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정대협, 30년간 위안부 피해자들 이용했다...사리사욕 채운 윤미향, 죗값 받아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와 이 단체의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7일 이들의 기부금 사적 유용 의혹을 처음 폭로하고 두 번째 회견이다. 이날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대해 “생명 걸고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정대협이 30년간 이용해왔다”며 “무슨 권리로 이용하나”라고 분노했다. 윤 당선인을 향해서는 “자기 사리사욕을 차리고 마음대로 국회의원에 나갔다”며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주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부리고, 돈은 윤미향과 정대협이 챙겼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2시 40분 대구 동구 만총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을) 1992년 6월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모금하는 걸 봤는데 왜 하는지도 모르고 끌려다녔다”면서 “내가 배가 고픈데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해도 ‘돈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속이고 이용하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사람(되놈)이 받아 먹었다”면서 “정대협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한 번 받지 않고 억울함을 풀어준 적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간호인의 보호를 받으며 회견장에 도착한 이 할머니는 회견 중간마다 눈물을 흘리거나 울분을 토했다. 이제야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지난 30년을 참은 건 제가 위안부 피해자의 데모(수요집회)를 차마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정신대와 위안부 뒤섞어서 30년간 이용한 정대협>

이 할머니는 정대협이 강제노역에 동원된 근로정신대와 위안부 피해자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두 사례를 섞어서 일본에 사죄·배상을 요구한 것부터가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공장 갔다 온 정신대 할머니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은 다르다”며 “공장 갔던 할머니는 공장에서 일했지만 아주 더럽고 듣기 싫은 위안부 할머니는 간 데가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30년 동안 앉아서 사죄해라 배상하라 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뭔 줄 알아서 사죄하고 배상하느냐”며 “(정신대와 위안부를) 뒤섞어서는 사죄도 하지 말고 안 해도 된다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할 테면 하라...일 커지니 용서 구한 윤미향>

그러면서 윤 당선인에 대해 재차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3월 30일 윤 당선인더러 기자회견을 할 테니 한 번은 오라고 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아주 큰 소리로 당당하게 ‘할 테면 하라’고 했다”며 지난 7일 단행한 1차 회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윤 당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증폭되기 시작하자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가 머무르는 대구의 한 호텔을 찾아가 화해를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문을 열어 달래서 열어줬는데 윤 당선인이 싹 들어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며 “그런데 제가 무엇을 용서하나? 이름도 성도 없는 용서, 무엇 때문에 용서를 바라나?”고 반문했다. 그리고 이 할머니는 당시 자신이 윤 당선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 것은 지난 30년 간의 정 때문이었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복동 할머니 묘지서 흘린 윤미향 눈물은 가짜 눈물>

이 할머니는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뜬 작년 1월 윤 당선인이 김 할머니의 묘지를 찾았을 때를 회상하며 “복동 할머니는 두 살 위이고 한쪽 눈이 안 보인다”며 “그런데도 할머니를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며 고생시켰다. 그렇게 이용해 먹고도 뻔뻔하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리는데 그것은 가짜의 눈물”이라고 했다.

최근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안성의 ‘피해자 쉼터’ 매매 사태도 언급됐다. 이 할머니는 “안성(안성 쉼터)이라는 데도 보니까 화려하게 지어놨더라”면서 “그 윤미향 대표, 위대한 대표 아버님이 사셨다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런 거 엄청나게 나왔는데 그건 검찰청에서 다 밝힐 것”이라며 “네 죄를 모르고 아직까지도 큰 소리 하고 있는 이 사람들, 죄는 지은대로 공은 닦은대로 간다”고 했다.

<자라나는 한일 학생들 올바르게 교육해 위안부 문제 해결해야>

마지막으로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의 성격을 바꿔야지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집회는) 김학순 할머니가 시작했고, 또 새롭게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걸 하기 위해 바꾼다고 했다”며 “일본과 한국과 학생들 오게 해서, 서로 친하게 해서,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사죄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서 이 억울하고 누명 쓴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 해결해 줄 사람은 우리 이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연과 함께 수요집회를 주도해온 이용수 할머니가 이 단체를 비판한 것은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왔다. 수요집회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라는 공식 명칭을 내걸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해왔다. 1992년 1월 8일 수요일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 방한 때 시작됐으며, 지난 20일로 총 1440차를 맞았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처리할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1차 회견 이후)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나왔다. 이는 검찰청에서 다 밝힐 것”이라며 “검찰에서 꼭 죄를 물어 벌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윤 당선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이 할머니는 의혹의 당사자인 정의연과 윤 당선인 측에 참석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이 할머니가 거주하는 대구의 한 호텔에 돌연 방문한 뒤 사죄한다며 무릎을 꿇는 모습을 연출한 이후 윤 당선인의 행보는 사실상 잠적 상태다.

대구 =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