 미북정상회담을 자신도 참여하는 3자 포토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이루어낸 '가짜' 성과를 상당히 어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백악관으로 보내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한다. 볼턴에 따르면 정 실장은 나중에 "트럼프를 만나 그런 얘기를 전하겠다고 먼저 김정은에게 제안한 사람은 자신이었다"고 시인한다.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일종의 거짓말을 처음에 한 것인데, 문 대통령의 3자 포토쇼 추진은 그렇게 시작됐다.

"3자 포토쇼 집요하게 요구...北비핵화 합의 어필...포토쇼 끼기 위해 애써"

볼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8년 4.27 판문점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흥분한(ecstatic) 목소리로 전화해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Moon called Trump on Saturday to report on his talks. He was still ecstatic. Kim had committed to "complete denuclearization," offering to close their Punggye-ri nuclear test site.)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직후엔 자신이 참여하는 3자 회담으로 바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볼턴은 전한다. 볼턴은, 그런식으로 문재인은 포토쇼에 끼기 위해 애썼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고 적는다. (Moon pushed hard for the Trump-Kim meeting to be at Panmunjum, followed immediately by a trialteral with both Koreas and the US. This was largely a Moon effort to insert himself into the ensuing photo op, as we would see again in June 2019). 

볼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1년안에 비핵화할 것을 요구했고, 김정은이 이에 동의했다"고도 트럼프에게 말한다.

그러나 미국측은 문 대통령이 회담에 끼는 것을 원치 않았다. 볼턴은 2018년 6월 1일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찾은 김영철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이를 밝힌다. 볼턴에 따르면 김영철은 “이번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며 “남한은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볼턴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간 회동에서 있었던 유일한 좋은 일”이었다고 평했다. 미국이 문 대통령이 집요하게 요구했던 남·북·미 3자회담을 반기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미국의 거부 의사에도 문 대통령의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트럼프 통화 듣는데 심장마비 걸릴뻔 했다...죽음에 가까운 경험"

볼턴은 이후에 이루어진 문 대통령과 트럼프와의 통화에 대해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었고," 이 통화를 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도 "심장마비"에 걸릴뻔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The Moon call especially had been "a near-death experience," I said, and Pompeo responded, "Having cardiac arrest in Saudi Arabia")

볼턴은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정확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다만 바로 다음 문장에서, "몇번 더 선회한 후 회담장소를 싱가포르로 확정했다"고 전한다. (After a few more gyrations, we settled on Singapore for the summit meeting on June 12 and June 13).

그러나 장소가 싱가포르로 확정된 후에도 문 대통령의 집요한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5월 22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당시 남·북·미 3자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동참하길 원했고, 심지어 6월11일 회담 전날까지도 싱가포르에 오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볼턴은 전한다.

1년 후 판문점 미북회담...오지 말라는 트럼프 요구에도 악착같이 따라붙어

 

문재인 대통령의 3자 포토쇼 집착은 싱가포르 회담 1년 후인 2019년 6월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에까지 이어진다.

볼턴은 지난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3자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은 완강하게 참석하려고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했다. 그래서 미·북 정상의 만남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볼턴은 "문 대통령과의 분쟁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김정은도 문 대통령이 근처에 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볼턴 회고에 따르면 판문점 회담 당일인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여러 차례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아 보일 것"이라면서 "김정은에게 인사를 하고 그를 트럼프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제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 생각을 전날 밤에 타진했지만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둘러댔다고 볼턴은 밝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 적이 많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계속 동행을 원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트럼프는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고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그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조금은 이해하는데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안다"며 문 대통령에게 "나를 서울에서 DMZ로 배웅하고 회담 후에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된다"고 했다. 사실상 '3자 회동'을 거절한 것이다.

볼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DMZ 내 관측 초소(OP 올렛)까지 동행한 뒤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자"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결국 판문점 자유의집까지 트럼프와 김정은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남·북·미 정상이 3자 회동을 한 시간은 4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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