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개혁" "정책·미래" "정계개편"
탄핵 관련재판·개헌 시기·정권 실정·국민-바른 합당 화두…'新-舊 인물대결' 가능성

6ㆍ13 지방선거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정당이 어떤 선거 프레임으로 승부수를 띄울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권교체 13개월만에 치러져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성과를 놓고 여야의 공방, 나아가 국정 주도권 쟁탈전이 주된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 현안으로는 ▲현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드라이브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 동시 실시 등 정치적 사안과 함께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떠오를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집중 조명해 적폐청산 명분을 다시 세우는 한편 '국회 주도 개헌'을 주장하는 야권을 반(反)개혁 세력으로 규정하려는 여론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과 함께 정국 주도권마저 빼앗긴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과 선긋기'로 요약되는 자체 혁신 성과를 홍보하는 동시에 정부 실정 들추기에 집중할 테세다. 오랜동안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문 국민의당과, 한국당과 각을 세우려는 바른정당은 연대·통합에 성공한다면 20대 총선에서 보였던 '녹색 바람'을 재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 올라서는 공수교대에 이어 한국당 내부에서 권력 및 세대 교체가 이뤄진 만큼, 선거 인재영입에 있어 기존에 없던 신구(新舊) 대립 구도가 짜여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10여곳(예상치)에 달하는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레이스도 지방선거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로 거론된다.

올해 6월13일 시행되는 제7차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일전을 치를 예정인 각 원내 정당 로고.
올해 6월13일 시행되는 제7차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일전을 치를 예정인 각 원내 정당 로고.

 

●적폐청산 동력 지속, 朴 재판 영향 받을듯…'타깃' 한국당 고전

구속 9개월을 넘기고도 1심 선고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추이가 여권이 주장하는 이른바 국정농단 프레임을 재점화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당초 비선실세·전횡 의혹 제기에서 출발해, 사실상 박근혜 정부 국정 전체를 '여권 친화적' 검찰이 공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박 전 대통령 선고에 앞서 ▲의혹의 핵심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일가와 청와대 참모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일부 대기업 총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체라는 논란이 된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댓글 수사 방해·특수활동비 상납·관제데모' 의혹에 연루된 국가정보원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전직 원장과 일부 직원 등 관련자 재판이 일종의 '군불떼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련의 재판 결과가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나 형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여당과 친여(親與)성향 언론 등에서는 국정원 댓글수사팀장 출신 '윤석렬 호(號)' 서울중앙지검과 사법부를 채근하고, '박근혜 단죄' 여론과 그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여론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탄핵 프레임을 지지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가세할 수도 있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12월22일 2년8개월여만에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만큼 투쟁력 강화가 예견된다. '적폐청산은 보복정치'라는 프레임으로 여권과 검찰을 싸잡아 겨냥할 태세다. 단순 대북·안보 문제를 넘어 경제·사회 전반의 정책 실패를 집중 조명, 새 정부의 '실력 평가'로 여론의 관심을 돌릴 전망이다. '정권 독주 저지'도 김성태 원내지도부 선출 후 새로이 밀고 있는 프레임이다.

다만 여권이 높은 시중 여론조사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어 보수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홍 대표의 최근 행보가 보수우파 성향 유권자들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변수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현재 점유한 광역지자체 6곳만 지키면 선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홍 대표 스스로도 이를 정치적 책임의 기준선으로 삼은 바 있다.

●개헌론, 여야간 무산 책임 공방에 그칠듯…노림수는

여권은 적폐청산 정국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을 감안한 듯 국가 개혁으로 방점을 옮기고 있다. '완전한' 적폐청산을 목표로 1년 이상 끌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 무렵부터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여권이 대야 '개헌 압박'에 나선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제19대 대선 때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민주당에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압박했던 것과 공수가 바뀌었다.

개헌론이 통상적으로 야권의 전유물이었던데 반해, 이번에는 집권세력이 개헌론을 주도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친여성향 언론까지 개헌 분위기 조성에 가세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여야 간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어차피 무산될 개헌'의 주도권과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미리 하고 있는 양상이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발의, 3분의2 이상의 찬성, 국민투표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성사된다. 적어도 국회의원 200인 이상이 개헌안에 동의하고, 국민 최소 25%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할 만큼 동력은 강력하고 논점이 적을수록 성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부터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형태에 대한 언급 없이 개헌 제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 전까지 3당이 전임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규정하고 권력 분산 개헌에 뜻을 모은 것과 대조된다.

