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3월 1일, ‘자유’라는 단어가 광화문 광장에 듬뿍 쏟아졌던 날, 많은 시민들은 처음 보는 서로에게 ‘파이팅’, ‘고맙다’라는 격려를 듬뿍 건네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쳤던 이유는 뭘까. 태극기 휘날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걸으며 문득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파세력이 극우, 친일로 매도당하는 괴롭고 쓸쓸한 현실에서 자유우파 시민들은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청역을 나와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정말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태극기 집회는 과격하고 폭력적이며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만 모이는 집회인가 하는 것이었다. 집회를 이곳저곳 들여다보며 내린 결론은? 웃기는 소리. 특정 단체에 소속된 분들도 많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집회에 나온 경우도 허다했고 어떤 단체에도 소속되지 않고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다니는 일반 시민 분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집회 때 촬영한 ‘수제’ 피켓들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태극기 집회는 지극히 합리적인 목소리로 가득한 일반 시민들의 집회라는 사실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시청역을 나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분은 다소 한가한 뒤쪽 대로변에서 홀로 피켓을 펼치고 서계시던 중년의 남성분이었다. 피켓에 적힌 문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며 한국과 미국은 혈맹이다’였다. 사진촬영과 더불어 짤막한 인터뷰를 부탁드리자 흔쾌히 응해주셨고 본인은 동두천에 사는 60세라고 밝혀주셨다. 요약한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다.

Q. 오늘 태극기 집회에 특별히 이런 메시지를 고른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문정인이가 미군 떠나라고 하니까 열불나서 나왔습니다. 오늘 아까 오전 미군부대 앞에서 피켓시위 하고 지금 여기로 왔습니다. 대한민국이 정말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와 동맹이 되어야지 동맹을 깨뜨리면 안 되는 거죠. 그리고 미국이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줬잖아요 감사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민족이 말이 안 되는 거죠 이게, 반인륜 패륜적인 정권(북한)하고 어떻게 야합을 하려고 해요 안 되는 거지 이거는. 미국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이뤄야 하고, 자유통일도 이루어야 되는 겁니다.“

신사적인 말투로 소신을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은 인터뷰였다.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다음 소개해 드릴 분들은 광화문 앞에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분들이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 수호, I want my country back’이라 적힌 수제 피켓을 들고 계셨는데, 영어로 적힌 ‘내 나라를 돌려 달라’는 문구가 신선하고 인상 깊었다. 원래 피켓만 촬영 하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i want my country back’이라 적은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피켓을 들고 계신 20대 여성분께 간단히 질문을 드려봤다.

Q. ‘i want my country back’이라고 적으셨는데, 혹시 어떤 의미로 이렇게 적으셨는지.

A. ‘i want my country back’ 지금 북한에 놀아나는 정권을 보면서 북한을 챙겨주는 정권을 보면서 정말 나라를 뺏긴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 서 계시던 중년의 여성분 또한 북한에 끌려 다니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셨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내 나라를 돌려 달라’는 이 문구는 이곳 광화문에 모인 모든 시민들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낸 문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극기 집회는 ‘자유대한민국’을 도둑맞은 심정으로 뛰쳐나온 시민들의 울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이후에도 집회를 돌아다니는 내내 시민 분들이 직접 만든 ‘수제’ 피켓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비록 인터뷰는 하지 못했지만 많은 시민 분들께서 피켓을 촬영하는 것은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위의 사진에 나온 피켓은 ‘거짓 정권, 가짜 평화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다. 알파벳 ‘O’ 안에 그려진 불만 가득한 표정이 피켓을 만든 분의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수제 피켓에 가장 많이 등장한 문구는 역시 ‘자유’였다. 다양한 주장들이 피켓에 담겨 있었지만, 이 목소리들이 향하는 종착점은 같았다. ‘자유를 지키자’는 것이다. 시민 분들도 자유야 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를 달라던 시대에서 자유를 지키자는 보다 성숙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사진=이재훈 시민기자

귀여운 스티커를 붙인 피켓과 ‘china out’이라고 적은 노란 우산 등, 투박하지만 자유로운 개인들의 방식이 듬뿍 묻어나오는 작품들 또한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china out’이라 적힌 우산 아래 있는 성조기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와 함께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대답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노란 우산을 든 두 여성분께서는 이스라엘 국기가 잘 나오게 찍어달라고 특별히 부탁하셨는데 사진 솜씨가 부족한 나머지 이스라엘 국기를 잘 담아내지 못했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수제 피켓이 태극기 집회에 나왔다. 등산을 갔다가 집회에 급하게 나오느라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했던 것이 한이 될 정도였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기존 언론에서 비추는 태극기 집회의 모습과는 달리, 실제 태극기 집회에는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 가득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려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집회에 뛰쳐나온 시민들의 목소리 말이다.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질 때쯤, 시청역에 들어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돌아가는 길, 오늘 태극기 집회에서 촬영했던 사진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그토록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어째서 이곳 광화문 광장을 가득 매운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걸까? 그 언젠가 광화문 소통 정치를 주장하던 사람은 다른 사람인 걸까. 그에게 있어 아마 이곳 태극기를 든 국민들은 ‘국민’이 아니기에 그런 걸까.

[ 집회 때 촬영한 모든 사진은 사전 허락을 받고 찍은 사진임을 알려드립니다. ]

이재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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