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IISS, 5일 2020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 보고서 발표
“한반도 외교를 둘러싼 낙관적 전망, 대부분 소멸 상태”
“남북관계, 한국이 아닌 미북 사이에서 향배가 결정될 것”
“북한, 이미 20~60기의 핵무기 보유...매년 5~6기 생산”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5일 발간한 '2020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 보고서(웹 화면 캡처)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5일 발간한 '2020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 보고서(웹 화면 캡처)

세계적인 외교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 2020’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중 간 신냉전 상황으로 인해 향후 대북외교에 상당 기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IISS는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관계 복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IISS는 2002년 이래 매년 전 세계적인 안보 정상회담인 상그릴라 대화를 개최하고 있다.

IISS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한반도 외교를 둘러싼 낙관적 전망이 대부분 소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9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북한 김정은의 집권 이후 대외관계가 6자회담 핵심 당사국 정상들과의 일대일 관계에 치중해왔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선대인 김정일 시대의 전형적인 ‘분열과 정복’ 전략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그러나 김정은의 미, 한, 중 정상과의 부지런한 개별적 관여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 간 내재적 상호관계 때문에 외교적으로는 교착국면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김정은과 시 주석의 관계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고 VOA는 전했다.

미북 정상 간 직접 소통로가 구축된 뒤 남북대화의 가치는 급격히 낮아졌고, 이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싸고 미북 관계가 소원해지자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에게 조언을 구하고 경제적 원조를 호소하고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었다.

IISS는 향후 대북 외교관계의 핵심이 될 미중 관계가 신냉전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대화 교착 국면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정부의 경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북 외교적 성과의 부재가 경제, 양성평등, 환경문제 등 국내적 도전 과제들과 맞물려 대통령 지지도 쇠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점이며 남북관계가 2018년과 같은 짧은 시기의 평화를 맞이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성사되더라도 한국이 아닌 미북 사이에서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VOA는 전했다.

IISS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창한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시진핑 주석에게 뺏긴 상태”라며 “북중 관계가 지속적으로 심화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향후 미중 관계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북한이 이미 20~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플루토늄 기반 핵시설인 영변과 베일에 가린 우라늄 기반 시설들을 통해 최소 5~6기의 무기를 매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VOA에 따르면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전통적으로 상호 이해에 기초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양국이 상당한 견해 차이를 극복하는데 궁극적으로 실패하고 전략적 경쟁 심화로 이어진다면 북중 관계 심화라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관계 악화의 주된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며 “어느 한 쪽이 정치, 경제 체계의 변화를 보이더라도 경쟁에 기초한 관계는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주된 이유는 체결 상대국인 러시아가 아닌 역내 군비 증강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INF조약 탈퇴에 따라 미국이 지상기반 중거리 미사일을 인도태평양 전선에 배치할 수 있게 되면서 역내 동맹에 대한 중국의 협박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셈법이 반영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국, 일본, 호주 등에 지상기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고 보복을 시사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역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목적은 지상기반미사일 배치를 시사함으로써 INF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을 군비축소 협상장에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 경우 중국이 비축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의 95%가 폐기 대상이 되며 중국의 협상수락 여부가 의문시되어 오히려 심화된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세 개의 축으로 한국, 일본, 호주를 꼽으면서도 방위비분담금 문제 등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불신 기조가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한미 동맹관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논쟁적 도전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대북 확장억지력 신뢰 하락 문제를 꼽았다.

보고서는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지력 셈법이 미 본토와 인도태평양 군 기지를 겨냥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할 수 있는 핵 투사 역량의 가차없는 추구로 인해 급변하게 됐다”며 특히 북한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 반영된 비핵화 열망에서 벗어난 채 지속적인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과 일본의 정책 당국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미국의 방위공약 의지에 의문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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