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합의 거친 30년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가능할지는 미지수

국토교통부가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높이는 내용으로 강화된 새로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5일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재건축 규제를 위해 안전진단 기준의 항목별 가중치를 구조안전성은 2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주거환경은 40%에서 15%로 내리는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30점 이하이면 '재건축', 30~55점은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판정이 내려진다.

지금까지는 구조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주차난 등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단지는 재건축을 할 수 있었는데, 새 기준이 시행되면 재건축이 붕괴 위험이 있을 정도로 낡은 아파트에만 허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민원이 이어졌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주차장이 매우 협소하거나 화재시 소방차가 단지 내로 들어와 진화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단지의 경우 주거환경 항목 점수가 기존보다 낮아지도록 세부 항목의 가중치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거환경 항목은 세부적으로 9개로 구성되는데, 이 중 '세대당 주차대수'와 '소방활동의 용이성'을 합한 점수 비중을 현행 37.5%에서 50%까지 올릴 예정이다.

'세대당 주차대수'의 경우 최하 등급을 받는 기준을 '현행 규정의 40% 미만'에서 현행 규정의 60% 미만'으로 완화한다.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다른 항목 평가와 상관없이 주거환경 평가에서 '과락' 수준인 E 등급을 받으면 구조안전성 등 다른 평가 없이 바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구조안전성 평가에서 점수가 많이 나와도 주거환경 점수가 매우 낮아져 전체적으로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게 되는 단지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항목이 최하점을 받더라도 재건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석호 부장은 "주거환경 평가 항목만 해도 두 가지 외에 사생활침해, 도시미관, 일조 환경, 침수피해 가능성, 에너지 효율성 등 9개로 나뉘어 있어서 재건축 가능 여부는 평가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기준 변경으로 주차나 소방시설이 열악한 곳은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이 다소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얼마나 혜택을 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민간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도 "안전진단 평가 항목이 구조안전의 가중치가 50%나 되기 때문에 주거환경분야에서 '과락'이 나오지 않으면 사실상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양천, 송파, 마포구 등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에 반발하고 있는 주민들 사이에도 "재건축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보다는 "성난 민심 달래기 수준"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의견이 많다.

양천연대시민연합 최신구 운영위원은 "내진설계 안된 곳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고 주차대수는 가중치를 늘려봤자 전체 안전진단에서 주거환경등급 비중이 높지 않아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다"며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니까 무시할 수 없어서 내놓은 안에 불과하고, 실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가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해봐야겠지만 주거환경평가에서 E등급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5일 시행을 앞두고 주민 의견을 일부 반영해 절충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구재건축공동대책위원회 최재형 위원장은 "요즘 한 집에 차가 2대씩 있는데 가구당 1대인 과거 기준을 적용해 주차대수를 평가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주차 문제만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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