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 보건소에 증상 호소했지만...집안에 자식 셋과 부인 있는데도 ‘자가 격리’ 지시
고열에 쓰러지고 나서 출동한 구급대...의료진은 폐렴 확진 후 기다리라며 집으로 보내
보건소 직원에 부실 대응 지적하자 “아픈 건 본인 잘못 아닌가요” 인면수심 대답
“내가 사망한 뒤 우한폐렴 양성반응 나오면 내 인생과 가족의 생명 누가 지켜주나” 울분
선별진료소, 신천지 관련자 공짜로 우선 진료...노인들 진료비 17만5천 감당 못해 발길 돌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최근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한 대구 시민이 눈물의 청원을 올려 화제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관련 정부의 부실한 매뉴얼을 지키다 이 지경까지 왔다는 청원자의 지난한 과정이 절절하게 소개된다. 폐렴 확진과는 별도로 우한 폐렴이 확정되기까지 입원이 안 돼 자가 격리해야 하는 모순, 집안에 부인과 나이 어린 자식들이 있음에도 보균자로 함께 지내야 하는 40대 가장으로서의 아픔, 신천지 교인들을 우선 검사하는 국가의 역차별 등이다. 27일 기준 이 청원은 4만6149명의 동의를 얻어 관리자 검토 중이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구 시민입니다. 지금 너무나 분하고 슬프고 아픕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구는 정말 지옥”이라고 표현한 청원자는 글을 통해 폐렴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닷새간의 고생을 호소했다. 우한 폐렴이 창궐한 대구 실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대로 느껴질 만큼 사실적이다. 대통령과 질병본부의 보도진을 향한 말잔치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청원자는 신천지와 해외여행과는 무관하게 지난주부터 폐렴 징후를 느꼈다. 기침과 미열이 잦아들지 않아 남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었고 자가 격리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집에는 부인과 4세 쌍둥이, 6세 큰딸이 있다. 모두 2차 감염에 취약하다. 우한 폐렴 보균자일지 모르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물렀다.

하지만 열이 오르기 시작해 방도를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으로 대구 지역선별 치료소를 검색해 전화해봤다. 5군데 다 통화 중이었다. 질병관리국은 더욱 더 통화가 되질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26일 오전에는 열이 39도까지 올라 쓰러졌다. 그제야 구급차가 와서 그를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로 후송해 검사를 받게 했다. 그러나 검사 실태도 정부 매뉴얼과 다르지 않았다. 폐 사진을 촬영해 왼쪽 폐가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의료진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최대한 빨리 검사해도 내일은 돼야 한다”며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당뇨와 혈압이 있다고 응급치료를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이 있어서 병원 진료가 불가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남부 보건소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직원한테서 돌아온 말은 “아픈 것은 본인 잘못 아닌가요”였다. 그는 신천지 교인과 교류도 없고 해외에서 병을 옮은 것도 아니며 지난 2주간 아이들과 함께 지낸 평범한 가장이다. 국가적 재난에 희생돼 당연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일반 시민이다. 그러나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의 무심한 태도에 그는 울분이 터져 “내가 지금 호흡이 안 돼서 사망하고 뒤에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면 나의 인생과 우리 가족의 생명은 누가 지켜주냐”고 따졌다. 그럼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청원을 통해 선별진료소가 신천지 관련자부터 진료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선별진료소에선 신천지와 관련이 없으면 본인부담으로 17만5000원을 지불한 뒤 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와야 급여로 바꿔 환불해준다”는 것. 그러면서 “돈 없는 노인들은 진료비 17만5000원을 내라고 하니 대다수가 집으로 돌아간다. 나도 돈을 내고 폐렴 진단을 받은 후에 환불받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나는 보건소에서 알려준 매뉴얼대로 5일을 행동하다 이 지경까지 왔다”면서 “대구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선포해놓고 아무런 조치도 마스크 하나 못 사는 이런 상태에서 대구 지역주민들은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걸 부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 도움을 청한다고”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대구에선 우한 폐렴 누적 확진자가 1017명으로 집계됐다. 74세 남성이 13번째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자가 격리 중인 환자 309명(26일 오후 4시 기준)은 병상 부족으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대구 시민입니다 지금 너무나 분하고 슬프고 아픕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구 시민이고요 오늘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폐렴 확정을 받은 46세 남성입니다.

