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n번방 TF "여권인사 연루 '주말 한방' 폭로는 와전됐다"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않고 유포하면 안돼" 여지
"n번방 약물-性착취 피해자들 '버닝썬'에도 있었다...'소라넷'부터 반복된 반인륜 성범죄 수사, 與圈서 멀어진 게 본질"
n번방 TF팀을 '반인륜·성착취 범죄 대책위원회'로 격상시키기로 "가해자들 영원히 격리될 안전사회 만들 것"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을 닷새 앞둔 10일 오는 주말쯤 여권(與圈) 인사가 텔레그램 'n번방'에 연루됐다는 내용을 폭로할 계획이라고 '군불때기'에 나섰다가, 돌연 "제보에 여권 인사가 포함된 건 사실이지만 명단을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말을 바꾸는 엇박자를 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종로구 총선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아들이 n번방에 연루됐다는 설마저 돌았지만, 통합당 측 n번방 사건 태스크포스(TF)팀은 "명확하게 팩트체크를 하면 이낙연 위원장 자제는 n번방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친문(親문재인) 방송인 김어준씨, 그와 결탁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이 통합당에서 '당내 n번방 사건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 퇴출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던 것을 빌미로 '정치공작 프레임'을 씌운 데 대해 "여당 대표가 처참한 여성피해자들의 눈물을 정치공작의 재료로 삼는다"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가운데)과 조성은 텔레그램 n번방 근절 대책 TF 위원(오른쪽 두번째),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김상교 씨(왼쪽 두번째) 등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n번방 피해신고센터 등 n번방 피해 종합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박형준 공동선거대위원장(가운데)과 조성은 텔레그램 n번방 근절 대책 TF 위원(오른쪽 두번째),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김상교 씨(왼쪽 두번째) 등이 지난 4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n번방 피해신고센터 등 n번방 피해 종합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n번방 정치공작' 프레임 씌운 이해찬 與대표에 "왜 이토록 과민반응하나? 자기 진영서 무언가 걸린다는 건지 의심돼"

정원석 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조성은 선대위 부위원장 겸 n번방 사건 TF 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우선 그는 회견에서 "아무리 선거철이지만 정치권에서 문제의 본질을 지나치게 정치공작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며 "여태까지 정치공작만 운운하는 여권과는 달리 통합당은 공당으로서 문제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천명한다"고 했다.

또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겨냥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문제를 얼마나 도구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 대표가 왜 이토록 두려워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왜 스스로 n번방 사건에 과민 반응해 현재 정치권 내 온갖 추측과 정치공작 소설의 주체로 등장하는지 저희 통합당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자기들 진영 내에서 무엇인가 걸린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 아닌가 의심까지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특히 검찰 당국은 현재 검거된 224명의 용의자들의 정보와 신상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명명백백하게 밝혀내 우리 사회의 거대악을 반드시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TF는 '조주빈-경찰, 마약유통 인지' 정황 부각 "버닝썬서 쓰던 '물뽕' n번방서 거래...2018년말부터 성착취 영상 폭증해도 부실수사"

뒤이어 조성은 통합당 n번방 사건 TF 위원은 기자회견문 발표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이번에 또 다시 발견된 오래된 성범죄 중 일부"라며 이른바 '소라넷' '카카오톡 빨간방' '갓갓' 'n번방' 등이 같은 유형으로 반복돼 온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탕작전처럼 시끄럽게 수사를 하는 것 같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여전히 정부여당에선 엇나가 있다(는 것)"고 의미심장한 언급을 덧붙였다.

조 위원은 "인간의 존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n번방 사건의 범죄들은 이미 유사한 범죄들이 숱하게 발생되고 있었다. 밝혀진 내용 중 한가지는 'n번방 조주빈(주범)이 경찰의 마약 검거 때 도와주며 신고포상금과 협력을 했다'는 점과, '마약 사기를 쳤다'는 내용에서 조주빈은 '마약의 구매경로와 유통경로'를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는 경찰도 인지하고 있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불법 '강간 약물', 이른바 '물뽕(GHB)' 거래도 이곳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며 "(버닝썬 사건 최초 폭로자인) 김상교씨 사건 이외에도 마약성범죄, 성착취영상촬영 피해자들이 버닝썬에도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어 "또한 같은 시기 유독 많이 발생하던 약물성범죄 및 그 성착취 영상 거래들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던 2018년 말부터 2019년 이후 계속된 범죄 현황에서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고, 그 숱한 사건들 중에 n번방 사건 조주빈이 친(親)여권 인사 이름을 거론한 후 '9살짜리 성고문 피해자'는 간 데 없고 공작 타령만 남았는지 경악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유사 성고문, 성착취, 반인륜 범죄가 n번방 사건으로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 기존의 n번방 사건 TF 대책위를 범죄 논의 단위를 높이기 위해 <반인륜·성착취 범죄 대책위원회>로 격상시키고, 버닝썬 등 유흥가에서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는 약물성범죄, 그것을 촬영유포하는 미디어성범죄, 아동성착취 고문강요 등 반인륜성범죄를 모두 포함해 이러한 사건 가해자들이 영원히 격리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실제로 TF팀의 위원회 격상 등을 목적으로 함미경·이재섭 신임 위원을 위촉해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n번방 연루 의심 제보에 與圈인사 포함, 명확한 사실관계는 아직" "이낙연 자제분은 무관하다"

