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총선에서 국민들이 <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갖가지 평가는 2%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국민들이 <민주당에 끌려갔다>는 워딩이 더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이번 선거는 상식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이를테면, 문정권 3년 여의 실정이 너무도 큰데, 코로나 때문에 반전이 일어났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코로나가 자영업자들을 살려준 것도 아니고), 통합당의 막말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다고 평가하는 종편패널들도 있던데, 그럼 민주당쪽의 막말들은 왜 국민들이 문제삼지 않았나? (진중권도 막판 통합당의 막말이 문제였다고 평가하던데,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를 생각해 본다. 이번 선거는 상식적으로 누가 보아도 통합당이 압승해야 하는 찬스인데, 도리어 민주당이 압승을, 그것도 과반 정도보다 더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은 이전 모든 선거 사례를 보더라도 너무 상식을 벗어나지 않나. 도대체 민주당이 3년 동안 나라를 다 말아먹고도 압승을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가. 보수 진영이 무얼 잘못 예측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은 베네수엘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베네수엘라는 경제가 거의 폭망한 나라이지만, 국민들이 아직도 마두로 정권을 찍고 있으니까.

그 이유를 아는가?

그것은 바로 차베스 정권 때부터 국민들의 편을 갈라 정권 편을 드는 사람들에게 계속 세뇌시켜 온 것, 그러니까 베네수엘라를 망치는 것은 민간기업(재벌)이고, 강대국(미국)은 이들과 한 편이라는 것, 그리고 경제가 나빠지는 건 부자들이 돈을 해외로 빼돌려서 그렇다는 둥, 철저히 이분법적 프레임을 만들어 국민들로 하여금 부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준 때문이다.

사실은 국가가 민간기업을 국유화하고, 국민들에게 선심성 복지를 무차별 뿌린 탓에 국부가 다 망가진 것을 숨기고, 해외로 부자들이 돈을 다 빼내가서 그렇다고 선동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국민들은 정권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한국도 똑 같은 방식을 집요하게 3년 동안 구사해 오지 않았나. 진보와 보수, 촛불과 태극기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박근혜 세력은 박정희 때부터 내려온 반민족 친일 수구 세력이라는 것, 문정권 자신들은 진보, 양심 세력이고 적폐를 청산하는 정의로운 그룹이라는 것, 때문에 통합당은 바로 그런 수구 꼴통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MBC, KBS, SBS, JTBC, 한겨레, 경향 등 주류 관제 언론들이 도배질을 해 왔기 때문에 통합당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그것은 꼴통들이 하는 짓이라고 지레짐작하도록 국민들이 세뇌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4.15총선 패배 원인을 어느 오피니언 리더가 정확히 집어낸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통합당에 메시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민주당의 그 프레임 씌우기를 깨뜨릴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그것이 없이 민주당에 끌려간 것이 패인이라는 것이다.(예컨대, 민주당이 4인가족 100만원을 말하니까, 황교안이 한술 더 떠서 1인당 50만원을 주자고 한 것이라든지...... 그렇게 하면 중도표가 모두 통합당으로 올 거라고 착각한 거다. 실제로 2030세대들이 '통합당은 수구 꼴통이라서 민주당 따라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줄 모르고.)

때문에, 통합당은 진작부터 왜 다음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못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 보수는 보수주의(수구)와 다르다! 오히려 민주당이야말로 수구 좌파이며, 진정한 보수야말로 진보적임을 강력히 어필했어야 했다. 조국 사태와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은 좌파의 수구성을 알리는 호재였는데, 이런 메시지를 엮어내지 못했다.

2) 반공과 반공주의(색깔론)는 다르다! 북한의 실제적인 대남공작 사례를 파헤쳐 요즘도 실재하는 간첩의 존재를 알려서 색깔론이 아닌 반공의 필요성을 역설했어야 한다.

3) 민주화세력과 종북세력은 다르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민주화세력으로 신분을 세탁한 종북 세력의 실체를 알리고 30년 동안 암약한 종북의 실체를 대대적으로 알렸어야 한다.

4) 국가와 민족은 다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알리고, 철지난 친일 타령을 21세기까지 끌고 오는 진부함을 성토했어야 한다. 그래서 어설픈 민족 타령은 집어치우고 동맹의 중요성을 알리고, <민족공조>와 <국제공조>라는 투트랙의 허구성을 홍보했어야 한다.

5)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과 연방제 통일 방안은 다르다! 역사상 이질적 체제의 연방이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연방제가 왜 공산화로 가는 중간 단계인지를 알렸어야 한다.

결국, 통합당은 이런 좌파 프레임을 깨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었어야 일찍부터 전교조로부터 세뇌되어 온 3040세대의 그릇된 인식을 깰 수 있는데 이번에 그것에 실패한 것이다.

김종현 독자 (한의사/캐나다 밴쿠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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