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교회의 적화(赤化) 볼 수 없어...고령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이 한 몸 주님께 바쳐 도움 구하는 것 뿐”
지난달 30일 순교를 결심하고 단식 시작한 끝에 지난 22일 세상을 떠난 故강남수 씨의 영결식, 26일 오전 대한문 앞에서 엄수돼

1
지난 22일 세상을 떠난 고(故) 강남수 씨의 애국국민장(愛國國民葬)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26일 오전 11시 엄수됐다.(사진=박순종 기자)

‘조국의 적화(赤化)와 천주교회의 좌경화를 막아 달라’는 기도를 하며 24일 간 단식을 이어오다가 지난 22일 세상을 떠난 고(故) 강남수 씨의 애국국민장(愛國國民葬)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26일 오전 11시 엄수됐다.

고인은 지난 1934년 3월20일 경기 안성시 보개면 양곡리 옹기마을에서 5대(代)째 천주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고인이 태어난 마을은, 첫 방인(邦人) 천주교 성직자로, 순교의 길을 걸은 김대건 신부(神父)의 성해(聖骸)가 묻혀 있는 ‘미리내성지(聖址)’가 멀지 않은 곳으로, 천주교 신자들이 조선 조정(朝廷)의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마을 중 하나라고 한다.

안성 소재 천주교 계열 미션스쿨(종교학교)인 안법중·고등학교 재학중 서울 서라벌고등학교로 옮겨 중등 교육과정을 마친 고인은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에서 학위를 받은 후 지난 1963년 입직해 1986년 퇴직 때까지 24년 간 경찰 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봉사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이를 개탄한 고인은 생전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이 주최해 온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 태극기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오다가 “종북 주사파 정권 때문에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과 정치 사제들로 인해 천주교회가 공산 혁명의 기지로 변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 “고령의 불편한 몸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단식밖에 없기 때문에 이 목숨이라도 바쳐 하느님께서 대한민국을 도와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며 서울 강서구 소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화곡2동성당 앞에 간이 천막을 설치하고 지난 3월30일부터 ‘순교’를 각오한 ‘변칙 없는 단식 농성’에 돌입, 단식 시작 24일째인 지난 22일, 향년 87세로 운명했다.

고인이 처음 순교 의지를 밝힌 이계성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대수천) 회장을 비롯해 고인의 가족이 고인의 단식을 극구 말렸지만 고인의 뜻을 끝내 꺾을 수는 없었다.

1
이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엄수된 고 강남수 씨의 영결식 현장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사진=박순종 기자)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30분 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엄수된 고인의 애국국민장 영결식장에는 김문수 전(前) 경기도지사, 이계성 대수천 회장 등의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들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수의 시민들이 대한문 앞에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고인이 지난 40년 간 매일같이 출석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화곡2동성당 관계자 등 천주교 교계 인사(人士)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점과 관련해 탄핵 무효와 법치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 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성문 씨는, 영결식장 연단에 올라, 그의 사인(死因)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는 백남기 씨의 장례미사가 지난 2016년 11월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집전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화곡2동성당은 강남수 씨를 쫓아내고 금줄을 치고 퇴거소송을 내고 하루 50만원의 벌금까지 메겼다”며 “교회는 (강 씨에게) 주차장의 한 모퉁이조차 내어주는 데에 인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40년을 같이 지낸 식구를 그렇게 내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고영주 변호사, 김문수 전(前) 경기도지사, 이계성 대수천 회장, 손상윤 뉴스타운 대표 등이 연단에 올라 각각 추도사(追悼辭)를 바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대수천의 이계성 회장은 “(고인은 생전) ‘대통령이 천주교 신자인데, 어떻게 나라를 이 꼴로 만드느냐……대통령 때문에 내가 천주교 신자인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면서 “5일장을 하는 가운데 목사들이 수많은 화환을 보내올 동안 천주교 신부는 한 사람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천주교 신부 5600명 가운데 500명이, 빨간 물이 든, 좌경 신부인데, 이 신부들이 겁이 나 나오지 못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우리나라에 (천주교) 순교자들이 많은데, 그 순교자들은 모두 천주교회를 위해 순교했다”며 “강 베드로 형제님(고 강만수 씨)은 천주교회가 아니라 사제들의 잘못을 고쳐달라고 하며 예수님께 자기 몸을 바쳤다”, “붉은 사제들이 옷 벗지 않으면 우리가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문 앞에서의 영결식이 끝난 후 고 강남수 씨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돌아 시신 기증이 예정돼 있는 강남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한편, 강 씨의 영결식장에는 서울 중구 소속의 공무원들이 공무수행용 차량을 끌고 나타나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식장 곁을 지키다가 영결식이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떠났다. 이들이 현장에 나타난 목적은 강 씨의 영결식 엄수와 관련해 위법 사항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결식을 주최한 국본 측 관계자는 “여차하면 우리 영결식을 ‘불법집회’로 간주해 고발하려 현장에 나타난 것”이라며 “고 강남수 선생의 영구차 행렬에 만장을 뒤따르게 하지 못 한 것은 만장이 움직이게 되면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
시민들이 고 강남수 씨의 영구차 앞에 헌화하며 강 씨의 명복을 빌고 있다.(사진=박순종 기자)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