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주류 30대 중반~40대 유권자에 "논리가 아닌 거대한 무지와 착각"...징계논의마저 오갔다가 '엄중경고' 일단락

김대호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서울 관악구갑 후보.(사진=연합뉴스)

黨선대위 공식회의서 "30대 중반~40대는 한국 성장 구조적 원인과 동력 몰라, 태어나 보니 살만한 나라였다는 것"

제21대 총선 서울 관악구갑 미래통합당 후보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6일 30대 중반~40대 유권자를 특정해 대한민국 발전상에 관해 "논리가 없어 거대한 무지와 착각(에 빠져있다)"이라고 공개 비난해 설화(舌禍)를 빚었다.

김대호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60에서 70대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발전을 이룩했는지 알지만, 30대 중반에서 40대는 그런 걸 잘 모르는 것 같다"며 "30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거듭 30대 중반~40대를 겨눠 "60에서 70대는 컵에 물이 반컵이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3040은 물이 반컵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분들의 문제는 어떻게 (한국이) 이만큼 성장했는지 구조적 원인과 동력을 모른다(는 것)"고 말했다. 이어 "(3040세대에겐) 태어나보니까 살만한 나라였다"라며 "이분들의 기준은 일본이나 유럽쯤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개별 후보의 발언이지만, 통합당에 호의적이지 않고 여론조사상 문재인 대통령 지지세가 가장 높은 30대 중반~40대를 외면하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표가 아쉬운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교안 "그런 발언들 나와선 안돼" 펄쩍...김종인 "개인 한마디를 당의 입장처럼 보도 말아달라, 당 차원 조치 안 한다"

황교안 당대표와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점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특히 통합당은 김 후보에 대한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김 후보의 발언 2시간여 뒤 가진 당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먼저 수습을 시도했다. 그는 "아까 30~40대 발언은 (김 후보가) 운동권 출신에다 (反문재인으로) 변심한 사람인데, 감정적 표현을 쓴 거라서, 나는 그 사람의 성격상 문제로 본다"며 "기자분들이 개인이 한마디 한 것을 당의 입장처럼 보도하는 건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김 선대위원장은 "30~40대가 대한민국의 중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냉정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오늘 30~40대가 서울에서 한국 정치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논란의 무게 자체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김 후보의 경우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 관련 질문을 받고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다. 그런 발언들이 나와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 후보를 징계할 가능성이 있느냐', '김 후보를 제명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당내에서 논의 중이다"라며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통합당이 김 후보를 배제할지에 일각의 관심이 쏠렸고, 당내에선 중앙당 윤리위 차원의 제명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사진=김대호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서울 관악구갑 후보 페이스북 캡처

김대호 후보 "제가 부족하고 과문한 탓, 경솔한 발언 사과드려" 공개사과...선대위는 '엄중 경고' 선에서 종결

하지만 통합당 선대위는 이날 오후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 "김 후보는 오늘 오후 본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했다. 이에 통합당 선대위는 김 후보에 대해 '엄중경고'했다"고 밝혀 경고 조치 선에서 매듭지었다.

그러면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해당 발언으로 상처받았을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당 선대위를 비롯한 모든 후보자들은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대위 입장문 발표에 앞서 김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사려 깊지 못한 제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드려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다만 오늘 제 발언의 진의는 선거운동과정에서 느낀 30대 중반부터 40대 분들의 통합당에 대한 냉랭함을 당의 성찰과 혁신의 채찍이요, 그 문제 의식을 대한민국의 발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깊이 혜량해 달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제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책과 글을 쓰고, 국회의원에 출마를 하게 된 것은 오직 우리 청년과 미래 세대에 기회와 희망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함"이라며 "진의 여부를 떠나 제가 부족하고 과문한 탓이다. 제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국민과 30~40대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어 "또한 분초를 다투고 각지에서 최선을 다 하시고 계시는 미래통합당 후보들께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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