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공관’ 앞 ‘1인 시위’ 제한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 권고에 이어 “美 대사관 앞 ‘집회 금지’ 통보는 위법” 판결로 승리 이끌어내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 “’집시법’ 예외조항, 좌파 단체들에 이용되고 있어...소송 통해 ‘분란의 씨앗’ 자체 없애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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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KT광화문지사(支社) 앞 도로는 복수의 단체 집회 개최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길 건너 북쪽으로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주한미국대사관이 위치해 있어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매우 큰 곳이기 때문이다.

2020년 2월22일 현재 KT광화문지사 앞 보행자도로(보도) 상에는 무려 11개 단체 명의로 정식 집회 신고가 이뤄진 상태다. 그 가운데 꾸준히 집회를 하고 있는 단체는 ‘민중민주당’이다. 이들은 주한미국대사관 남측 모퉁이 경계로부터 남쪽으로 약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전신주 앞에 ‘북침 전쟁연습 중단’, ‘미군철거’, ‘내정간섭 망언 해리스 추방’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놓고 관계자 여럿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지만 경찰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고 않고 있다.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가 서울 남대문경찰서로부터 ‘집회 제한’ 통고를 받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떻게 ‘외국 공관’ 앞에서의 집회를 가능케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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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외교 공관’ 앞 ‘1인 시위’ 제한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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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4월 국가인권위는 경찰찰이 주한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를 제지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진정인 유 모 씨의 손을 들어주고 당시 종로경찰서장 등에 대해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이미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보도자료)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이룬 4강(强) 진출 쾌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002년 8월30일, 당시 43세의 유 모(某) 씨(남성)가 주한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서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 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도하다가 당시 현장 경비 책임자인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 나 모 경감이 ‘비엔나협약’ 제22조 등을 근거로 “주한미국대사관 정문 앞 ‘1인 시위’를 허용할 수 없다”며 다수의 전경을 동원해 유 씨를 주한미국대사관 남측 모퉁이로 밀어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유 씨는 국가인권위원회(당시 위원장 김창국)에 진정(陳情)했다. 주한미국대사관 경비 등을 책임지고 있는 종로경찰서 측이 유 씨의 ‘1인 시위’를 제지한 것이 ‘적법한 절차’에 해당한다며 크게 반발했지만, 이듬해인 2003년 4월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교 공관’ 앞 ‘1인 시위’ 제한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며 유 씨의 ‘1인 시위’를 제지와 관계된 당시 종로경찰서장 등에 대해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 측이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한 행위를 ‘인권침해’로 본 사유로 ▲진정인 유 씨의 ‘1인 피켓 시위’가 일반인의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 ▲진정인 유 씨는 피켓을 들고 혼자서 조용히 서 있었을 뿐, 공관에 위해가 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 ▲‘1인 시위’는 ‘집시법’ 상의 ‘시위’ 개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 공관’의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점 ▲‘비엔나협약’에는 ‘1인 시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 ▲‘비엔나협약’ 제1조가 말하는 ‘공관 지역’은 공관장(公館長)의 주거를 포함해 공관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과 건물의 부분 및 부속토지를 말하는 것으로 진정인 유 씨는 ‘1인 시위’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 ▲‘표현의 자유’는 민주 정치의 전제이자 다른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므로, 진정인 유 모 씨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시위의 시간·장소·방법 등이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공권력 등에 의해 변경 또는 훼손됐다면, 유 모 씨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변’ 측 경찰 상대로 한 ‘집회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각하(却下)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난 2016년 2월, ▲김자연 ▲김종귀 ▲김진형 ▲남성욱 ▲하주희 등,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소속 변호사 5명이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하 ‘사드’) 기지 설치 반대를 주장하며 주한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를 시도하던 도중 종로경찰서 측으로터 제지를 받는 사건이 다시 일어났다.

‘민변’ 측이 주장한 주한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의 정당성은 이들이 지난 2016년 2월19일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당시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당시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1인 시위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신청서에 잘 드러나 있다.

당시 ‘민변’ 측은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제한을 받지 않는 행위이므로, 국민 누구나 원하는 시간·장소·방법에 따라 ‘1인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지난 2003년 유 모 씨의 사례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종로경찰서장 등에게 ‘인권교육’을 권고하면서 경찰 측이 유 씨의 주한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를 ‘인권침해’라고 본 사유와 같은 취지에서 주한미국대사관 앞 사드반대 ‘1인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민변’ 측의 가처분 신청을 검토한 당시 재판부는 “민사집행법상 보전처분은 민사판결 절차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것이므로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으로 행정기관의 어떠한 행위를 금지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민변’ 측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却下·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 해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부 임의로 소송을 종료하는 것)했다.

