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공관위원장도 "박진-박형준 확인은 안 되지만...한선교가 외압 많이 막아줘" 가세
전면 부정은 못한 黃..."통합당-한국당은 자매정당, 합당한 논의했지 도 넘는 건 없었다"

전날(19일)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수정안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가 '반대' 압도적 다수로 부결된 직후 미래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한 한선교 의원이 20일 공천 기간 중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박진·박형준 전 의원에 대한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박진 전 의원은 현재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강남구을 지역구 후보로 우선추천(전략공천)해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친 상태이고,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을 지낸 박형준 전 의원은 앞서 미래한국당 공천을 신청한 뒤 곧바로 철회했다가 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된 상황이다.

한선교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 등 복수 언론으로부터 '황 대표가 박진 전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을 요청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박형준 전 의원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경우가 다 같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당이 앞으로도 만행을 저지를 것 같아서 제가 경고하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라며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연합뉴스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박진·박형준 전 의원의 공천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확인이 안 된다"면서도 "한 전 대표가 외압 등을 많이 막아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진·박형준 전 의원에 대해서 (공천을) 요청받았는데 이런저런 조건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전 대표로부터 들었다. 스쳐 가면서 들은 얘기"라고 부연했다.

그는 "미래한국당의 공천 명단을 통합당 쪽에서 별로 만족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공천 작업 과정에서 모든 창구와 게이트 역할은 한 의원이 맡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의원이 모든 수요를 수렴해 제게 요구를 했던 것으로, 제가 직접적으로 외부에 전화하는 등의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진 전 의원은 통화에서 한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저는 (그동안) 탈당해서 무소속인 상태"라며 "황 대표와 한 전 대표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정치권을 떠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황 대표가 출마할 때도 '정신적으로 응원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공천 문제에 거리를 뒀다.

황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외압 의혹을 원천적으로 부정하지는 못하고 "도를 넘는 것들은 없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중앙선대위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 관련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 "여러 인사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자매정당"이라며 "그에 합당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도를 넘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고 강조를 거듭했다.

'박진·박형준 전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박진 전 의원이 전날 서울 강남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점을 염두에 둔 듯 "공관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 맞는 말씀"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또한 한 의원이 미래한국당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을 향해 날을 세운 것과 관련해 "어려운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소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을 잘 아울러서 가겠다"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에 따르면 익명의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한 의원의 일방적 주장으로, 황 대표가 별개의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해 특정인의 공천을 요청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공천관리위원은 박진 전 의원을 강남을에 공천한 데 대해 "황 대표와 전혀 상관없는 공관위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했다.

한 의원의 경우 전날(19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공병호 공관위'가 지난 16일 내놓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대해 "참 잘한 공천, 괜찮은 공천이었다"고 했다. 최초 명단에서 21번 순번을 부여했다가, 수정안에서 부랴부랴 3번으로 끌어올렸던 '윤봉길 의사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에 대해선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통합당에 "적어도 (순번) 20번 안에 들어가는 명단은 정말 바꾸면 안 된다"며 "그것까지 바꾼다면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통합당에서 곧바로 원유철·정갑윤·염동열·장석춘 의원이 탈당해 한국당으로 이적하고 새 지도부를 꾸리고 공병호 공관위의 공천안도 백지화할 조짐을 보이자, 황 대표를 향한 '폭로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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