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치고 21세기 중화제국 꿈꾸는 중국...대한민국엔 악몽
중국 머릿속엔 대한민국 평화적 통일 없다
중국몽 따를 게 아니라 수평적 관계 가져야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우한 폐렴 바이러스 사태가 전 세계적 재앙, 세기적 재난으로 확산되었다. 그 사회적 정치적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김정은의 이상설까지 번졌다. 북한 자체의 격변 가능성은 새삼스럽지 않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였더라도 북한체제의 실패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붕괴 가능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제대로 된 대한민국이라면 그런 급변사태에 차분하게 대비해야 한다. 현 정부가 한·미 간의 ‘작계5027’을 제대로 작동시킬 것인지 매우 불안하다. 한미동맹이 이상하게 뒤틀려 가고 신뢰 관계에 틈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 난감한 시나리오는 중국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올 혼란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유훈인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벗어난 지 이미 오래되었다.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사태 이후 급성장한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대국, 군사대국이 되었고, 미·중 간에는 패권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은 2020년까지 소강(小康)사회, 정권수립 100주년인 2049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유일 패권국이 되려는 것이다. 14억 인구의 거대시장을 배경으로 온갖 수단으로 선진 기술을 얻어내면서 중국경제는 무섭게 질주해왔다. 정치적 발언과 행동도 거리낌 없이 속내를 밝히고 있다.

2017년 4월 7일 플로리다 마라라고(Mar-a-Lago)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었다”라고 발언하였다. 우연히 일어난 실언일 수 없다. 중국의 속마음을 내비친 계산된 발언으로 봐야 한다. 북한이건 한반도 전체건 중국의 영향력에 들어와야 한다는 속마음이다. 미국의 한반도 간여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옛 조공체제를 복원하려는 꿈이기도 하다. 21세기 중화제국 부활의 꿈이다. 우리에게는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동안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통일의 길이 열린다고 꿈꾸었었다. 그것은 중국의 힘이 미미해서 미국에 대항할 수 없었을 때의 얘기다. G-2의 경제력, 군사력을 기반으로 21세기형 중화제국의 부활을 추구한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근처 해역까지 중국의 역사적 권원이 미친다고 주장한다. 필리핀 중국 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헤이그중재재판소가 2016년 내린 판결도 부정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조공시대 재현을 경계해야 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아무리 북한 정권이 마음에 안 들어도 붕괴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다 쓰고 있다. 만약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중국이 한국 중심으로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도록 도와줄 것인가? 그런 기대는 버려야 한다.

중국은 오히려 단시간 내에 군대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북중 국경지대에 30만 명 인민해방군을 전개했다는 외신 보도도 수년 전 나왔다. 1961년 7월 체결된 북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근거로 즉각 자동 개입할 태세다.

서기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후 당나라는 웅진도독부와 안동도호부를 설치하고, 심지어 경주에 계림도독부까지 설치하여 속국화를 시도하였다. 문무왕의 신라는 7년간의 피 흘리는 나당전쟁을 통해 당나라 군대를 축출하였다. 당나라의 속국화 욕심이 다시 일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 시의 혼밥 일정, 한국의 특사를 하석에 앉히는 의전, 우한 폐렴 바이러스 사태 시 중국인 입국 제한을 반대하는 위압적 자세와 같은 사례들이 중국의 속마음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중국의 욕심은 북한을 동북3성에 추가하는 제4성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은 중국의 이익에 거스르지 못하는 핀란드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웃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적 자긍심까지 버리는 길은 피해야 한다. 1948년 건국 이후 이룬 성취를 바탕으로 상호존중하는 관계를 아들딸들에게 넘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 21세기 국제환경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근대화에 앞선 일본이 대두하기 전까지 중국은 우리가 절대 순응해야 하는 제국이었다. 그러기에 임오군란 후 조선에 파견된 위안스카이(袁世凱)가 가마에서 내리지 않고 궁궐에 들어가는 행패를 부릴 수 있었다. 미국이라도 이를 제어할 힘이 없던 시기였다. 한반도가 일본에 먹힐 당시에도 미국은 힘을 쓸 처지가 아니었다. 지금과는 천양지차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대전 와중에 미국이 세계패권을 차지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유일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을까? 트럼프의 언행은 불안하지만, 3권분립에 의한 집단지성과 자유민주주의의의 기본 이념은 살아 있다. 한국의 반미인사들조차 자식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현상 자체가 아직도 상당 기간 미국의 패권이 계속될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만에 하나라도 중국이 패권경쟁에서 이긴다고 가정한다면, 중국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규범을 무시하고 전국시대의 패왕처럼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국이 듣기 싫다 하더라도 원칙에 벗어나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침묵한다면, 당장은 좋아하겠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얕잡아 보는 구실을 주게 된다.

우리의 주관과 자긍심을 확실히 하고 국제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여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과거 식민종주국이었던 일본과의 관계도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발전시켰듯이, 중국과의 관계도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장, 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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