일단 제가 폐렴 확진을 받고도 입원을 할수 없는 상태고 폐렴확진만으로 입원을 할수없고 빠르면 내일 검사결과과 나와야 응금조치를 할수 있다고 해서 4세 쌍둥이 6세 큰딸 와이프 있는 집으로 후송되엇습니다

저는 신천지와 해외여행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2주동안 인근 마트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애들과 함께 지냇습니다 저번주 수요일부터 기침과미열이 있길래 저번주 금요일 남구보건소에 전화걸어 상황을 얘기하니 신천지와해외여행지가 아니니 집에서 자가격리해서 있는게 좋을거다 해서 보건소 메뉴얼되로 집에서 감기약 먹고 있엇습니다

근데 이번주 월요일 37.5도로 미열이 있길래 다시 남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니까 38도가 넘어야 선별치료소에 갈수 있다고 오히려 선별 치료소에 가면 2차감염이 더 문제라 집에서 자가격리치료를 하는게 더 안전하다고 해서 동네 내과에가서 감기몸살 주사 맞고 집으로 왔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으로 대구 지역선별 치료소를 검색하여 전화를 해 봣지만 5군데 다 통화중이엿습니다 또한 질병관리국은 더욱더 통화가 되질 않았구요

그래서 집에서 약먹고 격리 치료를 하다고 어제 저녁부터 열이38도 오늘 아침에 열이 39도가 올라서 선별 진료소를 가려고 준비하다 갑자기 쓰러져 119에 전화해서 구급차를 타고 대구의료원 선별 진료소에 도착해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호흡이 힘들다고 하니까 폐 사진을 찍었는데 왼쪽폐가 폐렴이다고 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최대한 빨리검사해도 내일 되어야 한다면서 집에가서 기다리라고 하길래 지금 호흡도 힘들고 제가 당뇨와혈압이 있다고 응급치료를 해달라고 하니 열이 있어서 병원 진료를 받을수 없다고 방벙이 없다고 햇습니다

너무나 황당해서 다시 남구 보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폐렴소견이 나왓고 당뇨와혈압이 있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치사률이 높다고 알고 있어 보건소 직원에게 항의를 하니까 아픈거는 본인 잘못이 아닌가요 하는 말에 정말 화가나서 내가 신천지교인과 교류도 없고 해외에서 옮긴것도 아닌데

이건 국가가 방역이 잘못되어서 일어난 인재 아닌가 하면서 항의를 햇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지역감염으로 인한 피해자고 응급환자인데 혹 제가 지금 호흡이 안되어서 사망에 이르게 되고 뒤에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오면 저의 인생과 우리가족의 생명은 누가 지켜주야고 울면서 얘기를 하니까

보건소 직원도 울면서 미안하다고 최대한 빨리 응급조치를 취해 볼테니까 집에서 혼자 방에 격리해서 기다리라고 얘기만 하며 응급차만 대구의료원으로 보내어서 응급차타고 집에 와서 혹시나 제가 잘못되면 분명 이건 국가가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햇으니까 미리 국민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하는봐 입니다

지금 대구는 정말 지옥입니다 특히 선별진료소가도 신천지와 관련이 없으면 본인부담으로175000원을 부담하고 검사를 받아야하고 양성이 나오면 급여로 바꿔서 환불해준다고 합니다

돈 없는 노인들은 진료비175000원 내라고 하니 거의 대다수가 집으로 돌아가는거를 확인햇습니다 저도175000원을 내고 폐렴진단이 나오고 환불 해주더라고요

지금 대구 모든 진료소는 신천지와 관련있는 사람만 먼저 무료로 검사해주고 일반2차 감염의심환자들은 집에 자가격리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건소에서 알려준 메뉴얼되로 5일을 행동하다 이지경까지 왔습니다 대구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선포해놓고 아무런 조치도 마스크하나 못 싸는 이런 상태에서 대구 지역주민들은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걸 부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 도움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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