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오는 4일 만료 예정이었던 ‘집회금지’ 조치를 2주간 추가로 연장하기로
反정부·反공산당 성향 민주파 홍콩 시민들, 반발...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코로나’ 지역 감염 사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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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4일 홍콩에서 개최된 대규모 반(反) 정부 시위의 모습. 한 시민이 ‘홍콩독립’(香港獨立)이라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사진=로이터)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끌고 있는 홍콩 정부가 9명 이상의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금지한 기존의 조치를 연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콩 정부의 입장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차원의 결정이라는 것이지만, 반(反) 중국공산당 성향의 민주파(民主派) 홍콩 시민들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기 위한 정치적인 조처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콩 정부는 2일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치 차원에서 9명 이상의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금지한 행정명령을 앞으로 2주간 존속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종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는 본디 오는 4일 만료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조처로 오는 18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지난 1989년 6월4일 중국의 민주화를 외친 시민들을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한 ‘천안문(天安門·톈안먼) 사건’을 기리는 행사도 올해는 거행되지 못 하게 됐다. 홍콩 경찰 측이 행사 주관 단체 측에 집회 허가를 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이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 홍콩 치안당국 측의 입장이다.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치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연일 반(反) 정부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는 민주파 홍콩 시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콩에서는 ‘홍콩 범죄인인도법 도입 반대 시위’ 1주년을 맞아 최근 중국의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의결된 ‘홍콩 보안법’(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국가안전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홍콩 당국이 ‘방역’을 명분으로 이들 반(反) 정부 집회를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입국자를 제외하면 지난 1개월 동안 홍콩에서는 ‘우한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홍콩이공대학교 학생회 측은 펜앤드마이크와의 앞선 서면 인터뷰에서 “5월 한 달 동안 홍콩에서 확인된 ‘우한 코로나’ 환자 발생 건수는 단 3건에 불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27일에는 단계적으로 학생들의 등교도 재개됐고, 스포츠 센터나 노래방 등에 가해졌던 영업 제한 조치도 완화됐다.

한편, 천안문 사건을 추도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단체 측은 오는 4일 행사를 감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콩 경찰 측이 집회 개최를 불허한 만큼 매년 행사가 개최돼 온 홍콩 센트럴파크에서의 추도식 진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다른 장소에서의 행사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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