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제강-휴스틸-넥스틸, 대미 수출비중 높은 국내 철강업체 위기
포스코, 현대제철 대미 수출비중 1~5% 불과 당장 큰 피해는 없을 듯
미국, 철강관세 피하지 못한 유일한 동맹국 '한국'… 친북 외교노선 전향 필요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업계 노동자들과 함께 철강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을 제외한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8일(현지시간) 결정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울상이다. 외교와 경제를 하나로 묶은 안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상황에서 업계는 정부의 외교적 해법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에 수출하는 것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이 철강관세 조치에 당장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아제강은 작년 전체 수출 물량인 70만t 중 50만t을 미국에 팔았다. 휴스틸은 전체 매출의 40%, 넥스틸은 전체 매출의 90%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철강제품 중에서는 파이프와 튜브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파이프·튜브 전체 수출금액은 27억 달러이며 미국 수출액은 16억달러로 전체 60%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품목별 주요 영향 국가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철강관세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한국 철강제품은 파이프·튜브가 될 것"이라며 "한국산 파이프·튜브는 미국 수입시장의 20%를 차지하며 1위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기존 관세에 추가적으로 25%가 더 부과되면서 최대 90%에 가까운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포스코는 이미 미국에 수출하는 냉간압연강판과 열연강판에 66.04%, 62.57%의 관세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 25%의 관세를 포함하면 각 제품별 관세율은 91.04%, 87.57%까지 크게 높아진다. 현대제철 역시 냉간압연강판에 38.22%의 관세를 내고 있기에 이번 조치로 62.22%로 관세율이 크게 높아진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 비중은 현재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높은 관세율로 이제는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소비국에 수출을 하겠다는 사업적 구상도 할 수 없게 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철강관세.(연합뉴스 제공)

 

철강업계는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정부와 긴밀하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관세가 확정됐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대응에 목을 매고 있다. 철강관세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남은 15일이라는 시간에 미국과 우리 정부의 협상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철강관세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관세 적용 제외를 원하는 국가들과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미국에 머물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등 행정부와 의회 인사를 대상으로 철강관세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앞으로 진행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통해 철강관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이달 중으로 한미FTA 3차 개정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철강관세 등을 시작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을 나서겠다고 밝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과 북한 등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동맹국인 대한민국이 포함되는 모양새다. 친북적인 외교노선을 표방하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철강관세 발효까지 15일 남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 등을 제외시켰다. 또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에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 등을 통해서는 일본까지 감싸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결정하기 직전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진정한 친구에게는 호혜적인 모습을 보이겠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라' 등의 글을 남기며 무역전쟁은 미국의 동맹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닌 중국 압박용이라는 것은 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철강관세 대상국에 포함시키고 있는 상황을 두고 북한 우선주의 외교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관세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나쁘게 대우한 많은 나라가 동맹국이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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