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거짓말로 시작됐다
문재인은 김정은에겐 어떤 거짓말을 했나?
판문점 미북 회담,오지 말라는 트럼프 요구에도 악착같이 따라붙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1차 미북 정상회담은 문재인의 작품이었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는 미북 사이에 어떤 협상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덜커덩 약속해서 일이 커져 버린 것이어서, 북한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회담쇼 자체가 국제적 사기극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는 볼턴의 회고록을 전제로 미북정상회담을 전후로 벌어진 이번 사기극을 좀더 구체적으로 추적해봤다.

볼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기획했던 1차 회담은, 남·북·미 3자가 참여하는 포토쇼였다.물론 미국과 북한은 원치않는 3자쇼 형태였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5월 22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당시 남·북·미 3자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동참하길 원했고, 심지어 6월11일 회담 전날까지도 싱가포르에 오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싱가포르 회담에) 문 대통령이 2019년 6월 말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때처럼 사진 행사에 끼어들길 원했다"고 했다. 문 대토령이 세기의 포토쇼에 얼마나 목을 맸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간을 2018년 3월 초로 되돌려 보자.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미 회담을 단독으로 기획하던 단계로, 미국·북한과는 논의가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미북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거짓말로 시작됐다

 

볼턴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그해 3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성사됐다."

볼턴은 "정 실장은 트럼프를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초대(invitation)를 전했고 트럼프는 그 순간 충동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볼턴은 그러나 "나중에 정 실장은 (트럼프를 만나) 그런 초대를 하겠다고 먼저 김정은에게 제안한 사람은 자신이었다고 시인했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고 싶어하고 만남을 먼저 제의했다는 거짓말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정의용 실장이 며칠 앞서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미북 회담 아이디어를 제의했고,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에게는 정확히 어떤 말로 설득했는지, 즉 김정은이 회담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는 볼턴 회고록을 통해선 알 수 없다.

그러나 회고록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4월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라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에 1년 안에 비핵화를 할 것을 요청했고, 김정은이 동의했다"라고도 했다. 

남·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김정은이 1년안에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상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

문재인은 김정은에겐 어떤 거짓말을 했나?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애초에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김정은과 트럼프의 하노이 회담 대화를 통해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볼턴은 하노이 회담 내내 “영변 외에 추가로 내놓을 것이 없느냐”는 트럼프 대통령과 “영변이 북한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아느냐”는 김정은의 문답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당시 영변 하나만 내놓으면 트럼프가 양보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트럼프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다시 한번 추가 제안은 없는지 확인하면서 “대북제재의 완전 해제보다는 1%의 완화라도 요구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또 협상안에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하는 것도 제안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를 전부 거부했다.

김정은은 영변포기와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맞바꾸는 안 외에는, 다른 안은 전혀 준비해 가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회담장에서 일어났고, 회담 결렬을 예상하지 못하고 66시간 기차로 달려 하노이에 온 김정은은, 다시 60시간을 넘게 달려 평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회담에 무모하게 임한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만 포기해도 미국이 대북제제 해제를 할 것이라는 '가짜 정보,' 또는 미국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겠다는 '가짜 약속'이 누군가로부터 있었던 것인지, 그래서 김정은이 그것에 끝까지 집착했던 것인지는 현재로선 증명할 방법이 없다.

다만, 북한 정권에 호의적으로만 비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이 “남조선 당국자들은 미쳐도 더럽게 미친 개무리”라며 “최고존엄에 도전해나선 역적무리는 더 생각해볼 것 없이 당장 릉지처참해버려야 한다”라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어떤 물밑약속의 파기나 기대를 저버리는 무언가가 있었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북한에 보낸 메시지에 대해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고 했다. 김여정은 "이번 연설을 뜯어보면 북남관계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외적요인에 있는 듯이 밀어버리고 있다"며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 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여정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에 대한, 나아가 북한과 미국간의 어떤 문제를 해결에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이 애초에 김정은에게 미북 회담을 제의하며 은밀히 약속했던, 또는 기대하게 만들었던 어떤 조건인지 아닌지는 추후 밝혀질 것이다.

"'사기 포토쇼' 내가 기획했는데, 그렇게 둘이서만 찍어야 속이 후련했냐!"

 

싱가포르에서의 세기의 포토쇼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한 것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거부의사로 그는 끝내 참석하지 못했다.

볼턴은 지난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3자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은 완강하게 참석하려고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했다. 

볼턴 회고에 따르면 판문점 회담 당일인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여러 차례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거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아 보일 것"이라면서 "김정은에게 인사를 하고 그를 트럼프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제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 생각을 전날 밤에 타진했지만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둘러댔다고 볼턴은 밝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 적이 많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계속 동행을 원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트럼프는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고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그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조금은 이해하는데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안다"며 문 대통령에게 "나를 서울에서 DMZ로 배웅하고 회담 후에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된다"고 했다. 사실상 '3자 회동'을 거절한 것이다.

볼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DMZ 내 관측 초소(OP 올렛)까지 동행한 뒤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자"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결국 판문점 자유의집까지 트럼프와 김정은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남·북·미 정상이 3자 회동을 한 시간은 4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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