‘평통사’, 서울 종로경찰서 상대로 승소...서울고등법원, “美 대사관 앞 ‘집회 금지’ 통보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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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박순종 기자)

그 무렵, 주한미국대사관이 종로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대사관 주변 100미터 이내의 집회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지난 2016년 9월2일 당시 재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제보를 받은 한겨레신문의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주한미국대사관 키스 번 보안국장 명의로 작성된 공문을 통해 “대사관 측은 ‘대사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다’고 한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사건번호 2015구합77967)을 우려하고 있다”며 “경찰 당국이 대사관의 안전 거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이 대사관 시설과 직원에 대한 안전·보안을 보장하기 위한 신중한 조처가 될 것”이라는 뜻을 관할서인 종로경찰서 측에 전했다.

공문에서 주한미국대사관이 지적한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이란 ‘주한미국대사관 주변에서의 집회 금지’를 통보한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이하 ‘평통사’)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평통사’ 측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의 같은 해 6월 판결을 말한다. 당시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지난 2016년 6월16일 ‘평통사’가 “주한미국대사관 인근 집회 금지 조처를 취소해달라”며 종로경찰서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규모 집회, 시위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외교기관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개최해도 된다’는 ‘집시법’ 예외조항을 들어 경찰의 조처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당시 ‘평통사’ 측 소송 대리는 지난 2012년 ‘민변’ 사무처장을 지낸 박주민(現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이공이 담당했으며, 1심 재판 때에는 ▲곽경란 ▲김소리 ▲김철호 ▲박주민 ▲박진석 ▲양홍석 ▲허진민 등 7명의 변호사가 참여했다.

1심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에 불복한 종로경찰서는 항소(抗訴)했지만 같은 해 12월 서울고등법원(2심) 역시 ‘평통사’의 집회 및 시위가 ‘집시법’ 제11조가 정한 ‘예외사항’(평화적 집회)에 해당한다고 보고 ‘평통사’에 대한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으로 ‘평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사건번호 2016누53144). 이후 종로경찰서는 동(同) 건에 대한 상고 진행을 포기했다(사건번호 2016두65381).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 “’집시법’ 예외조항, 소송 통해 삭제될 수 있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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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8일, 서울 남대문서를 방문한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는,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내용으로 집회 신고서를 작성했지만, 이틀 뒤은 지난 2월20일 남대문경찰서로부터 ‘옥외집회 제한 통고’를 받았다.(사진=박순종 기자)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의기억연대’ 등은 자유롭게 집회를 허용하고 있는데,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같은 경우에는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고발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죠.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난 2월1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펜앤드마이크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오 씨는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제한을 받지 않는 행위이므로, 국민 모두에게는 원하는 시간·장소·방법에 따라 ‘1인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주한중국대사관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1인 시위’를 하려 했던 유튜버 김현진 씨를 경찰 측이 임의로 공권력을 사용해 몰아낸 점을 지적하고 “‘외국 공관’ 주변에서 좌·우가 충돌하고 있는데, 이같은 ‘분란의 씨앗’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등, 어떤 외국에 대해 항의의 의사 표시를 하고자 한다고 해서, 해당 국가의 국내 소재 공관 주변 100미터 이내에서 꼭 집회를 열어야만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 씨의 주장에 따르면 ‘외국 공관’ 주변 100미터 이내의 지역에서 집회를 열 수 없게 되더라도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가 크게 침해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 씨는 또 “우리 우파는 ‘외국 공관’ 주변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집시법’ 제11조가 정한 예외 사항들은 마치 좌파 집회를 위해 마련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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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가 개최한 주한중국대사관 앞 집회 참가자가 사진 촬영을 위해 중국대사관 정문 앞에 섰다.(사진=박순종 기자)

이어서 그는 ‘외국 공관’ 주변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집시법’ 제11조가 정한 예외 사항들을 삭제하는 것은 헌법이 그 전문(前文)과 제5조 1항을 통해 선언한 ‘국제평화주의’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씨는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의 우리 집회를 경찰 측이 막는다면, 자유법치센터의 장달영 변호사와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재판부로부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이끌어내 ‘집시법’ 제11조의 예외 사항들이 삭제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아무리 못 해도, 소송을 통해, 앞으로 우리도 주한중국대사관 코앞에서 집회를 열 수 있게는 되지 않겠나?”하는 질문을 던지고는 집회 준비를 마저 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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