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방역당국-의료계에 "사망자 줄이고 집단감염 막아라", 국민엔 "개인이 공동체 노력 허사로 만드는 일 없어야"
정권 책임의 철저한 '외주화'..."해외유입에 더 강력한 통제 필요, 2주 격리조치 위반시 강력한 법적조치" 지시도
"작은 구멍 하나가 둑 무너뜨리는 법" 文이 직접 비유하자 국민들 "그걸 알면서 중국에 대문 활짝 열었냐" 공분

중국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유입으로 인한 사망자가 박근혜 정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 사태' 39명의 4배수를 넘어가고 있는 31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실패에 따른 책임 인정과 사과는커녕, 흡사 '감독관' 같은 화법으로 일관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제1야당 대표로서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다. 정부의 책임을 부처나 민간에 떠넘기지 말라"고 당시 정권을 질책하던 태도에서 표변한 데 이어, 완전한 '책임의 외주화'로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이날 청와대 영상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작은 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리는 법"이라며 "늘어나는 해외 유입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한 조치와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 지난 1월말~2월초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7차례 이상 촉구한 '우한폐렴 발원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전면금지 조치를 외면한 책임부터 인정하고 이행하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문 대통령이 방역 고삐를 죄었다'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의미를 부여한 기사에 "당신이 바로 그 치명적인 '구멍'이다. 또 유체이탈 화법으로 쇼만 한다" "작은 구멍? 그걸 아는 사람이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나?" "겁나 큰 중국은 안 막고 지금까지 모래 구멍만 막았느냐" "그러면서 야외활동하라고 그러셨어요?" "대만좀 보고 배워라, 모범사례인 대만은 왜 쏙 빼놓냐?" 등 댓글이 쇄도하고 압도적인 비율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영상국무회의 초입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의 대응이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태가 서서히 진정돼가고 있지만 확실한 안정 단계로 들어서려면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국내 우한코로나 확산 사태를 두고 "곧 종식될 것"이라고 '허언'을 했던 것에 비하면 함부로 낙관하지 않는 방향으로 태도가 변화했다고 할 수 있으나, 국내 희생자만 160명을 초과하고 있는 재난을 두고 '다른나라와 비교해 국제적으로 좋은 대응' '사태가 서서히 진정돼가고 있다' 등 자의적 주장만 펴는 행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내 사망자 숫자는 별도 언급하지도 않은 채 "거듭 말씀드리지만 사망자를 줄이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다중시설을 통한 집단감염을 막는데 방역 당국의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단 감염이 한 군데 발생할 때마다 국민의 고통이 그만큼 더 커지고, 우리 경제가 더 무너지고 더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무겁게 여겨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누구에게 하는 당부인지 밝히지 않는 화법을 구사했지만, 요양병원 등 집단감염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는 가운데 의료계를 잠정적 문책 대상으로 삼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대통령 자신의 과거 논리대로면 국가적 재난대응의 총책임자라고 보기 어려운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늘어나는 해외 유입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한 조치와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 내일부터 시행하는 해외 입국자 2주간 의무격리 조치가 잘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격리 조치를 위반할 경우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법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작은 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국민 모두가 불편을 감수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때 한 개인이 모두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대한감염학회 백경란 이사장이 지난 26일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일선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며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금지를 해주기 바란다"고 소셜미디어 공개글을 통해 호소했지만 문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묵살한 채 의무격리 조치 실행자, 대상자인 방역당국과 국민에게 "법적 조치"까지 운운하며 압박하고 가르치려 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두달여간 일선 교육청과 교육부 등에서 '오락가락 행정' 논란을 빚어온 개학 연기 문제에 대해선 "지금으로서는 또 다시 학교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아이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내고,지역 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전문가들과 학부모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등교를 늦추면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경험이 없는 일이라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선생님들과 함께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온라인 개학'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시작하기에 앞서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정부는 매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신속한 결정으로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자평하는 한편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공개 언급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모든 부처가 솔선수범해 정부예산이 경제난 극복에 우선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했다.

또 지난주 G20 특별정상회의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을 거론하면서, "코로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간 경제교류의 필수적인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 G20의 입장으로 공식화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무역과 글로벌 공급 체인 붕괴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공동성명 6원칙에 포함되고, 본문에 "(시장 안정성 유지를 위해) 과감한 대규모의 재정 지원을 지속할 것" "국가간 이동과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 협력할 것" 등이 들어간 것이 현 정권의 성과라고 '셀프 치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발을 비롯해 해외입국 전면금지에 나서지 않는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구체적 사례 언급 없이 "특히 우리의 방역 시스템과 경험, 임상데이터, 진단키트를 비롯한 우수한 방역 물품 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우리의 자산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면서 국내적인 대응을 넘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에 기여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문재인 대통령의 3월31일자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다룬 한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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