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유민주주의 삭제한 ‘反헌법’ 교과서 나온다
[단독]자유민주주의 삭제한 ‘反헌법’ 교과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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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평가원, 자유민주주의‧1948년 대한민국 수립 삭제한 집필기준 시안 마련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자유민주’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마련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정교과서 폐기 이후 관심이 낮아진 사이에 특정 역사적 관점을 그대로 반영한 ‘反헌법’ 교과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독재‧친일파’ 살리고, ‘자유민주주의‧1948년 대한민국 수립’은 죽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2015년 교육과정‧집필기준’ 개정을 고시하고, 개정안 작업에 들어갔다.  국정교과서를 기반으로 작성됐던 ‘2015년 집필기준’을 개정하려는 목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마련한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
‘자유 민주주의’ 와 대한민국 건국 시점인 ‘1948년’이 완전히 삭제됐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작년 8월 새로운 집필기준 연구에 착수해 12월 시안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이전에 작성돼 현재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는 집필기준(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 비교해도 대폭 수정한 내용을 담았다.

PenN이 단독 입수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 따르면, 시안은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를 삭제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를 삭제한 ‘민주주의’로 전부 대체됐다.

헌법 전문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며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는 것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 수립’으로 통일했다. 기존 집필기준이 1948년을 대한민국이 수립한 해로 규정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의의를 폄하했다는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원은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개발이 아직 완료된 게 아니다”며 “수정 내용이 확실시 되더라도 정식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독재’, ‘친일파’ 등의 용어는 다시 교과서에 등장토록 했다. 국정교과서에서는 빠졌던 용어다. 국정교과서에는 박정희 정권을 독재 대신 권위주의 정권이라 기술하고, 친일파라는 용어도 친일인사로 대체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보다 더한 ‘독재적’ 집필기준

교과서 집필기준은 향후 교과서의 검정 기준이 된다. 큰 틀에서 꼭 따라야 하는 내용을 개괄적으로 서술한다는 의미다. 국정교과서가 없는 상황에서는 집필기준이 사실상 국정의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에 새로 나온 개정 집필기준이 특정 역사적 관점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민주화 운동 등의 분량을 크게 늘리면서 근현대사 분량을 대폭 늘렸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

‘박정희 지우기’의 흔적도 보인다. 평가원은 집필기준 시안에 “경제 성장은 정부와 국민이 이룬 성취라는 일국적 시각에 가두지 말고 세계 경제 변동 과정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도 파악한다”고 적었다.

2차 공청회에서 집필기준 시안 발표를 맡은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국민이냐, 박정희냐는 논쟁을 하지 말고 어떻게 경제성장이 가능했는지를 세계사적 시각에서 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북한사 서술 소략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 회복 문제 ▲임정 정통성 회복 필요 ▲친일문제 미적시 ▲외형적 경제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음 등 다섯 가지 문제를 ‘정치적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국정 교과서의 문제를 수정한다는 명목으로 국정교과서보다 더한 독재적 집필 기준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정교과서보다 더한 편향적 시각이 담겼다는 것이다.

장로회신학대학의 김철홍 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논쟁적 주제를 특정 입장만 포함한 채 소개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라나는 세대를 특정 이념에 경도된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국정교과서를 새로 제작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역사학계에서 나라 생일도 결정을 못한 상황에서 평균 7명의 집필진이 참여하는 검인정 체계는 적절치 않다”며 “어떤 성향의 정부가 주도를 하든지 각 분야 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로 가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개정 집필기준을 이달 안으로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집필기준이 적용된 검정 교과서는 절차를 거쳐 2020년 3월부터 학교에 적용된다.

●‘적폐’로 찍힌 국정교과서…“교실의 정치화,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서 마련했던 국정교과서는 현재 교육부 지시에 따라 폐기처분된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와 배포 희망학교 117개교 등에 공문을 보내 역사교과서 폐기를 요청했다.

이들 학교에 배포됐던 국정 역사교과서는 약 7,500여권이었다. 이에 따라 역사교과서를 수령했던 대부분 학교들은 교육부 공문에 따라 국정교과서를 폐품 처리했다.

문재인 정권은 동시에 국정교과서 조사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9월 부총리 직속으로 설치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국정교과서 진행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서 14명의 인력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업무를 맡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던 교육부가 결자해지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진상조사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교육부의 움직임을 두고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집필의 모든 과정을 공개했던 첫 교과서인데, 이제 와서 불온도서 취급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수령했던 한 학교 관계자는 “국정교과서의 어떤 내용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지적 하나 없이 폐기를 지시했다”며 “구체적인 근거 없는 폐기지시는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 ‘편향 논란’ 되돌아보면

제대로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논란이 터졌던 국정교과서의 실제 내용을 이제와 다시 보면 어떨까.

실제로 달라진 내용을 살펴보면,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고 민주화 성과를 축소했다는 당시의 비판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달라진 내용 중에는 소위 ‘개혁’ 진영이 환영할 만한 내용도 다수 담겼다. 기존 검정교과서에 없던 1987넌 헌법을 상세 서술하거나,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기술하고 독도에 대한 서술을 확대한 부분 등이 그렇다.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 성과를 축소했다는 오해와는 다르게,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 운동과 독재에 대해서도 충실히 서술했다.

교육부의 폐기 지시에 반발해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계속 사용하고 있는 서울디지텍고의 곽일천 교장은 “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을 해 본 뒤에 국정교과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정리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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