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홍콩섬 번화가에서 수천명 참가한 대규모 집회 열려...‘홍콩 독립’·‘홍콩인 건국’ 등 구호 등장
홍콩 경찰,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 조치 등 명분 삼아 최루탄·고무총 동원해 집회 해산 시도...180여명 체포당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법률 제정되면 ‘국가2체제’ 인정 어렵지 않겠나” 對中 제재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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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홍콩에서의 치안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제정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홍콩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 가스를 피해 한 시민이 달아나는 모습.(사진=로이터)

중국이 중앙 정부 차원에서 홍콩의 치안유지를 위한 법률 제정에 나서자 이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홍콩 경찰은 집회 개시 전부터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집회에 대한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180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22일 개막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의 치안유지 등을 위한 법률 정비가 이번 전인대에서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내 다수 언론들이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등으로 부르고 있는 이 법안은, 중국 본토의 관계 기관에 홍콩에서 발생한 보안사범에 대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홍콩에서의 반(反)정부 시위를 무력화함으로써 중국의 홍콩 통치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언론과 집회·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홍콩 시민들 사이에 확산됐고, 급기야는 홍콩섬〔香港島〕 번화가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시민들은 ‘홍콩 독립만이 유일한 탈출구’〔香港獨立唯一出路〕 ‘홍콩인 건국’〔香港人建國〕 등, 지금껏 지속돼 온 ‘송환법 반대’ 관련 집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 구호를 들고 나왔다.

집회 초장부터 홍콩 경찰의 대응은 매우 강경했다. 홍콩 경찰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이 9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한 것을 명분으로 내세워 집회 해산을 명령, 최루탄과 고무총 등을 동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가 홍콩 경찰에 체포된 사람만 1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당국도 “이번에 제정될 법률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집회에서 볼 수 있었던 폭력 행위나 일부 참가자이 ‘홍콩 독립’을 요구하고 나선 것 등을 볼 때 이 법률(소위 ‘홍콩 보안법’)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시사한다”며 이날 이뤄진 시위에 대해 비난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홍콩 당국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대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법한 집회는 비난돼야 한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의 치안유지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즉각 반발하며 대중(對中) 제재를 시사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24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 마음은 반(反)정부 집회를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과 함께 있다”며 홍콩 시민들에 성원을 보냈다. 그러면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홍콩 치안유지 관련 법률이 제정된다면) 홍콩에서 고도의 자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중(對中) 제재를 시사하는 한편 지난 22일 중국의 치안유지 관련 법률 제정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낸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을 상기시켰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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