집권 직전까지 개헌론에 함구하던 민주당에서는 태도를 바꿔 3당이 대선 때 '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공약한 점을 부각하고, 개헌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시기부터 못박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한국당이 "문재인 관제 개헌"이라며 국회 개헌특위 논의 연장을 통한 "국민 개헌"에 응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적폐청산 문제와 달리 거대양당 중 어느 쪽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는 미묘한 줄타기를 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12월 임시국회 내내 '말 폭탄'을 쏟아내며 공전하다가 결국 마지막 업무일인 29일 교섭단체 3당 원내지도부가 타협안을 내고 본회의를 개최했다. 개헌특위와 '모든 교섭단체의 합의'가 필요한 선거제도를 논의할 정치개혁특위를 통합 운영하자는 게 합의의 골자였는데, 여권의 바람대로라면 적어도 3월 중 개헌안 발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관련 일정을 못박지 않은 채였다. 여야간 개헌 논의는 정부형태에 관한 의견 접근도 이루지 못한 가운데 ▲기본권 관련 '국민' 대신 '사람' 용어 사용 ▲헌법 전문에 5·18과 촛불정신 문구 삽입 ▲'성 평등' 조항 신설 등 여권발 세부 현안을 놓고 벌이는 '국지전'마저 여전히 치열하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70%를 구가하는 정권이라도 개헌 실행 동력이 충분치 않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단 '개헌을 원하는 정치세력'을 자임하는 여야간 대립은 지선-개헌 국민투표 실시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지는 시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개헌론 주도권을 잡은 여권으로서는 정부 정책 평가 관심도를 낮추는 동시에, 무산되더라도 '국회가 막았다'는 책임 전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다. 야권으로서는 '반 개혁세력' 프레임 방어가 불가피하고, "청와대 개헌" 등 지금의 반대 논리가 '문재인 정권 독주' 프레임과 궤를 같이한다는 이점이 있다.

●文정부 정책 평가 공방 불가피…정계개편·인물 프레임도 시동

언론에 보도된 내부 교육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집권 초기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이 승리한다는 '경험칙'에 중점을 두고 "이번 지방선거는 '촛불 지방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야권이 '정권심판론'으로 승부하기에 시기적으로 이르며, 오히려 적폐청산의 연장 격인 '보수야당 심판론'이 먹힐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탄핵 이후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진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8개월 동안 고조된 정책 불안을 전면 부각시킬 전망이다. 북한의 지난 9월 6차 핵실험을 전후로 전술핵 재배치를 강력히 주장하는 등 이른바 '안보 투쟁'을 넘어 외교·경제·산업·사회 문제로 전선을 넓혀온 바 있다.

대표적 현안으로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북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최근 탄저균 등 생화학 무기 위협과 한미 '엇박자' ▲12월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서 불거진 굴욕·사대외교 논란 ▲'위원회 정치'와 'UAE 임종석 급파' 등 탈(脫)원전 기조 관련 국내외 논란 ▲포스트 세월호 격 재난·참사 연속과 정부의 '쇼통' 논란 ▲전년대비 최저임금 대폭(16.4%) 인상과 증세, 공무원 증원, 규제완화 입법 지연 등 친(親)노동계·큰정부 정책 부작용 우려를 거론할 수 있다.

한국당은 다만 현 정권에 대한 정책 비판이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될 수 있는 만큼 정면 대결에 앞서 몸을 낮추고 '비전 제시'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수도권 3선 김용태 의원이 이끌 당 혁신위원회 2기 출범을 전후로 "스스로 초래한 보수정치 실패"를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밝히고,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을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거대 양당의 대결 외에도 야권발 정계 개편이 지방선거를 흔들 또 다른 프레임으로 거론된다. 양당 정치를 거부하는 국민의당ㆍ바른정당의 통합과 야권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통합을 의제로 한 전당원 투표로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관철했지만 23%의 낮은 투표율을 들어 '투표 결과는 무효'라거나 '당의 해산 또는 합당 의결 권한은 전당대회에 있다'는 호남 출신 반대파의 반발이 아직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있다.

만약 분열 없는 통합이 성사된다면, 좌우 합작격인 제3 중도정당의 확립으로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범좌파 선거연대 후 양자택일 유도' 전략을 구사할 수 없게 된 민주당과, 적폐청산 프레임을 온전히 짊어지게 될 한국당 모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인물 대결에 있어서는 여야가 각각 '개혁-반 개혁', '신-구 대결' 프레임을 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높은 여론조사 지지도, 넘치는 거물급 후보군을 바탕으로 자당 후보를 '미완의 개혁'을 완성할, 개혁 속도에 박차를 가할 인물로 부각시킬 채비를 하고 있다. 본선보다 당내 경선에서 '친문(親문재인)-비(非)문' 후보 대립을 걱정한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4선의 '386 대표주자' 우상호 의원과 현역 박원순 시장, 경기지사의 경우 문 대통령 최측근 '3철' 중 1명인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당은 일찍이 홍준표 대표가 전체 지선 후보 중 절반을 청년과 여성으로 채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단 '친박' 꼬리표가 붙을 인물을 전부 2선 후퇴시키고 새 인물을 내세워 자체 혁신 이미지를 더욱 피력하려는 태세다. 당 지도부가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박근혜 정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배제하고 40대 사업가 홍정욱 헤럴드 회장에 '러브콜'을 보낸 게 대표적 사례다. 홍 회장의 12월28일 불출마 시사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갓 50세가 되는 '당 2기 혁신위원장' 김용태(서울 양천을·3선) 의원 대안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 40대 사업가 출신으로 19대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청년위원장이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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