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휴대전화 확보 후 4개월만에 해제...내부 자료 복사 작업 중
‘윤석열에 미안하다’ 유서 남긴 수사관...靑 선거개입 조사 받기 직전 돌연 극단적 선택
정치권과 법조계, 휴대전화에 백원우 등 선거개입 구체적 지시 내용 있을 것으로 추정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휴대전화에 수사관의 직속 상사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선거 개입을 지시한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백모 검찰 수사관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지난주 해제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유족과 경찰의 참관하에 휴대전화 내부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 수사관이 지난해 12월 초 목숨을 끊은 지 약 4개월 만의 일이다. 검찰은 휴대전화의 잠금 상태를 풀어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주요 단서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수사관은 백 전 민정비서관이 꾸린 ‘백원우 특감반’에 소속돼 있었다. 2017년 말 울산경찰청에서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의 비위 첩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목적으로 울산에 내려갔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김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미는 송철호 당시 후보의 경쟁자였고, 청와대와 경찰의 ‘합작 수사’에 의해 낙선하게 됐다는 의혹의 희생자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에는 백 수사관이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과 나눈 ‘수사 현황’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휴대전화가 사건의 ‘스모킹 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1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백 수사관은 돌연 잠적, 지인의 사무실에서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유서는 윤석열 검찰 총장에게 따로 남긴 것으로, 여기에는 ‘죄송하다. 면목없지만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에 대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해당 수사관에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 수사관의 죽음에 대한 논란이 가열됐다.

한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백 수사관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휴대전화를 확보했었다. 이후 경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되찾고자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반려해 검경 간의 갈등이 촉발되기도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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