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교섭단체연설서 "검찰개혁, 집값, 임미리 교수 논란 누구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한다더니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창당으로 화제 돌려 "가짜정당, 참 나쁜 정치" 비난...국민에 "정치 백신 돼달라"
제1야당을 바이러스나 질병 쯤으로 빗대며 "민주주의, 정당정치, 국민 눈초리, 체면, 염치도 다 버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촛불예찬론자'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가 취하하면서도 사과를 닷새째 미뤄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8일 이인영 원내대표의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서야 '간접 사과'했다.

'집권여당의 칼럼 고발' 파장이 인 지 엿새째인 이날도 '고발인'인 이해찬 당대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고 '고발 주도인물'로 알려진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대(對)언론 접촉을 회피하는 가운데,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대표를 통해서야 한층 무거운 유감표명이 나온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하겠다. 검찰개혁, 집값 안정, 그리고 최근 임미리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주당을 향했던 국민의 비판적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면서 "우리 내부의 확신만으로 국민과 소통해서는 국민의 폭넓은 동의를 구할 수 없음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집권당답게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하고 더 넓게 포용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어느 한 순간에 우리 역시 국민의 눈에 기득권이 되고 닫힌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잊지 않고 늘 긴장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민생에 집중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이처럼 '내부의 확신만으로 국민의 폭넓은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언급을 했으나, 그 직후 제1야당을 사실상 '정치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등 진정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옛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신설 합당)이 제21대 총선에 '다수의 횡포'로 도입이 강행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응 차원에서 창당한 비례전담 정당 '미래한국당'을 거듭해서 깎아내렸다.

이 원내대표는 미래한국당을 "종이정당이고, 창고정당이며, 위장정당이고 한마디로 가짜정당"이라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참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래한국당을 통해 비례대표 20석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을 두고도 "참 나쁜 정치선동"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국회 제1당이 되고자 미래통합당은 민주주의도, 정당정치도, 국민의 눈초리도, 체면도, 염치도 모두 다 버렸다"며 "국민 여러분이 '정치 백신'이 돼 미래통합당의 정치파괴를 막아달라. 대한민국의 위대한 전진을 지켜달라. 국민 여러분의 단호한 선택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싸잡아 '정치 백신'이 필요한 존재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정치 바이러스' 취급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연말연시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했던 민주당 중심의 4+1 패스트트랙 관심법안 야합 독재, 직전 당대표를 지낸 추미애 법무장관이 자행한 대(對) 청와대 수사팀 해체 검찰 인사 논란에도 '우리부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일례로 "지난 연말, 우리 국회는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검찰개혁과 선거개혁을 둘러싸고 끝도 없는 지루한 논쟁이 이어진 끝에 20대 국회 들어서 처음으로 여야 합의가 아닌 과반의 합의로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야가 충분히 합의하지 않고 법안을 처리한 것을 지적하고 꾸중하는 국민들도 계셨다. 책임이 있다면 모두 제가 짊어지겠다"고 했다.

책임 소재를 즉각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지는 방법을 거론하지도 않은 채 개인이 짊어질 문제로 치부한 셈이다. 이어 "그러나 법안 처리를 주도한 사람으로서 우리 국회가 처한 답답한 현실에 대해서는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특정 정당이 동의하지 않는 법률은 단 하나도 처리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우리 국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야당의 요구에 굴복해 법안 처리를 포기하거나, 또 다른 과반의 합의만으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 밖에 주어져있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제1야당 교섭단체를 무시하고 일방개정된 사례가 없었던 공직선거법 개정, 정권비리 수사 검찰 탄압으로 귀결된 '가짜 검찰개혁' 입법 강행에 '특정 정당이 동의하지 않는' 원인에는 주안점을 두지 않고, 소위 '구조 탓' '야당 탓'으로 일관한 셈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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