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홍콩이공대 학생회와의 서면 인터뷰...“중국이 말하는 ‘1국가2체제’는 이미 실패...우리는 독립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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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법이 닥쳐오기에 홍콩인은 싸움에 나선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홍콩 시민들.(사진=홍콩이공대 학생회 제공)

지난 22일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개막했다. 그리고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의 여파 속에서, 지난 수 개월 동안 비교적 잠잠했던 홍콩이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의 보안사범을 체포할 권한을 중국 본토의 국가기관에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가안전법’(국내에서는 ‘국가보안법’ 등으로 소개됨)을 이번 전인대 안건 중 하나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홍콩섬〔香港島〕 번화가에서 대규모 반(反) 정부 집회가 열린 이래 홍콩에서는 홍콩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파 시민들과 홍콩 정부 사이의 갈등 국면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펜앤드마이크는 27일 홍콩이공대 학생회 측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지 사정을 들어봤다.

Q. 현재 홍콩의 상황은 어떠한가?

A. 캐리 람 내각(內閣)의 홍콩 행정부가 ‘질병의 감염 및 통제에 관한 조례’(Hong Kong Legislative Law Chapter 599)에 따라서 각종 모임과 집회를 통제하고 있어서 반(反) 정부 집회를 개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콩 경찰은 이 조례에 따라서 8명을 초과한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막을 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5월 한달 동안 홍콩에서 확인된 ‘우한 코로나’ 환자는 단 3명에 불과한 데다가 27일 현재 지난 11일 동안 신규 ‘우한 코로나’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오는 6월4일까지 집회 개최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정부는 6월4일 이후로도 집회 개최를 막는 조치를 연장하고 나설 수도 있다. 물론 홍콩 정부의 이같은 행태는 공중 보건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를 위한 정치적 의사 결정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홍콩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타격은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의된 ‘국가안전법’이다. ‘국가안전법’은 홍콩의 민주파(民主派) 시민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다. 이 법률은 국가반역 및 간첩 행위의 범위를 매우 폭넓게 정의하고 있어서, ‘국가안전법’이 통과된다면 홍콩의 상황은 중국 본토만큼이나 나빠질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간첩 행위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매도하면 국가반역 행위로 잡혀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악법으로 인해 홍콩 시민들은 이제 더 이상 어떤 자유도 갖지 못 하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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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이 반(反) 정부 시위 참가자를 제압하고 있는 모습.(사진=홍콩이공대 학생회 제공)

Q. 최근 홍콩에서의 집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A. 지난 일요일(5월24일) 우리 홍콩 시민들은 퉁러완(銅羅灣)과 완차이(灣仔) 지역에서 홍콩 경찰 측의 집회 허가서를 받지 못 한 채 시위를 벌였다. 홍콩 경찰 측이 가차없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바람에 우리 시위는 제대로 열리지 못 했다. 홍콩 경찰은 또 완차이역(驛) 인근 헤네시가(街)에서 행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최루 가스를 뿌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방화를 한다든지 경찰 측 기물을 파손한다든지 경찰관을 폭행한다든지 하는 사례들도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여전히 살수차(撒水車)와 장갑차를 동원하고 있는 상태이고, 기자들과 ‘시대혁명’(時代革命) 등 우리 슬로건을 외치는 행인들을 향해 물을 뿌려대기도 했다.

이날은 대략 200여명이 불법으로 집회를 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것 같다.

Q. 경찰과의 마찰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

A. 경찰 측이 공격해 오면 어떤 시민들은 차량에 물풍선과 같은 물건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지면, 경찰들은, 그저 젊어 보이는 외모라는 이유로, 또는 검정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시민들을 멈춰 세우는 등의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Q. 중국 정부가 끝내는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킬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할 셈인가?

A. 솔직히 말해 중국 공산당이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홍콩의 범(汎) 민주파 정당은 끊임없이 수정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입법 과정을 무기한 연기시키려 했지만 그들의 노력은 친중파(親中派) 정당들의 압도적인 힘 때문에 좌절됐다.

원래 우리 시민들은 홍콩 입법회로 통하는 도로와 철로를 차단해 친중파 의원들의 입법회 건물 입장을 막으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홍콩 경찰 측이 전례 없는 규모의 경찰 병력을 배치하는 바람에 우리 계획은 무산됐다.

홍콩 내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반(反) 정부 집회의 상당수는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다. 따라서 많은 홍콩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의 악행을 멈춰줄 외국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며 이 싸움을 ‘국제적 전선’으로 확대해 나아가고자 싸우고 있다. 우리 홍콩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의 개입으로 인해 중국이 말하는 ‘1국가2체제’가 이미 실패했음을 세계인이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에 중국이 입법하고자 하는 ‘국가안전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수많은 민주파 홍콩 시민들이 홍콩의 독립을 쟁취하고자 분투하고 있는 이유이며 진짜 홍콩인에 의해 자주적으로 통치될 수 있는 홍콩이 되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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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측에 체포된 홍콩 시민들이 경찰 측 차량에 오르고 있다.(사진=홍콩이공대 학생회 제공)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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