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 “이용수 할머니, 나이 많고 심신이 취약한 상태...기억이 왜곡된 듯”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 “국민 성금 어디에 쓰였는지 증빙할 서류 있어...이 할머니 발언 검증해야”
윤미향 前정의기억연대 대표 “1992년 이 할머니 전화 내가 받았다...‘나는 피해자 아니고’로 시작한 이 할머니의 전화, 지금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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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사진=연합뉴스)

“30년 간 속을만큼 속았고 이용당할만큼 당했다.”

7일 대구 소재 모(某) 찻집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기자회견장에서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놓을 만한 ‘폭탄’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 30여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自任)해 온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실제로는 당사자들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이용해 왔다는 폭로였다.

이 자리에서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성금과 기금 등을 정의기억연대가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한 일이 없다면서 “(앞으로는) ‘수요시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함과 동시에 ‘수요시회’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해 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수요시위’ 혹은 ‘수요집회’는 정의기억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문제 해결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및 ‘법적(法的)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개최하고 있는 집회다. 지난 1992년 1월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첫 집회가 열린 이래, ‘수요시위’는 지난 6일까지 총 1438회 개최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가 있자, 이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정의기억연대와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 당선 배지를 차지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전(前) 상임대표와 정의기억연대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 관계자 등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태 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와 관련해 정의기억연대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주도한 측이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이 할머니를 끌어들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7일 이 할머니의 발언 요지와 관련해 “일종의 헤프닝”이라고 했다. 한 사무총장의 주장은 기자회견의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께서 나이가 많으시고 심신이 취약해지신 상태라서 이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됐다는 것이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이 여당 측에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정당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대표(일본 도쿄대 약학 박사)는 8일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할머니 주변에 계신 분에 의해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며 정의기억연대 측의 주장을 거들었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국민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증빙할 서류를 정의기억연대 측이 모두 보관하고 있으니 이 할머니의 발언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미향 전(前) 정의기억연대 대표이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사진=연합뉴스)
윤미향 전(前) 정의기억연대 대표이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사진=연합뉴스)

이 할머니의 폭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윤미향(55) 당선인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 내용과 관련해 윤 당선인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 내용은 가히 특기할 만한 것이었다. 해석에 따라서는 논란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증언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8일 오전 1시경 “‘피해자’—수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면서 수많은 내용, 역사가 담긴 표현이지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게시물을 공개한 윤 당선인은 “1992년에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고, (이 할머니께서) 모깃소리 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 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게시물 내용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용수 할머니가 윤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고 했다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의 게시물 내용 중 해당 대목은 보기에 따라서 이용수 할머니가 실제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아니라는 주장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크다.

만일 윤 당선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의기억연대와 윤 당선자는 이제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이 할머니를 앞세워 왔다는 점에서, 이용수 할머니 뿐만 아니라 정의기억연대와 윤 당선자 역시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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