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원 9인 중 4인 공석 때문이라지만...야당몫 발목잡고 대통령몫 2인만 졸속 청문회로 통과시킨 與
文 대선캠프 특보출신 논란 조해주 상임위원 비롯 7인체제 된 중앙선관위, 대통령·대법원장 추천만 5인
선관위원 5인체제면 옛 새누리당-양승태 前대법원장 추천 김현태·조용구 위원 없이 전체회의 의결 불가
이승택·정은숙 2인 '2시간 청문회'로 졸속 보충, 이론상 문재인-김명수 추천몫 위원만으로 의결 가능해져
남은 2인 공석은 총선 이후 채워질 듯...野추천 김대년 발목잡고 조성대는 행안위에 선출안 올린 與

지난 3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승택, 정은숙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승택, 정은숙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사진=연합뉴스)

총 9명의 선거관리위원 체제로 운영돼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몫 2명 선관위원만 '졸속 청문회'를 거쳐 보충돼 4.15 총선 직전까지 7인 체제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회가 추천해야 할 몫의 선관위원 2명 인선은 불발된 채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 특보로 이름이 올랐던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이 임명 강행된 이래, 친여(親與)로 크게 기운 선관위가 '여당 국회의원 겸직' 법무·행안부 장관과 공조를 이루며 21대 총선을 주관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7일 오전 이승택·정은숙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중간 절차를 생략한 채 강행했다. 

행안위는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상정·의결하고 곧바로 인사청문회를 열었으며, 서면 질의 등의 절차나 증·참고인도 없이 2시간20분 만에 '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해 국회 내 절차를 마쳐버린 것. 대통령 추천 몫의 선관위원들은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임명할 수 있다.

전혜숙 행안위원장은 청문회를 개시하면서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도 없었고, 자료제출 요구는 청문회 후 제출하면 청문보고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모두 청문회 개시 전 요구를 받고 의결되는 게 상식인 사항들을 청문회 후 제출하라고 하는 본말전도된 의사진행이었다.

이에 야당에선 졸속 '땡처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청문회를 하는 사정을 국민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 임기 말에 땡처리할 것이 있고 안 할 것이 있는데 저도 엄청난 부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두 시간 남짓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전혜숙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일정을 계속 잡으려고 했는데, 합의가 잘 안 됐다"며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고, 여러 번 재촉했는데 어떻게 할 수 없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동안 중앙선관위원 9인 중 3인의 자리가 장기간 비어있었고 지난 16일부로 여야 공동추천 몫이었던 김용호 선관위원의 임기가 끝나 '5인 체제'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선관위 전체회의는 9명 중 5명 이상이 출석하면 출석위원 과반으로 의결하는 구조여서, 5인 체제로는 단 1명이라도 불참할 경우 회의 의결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는 2인을 '졸속'으로 채워넣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임명되지 못한 나머지 2석은 국회 추천 몫인데, 2인 중에서도 민주당이 추천한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행안위에 선출안이 올라간 반면 통합당 추천 인사인 김대년 전 선관위 사무총장은 여당이 가로막고 있다. 김한표 통합당 의원은 "민주당이 제대로 된 이유 없이 김대년 전 사무총장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며 "선관위를 정부·여당 입맛대로 움직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15 총선 전까지 여야 추천 몫 선관위원 2인의 임명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7인 체제 중 그나마 현 여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인사는 옛 새누리당 추천 몫의 김현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 몫의 조용구 선관위원으로 보인다. 두 선관위원은 2015년 11월과 3월 각각 임명돼 오는 2021년 임기 6년을 마치면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이제 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추천 몫으로 임명된 선관위원 5명 만으로도 전체회의 일방 진행이 가능해져, 일부 유권자들이 의심하는 선거부정과 야당탄압성 선거관리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라지는 격이 됐다.

한편 청문회를 통과한 이승택 후보자는 사법시험 32회에 합격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를 역임했다. 정은숙 후보자(사시 41회)는 보건복지부 자문변호사,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이 후보자를, 지난 9일 정 후보자를 선관위원으로 내정했다. 

청문회 실시 당시 이 후보자는 '만18세로의 선거연령 하향' 관련 김영호 민주당 의원이 의견을 묻자 "학생으로서 선거권을 행사하는 게 교육적인 부분에서 어떨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정 후보자는 "학교 밖 청소년과의 형평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민주시민 교육 강화로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모호한 대안을 언급했다.

정 후보자는 윤재옥 의원이 이번 총선에 일방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일반국민의 이해 정도를 묻자 "이해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채익 의원이 중국발 우한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자'에게 거소투표, 선상투표를 허횽하는 등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대해선 이 후보자가 "참정권 확대라는 부분과 관련해 적극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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