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중심 중앙사고수습본부 체제서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
우한폐렴 확진자 "전국 곳곳서 발생" 인정해놓고도 "신천지 집단감염 전후는 다른상황" 면피성 발언
대통령 앞장서 '코로나 종식' 낙관에 '대규모 행사 취소 말라' 권하더니 특정 종교탓 여론몰이
당일 黃 요구한 대구경북 전역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없어..."대구-청도 특별관리지역 지정, 전폭지원" 강조
모두발언 내내 "신천지 관련 감염" "신천지 시설 임시폐쇄" 강조해놓고..."종교 자유 제약하려는 것 아냐"
"다른 종교와 일반단체도 집단 실내-옥외 행사 자제해달라" 대통령까지 기존 反文집회 단속성 언급
의료 전화상담-처방, 의사협회서 "검사 필요한 환자의 적절한 치료 놓치게 할수도" 반발해온 사안

문재인 대통령이 열흘 전 '곧 종식될 것'이라고 낙관했던 중국발(發)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해 23일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정부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한 뒤 "기존의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체계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체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범(汎)부처 대응과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체계를 한층 강화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확진자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대구·경북 상황에 대해선 "대구와 경북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지역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병상과 인력, 장비, 방역물품 등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전폭 지원하는 체제로 바꿨다"며 "정부는 특별관리지역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특별히 대구시민들과 경북도민들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국가와 국민 모두가 여러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당일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가 촉구한 대구·경북 전역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당장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신천지 집단 감염사태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말해 거듭 국가 차원에서 '특정 종교 탓'을 하고 나선 격이 됐다. 감염원인 중국 방문 외국인 입국을 정부가 전면 차단했야한다는 책임론에서 국민들이 눈을 돌리게 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이달 초~중순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운운하며 공직사회 등에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게 바로 문재인 정권의 보건당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 중 거듭 신천지를 겨눠 "새롭게 확진되는 환자의 대부분이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는 집단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방역 체계 속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해 나간다면 외부로의 확산을 지연시키고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책임전가를 이어갔다.

특히 "집단 감염의 발원지가 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며 "주말 동안 기존의 유증상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검사가 완료될 계획이며, 이들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 단계로 들어서면 신천지 관련 확진자 증가세는 상당히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신천지 시설을 임시폐쇄하고, 신도들을 전수조사하며 관리에 나선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다. 신천지 신도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신천지교회와 신도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화상 전화로 연결된 전국 시·도지사들에게도 "주로 신천지와 관련된 감염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시․도지사님들께서 앞장서서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종교와 일반 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번에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다수가 밀집한 가운데 이뤄지는 행사가 감염병의 확산에 얼마나 위험한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타인에게, 그리고 국민 일반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방식의 집단 행사나 행위를 실내뿐 아니라 옥외에서도 스스로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는 장외 반문(反문재인) 집회를 단속하려 해 온 여권의 입장을 대통령의 입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 대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면서 "호흡기 질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해 치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일반 환자에 대해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전화상담·처방과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고 했으나, 전화처방은 대한의사협회에서 강력히 반대해 온 사안이다.

대통령 발언으로 공식화하기에 앞서, 부처 차원의 입장이 나왔던 지난 21일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전화상담과 처방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전혀 사전 논의 및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마치 의료계와도 논의를 거친 것처럼 알려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지역사회감염 확산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 전화상담 및 처방은 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며 "전화를 이용해 상담 후 처방을 하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약국을 방문해 약을 조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약국을 방문한 다른 환자,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고위험군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원내조제의 한시적 허용을 통한 의료기관의 직접 조제와 배송을 함께 허용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용해야 할 대상은 전화상담·처방이 아니라 병원 진료·처방과 제약 기능의 일원화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의협이 6차례나 공개 권고했던 중국발 입국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이날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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