정 상근대변인과 조 위원은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n번방에 여권 인사가 연루됐는지에 대해 "많은 제보가 들어왔는데 의심 제보에 여권 인사가 포함된 건 맞다"며 "그런데 여기서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체크한 건 없다. 주말에 '한 방'을 발표한다는 것은 와전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TF를 만든 것은 각종 신고 사례를 접수해 대리 고발을 하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것인데, 이해찬 대표의 정치공작 발언 이후로는 통합당이 무언가 준비해서 한 방 터뜨릴 것으로 본질이 호도됐다"고 덧붙였다. 소위 '이낙연 아들 연루설'에는 "이 위원장의 자제분은 n번방은 무관하다"고 확인했다.

조 위원은 "저희 TF는 단호하게 밝히지만 명단에 (당장 누가 들어있는지) 관심 없다. 수사 과정에서 명단이 밝혀진 바가 있으면 그대로 처벌 받으면 된다. 명단이 저희들이 만든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자꾸 저쪽(민주당)은 자신들이 (연루돼 있다고) 확인한 건지 미리 걱정하는데, 뭘 했는지 관심 없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저는 피해자와 제보자들을 만나는 역할을 하는데, 정쟁 상황이나 자극적 보도를 원하는 분은 단 한 분도 없다"며 "김어준씨나 최강욱 변호사(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까지 공작 타령하는 것에 피해자들은 나쁜 생각을 할 정도로 절망하고 있다"고 여권을 책망했다.

"수사기관 정도로 사실관계 확인을" "피해자와의 공감대 필요" "발빼기 아니다" 폭로 여지는 남겨

반면 정 상근대변인은 통합당이 폭로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TF는 선대위와 분리돼 있다. 지금 (여권 인사가 제보된) 이름이나 의혹만으로도 당 내가 고조된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려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만만찮게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저희가 수사기관 정도의 (정확도를 갖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유포한다면 양치기 소년처럼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피해자들이 휘발성 이슈로 사용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부분에서 컨센서스(공감대)가 이뤄지도록 해 조심스럽게 사건 본질을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를) 철회했다거나 발 빼기 이런 게 전혀 아니다"라며 "아무리 당 내 공분이 있고 유혹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실무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발표)할 수 없다고 밝혔을 때 선대위에서 이해하고 그런 부분은 저희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어준-이해찬 "野 정치공작 준비" 이진복 "제보 상당히 점검됐다" 핑퐁에 관심 고조...내용은 '오리무중'

앞서 이진복 통합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여권 인사의 n번방 개입설 주말 공개 여부에 대해 "TF팀에서 다 하고 있다. 구체적인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진복 선대본부장은 전날(9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저쪽(여당)에서 터질 것이 있다. 그걸 막기 위해 (여당 측이) 온갖 방법을 쓰고 있다"며 "많은 제보가 있었고 점검이 상당히 됐다. 주말쯤 국민들이 보시면 가증스러울 것"이라고 한층 확정적으로 언급했었다.

하지만 이날 이 선대본부장의 발언 후 몇 시간도 안 돼 n번방 TF 측에서 주말 폭로와는 거리를 두는 입장을 내면서 '여권 인사 연루 제보'의 내용 자체는 오리무중에 빠진 상황이다.

통합당이 이처럼 '시동'을 걸기 전부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친문인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누군가 총선용 정치공작을 2, 3개 준비한 것 같다. 이번 주말에 터뜨리려고 하는 것 같아 대비하겠다"며 정치공작 프레임을 미리 씌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보다 먼저 김어준씨가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통합당이 n번방 사건을 정치공작에 이용하려는 것 같다며 "민주당 쪽에서 강한 여성과 30·40대에게 충격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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