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아카데미 최고 영예 '기생충' 자랑스러움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 겪는 국민에게 큰 자부심"
"사회인식 아주 깊이 공감해, 불평등 해소 목표 삼는데 반대도 많고..." 기생충에 소주성 얻는 文
봉준호 감독 "대통령께서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하신다" 찬사
오찬에 짜파구리 준비한 김정숙 여사, 기생충 포스터에 등장한 '눈가리개' 소품 써 보이기도

중국발 '우한 폐렴'(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최근 이틀간 급증하면서 벌써 100명을 넘고 첫 사망자도 나온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웃음꽃이 가득한' 오찬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청와대에서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것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봉준호 감독 등 영화 제작·출연진들을 불러 점심식사를 했다.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장연환 프로듀서, 한진원 작가, 김성식 조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최세연 의상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배우 송강호·이정은·박소담·최우식·이선균·조여정·박명훈·이정은·장혜진·정지소·정현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김정숙 여사가 2월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이 선물한 포스터로 화제를 모은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등 제작진과 배우들을 초청해 오찬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한국어판 포스터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기생충'이 세계 최고 영화제라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를 얻고, 봉 감독과 송 배우를 비롯한 출연진 스텝, 제작사 모두의 성취에 진심으로 축하말씀 드린다"며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또 오스카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쓴 사실도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기생충'의 자랑스러움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 겪는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고 아주 많은 용기를 줬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햇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발 입국 전면금지 조치 등에서 손을 놓은 이래 코로나19 국내 대유행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2월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월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기생충팀' 오찬에는 작중 식사장면에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식탁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오찬 전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김정숙 여사)가 봉 감독을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며 참석자들과 함께 웃었다. 김정숙 여사는 기생충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눈가리개' 소품을 자신이 써 보이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영화와 자신의 정치관을 결부시키는 발언도 했다.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서 아주 깊이 공감한다"며 "나는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우리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게 또 반대도 많이 있기도 하고 또 속시원하게 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했다. 그는 또 "영화 산업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을 늘리고,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생충' 영화가 거둔 성취와 명성을 앞세워, 실질적 문제 해결보다도 불평등론과 피해의식 유발로 공감을 얻는 좌파논리에 입각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선(善)한 목표로 인식시키는 한편, 좌파진영에 경도된 영화계에 국민세금을 활용한 지원은 늘리면서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봉 감독은 "대통령께서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 보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졌다"며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화답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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