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산증인' 92세 방송계 원로의 에세이 모음집, "오늘의 대한민국을 고발한다" 文정권 통렬히 성토
"90넘은 내가 마음 속으로 '위험하다' 외치며 쓰기 시작한 글...文정권 움직이는 사람들 정체를 똑바로 봐야"

"요새 한국 젊은이들, 학생들 대부분은 6·25 전쟁이 미국의 사주를 받은 대한민국 국군이 시작한 전쟁으로 생각한다는 통탄한 말이 들려온다. 말할 것도 없이 좌익계 교직원들의 계획적인 잘못된 교육의 탓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1950년 6월25일 새벽, KBS 라디오를 통해 6·25 전쟁 발발의 제1보를 방송한 아나운서로서 전쟁으로 희생된 240만명의 이름으로, 전쟁의 참화로 고생 끝에 구사일생 살아남은 남북한의 모든 한국 사람의 이름으로, 6·25로 희생된 내 하나밖에 없던 사랑하는 형님의 이름으로, 6·25의 진상을 은폐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좌파들을 준엄하게 고발하는 바이다"

1950년 북한의 6.25 남침과 9.28 서울수복을 '1보 방송'했던 역사의 산 증인 위진록 전 서울중앙방송국(KBS 전신) 아나운서가 만 92세를 맞는 올해 7년 만에 새로운 저서를 냈다. <오래된 출장>, 그 부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고발한다"이다. 올해 2월12일 출판사 '모노폴리'에서 발간했다.

위진록 선생은 6.25 전쟁 도중인 1950년 11월 일본 도쿄에 자리한 유엔군총사령부방송(VUNC)에 출장을 떠났지만, 전세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한달간이던 출장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오래된 출장>은 이후 70년간 공식적인 '복귀' 없이 일본과 미국에서 살아온 그의 특별한 인생경험을 담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저서 제목을 통해서도 드러나듯, 위진록 선생은 자신의 출장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비록 몸은 태평양 건너에 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한시도 거두지 않았다. 위진록 선생의 모국(母國)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고발한다"는 부제와 본문에 녹아들어 있다. 오늘날 한국의 '조국 사태' 등 혼란스러운 내정, 반일(反日)감정 조장, 6.25 역사왜곡의 배후인 '집권 좌파세력'을 비판하는 등의 서술로 승화됐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미 과거의 일이 돼버린 이른바 반(反)권력 투쟁 같은 거 내걸고 '조국 사태'에서 보인 것 같은 국민의 힘을 얕잡아 보는 행태일랑 행여 보여주지 않기 바란다"고 가감없이 충고한다.

<오래된 출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한국은 물론 국내 반일정국과 친공(親공산주의) 분위기 확산에 정치적 쟁점을 다루고 있고, 2부는 국내외의 다양한 문화를 섬세한 필체로 다루고 있으며, 3부는 일제치하로부터의 해방 직전과 6.25 전쟁 계기 본토 체류를 통해 겪은 일본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한일 관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내용을 풀어내고 있다.

위진록 선생은 "나는 분명히 말하지만 자유와 평화를 존중하는 반(反)공산주의자다. 죄 없는 일반인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그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전체주의 독재자가 지배하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다"라며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국민은 오늘날 문재인 정권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서문에서 강조해 뒀다.

아울러 현 집권세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배경으로 "이제 90이 넘은 내가 마음 속으로 '위험하다, 위험하다' 외치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이 글이다"라고 밝혀뒀다.

위진록 선생은 1928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경성역(서울역)에서 역부로 근무하다가 1945년 8.15 해방을 맞이했다. 만 19세 나이로 1947년 서울중앙방송국 아나운서로 합격한 이후 대한민국 건국 초창기의 현장 일선에서 활약했다. 이승만 초대대통령 지방 순시 수행, 백범 김구 선생 장례식 실황중계, 6.25 전쟁 남침 제1보 방송, 9.28 서울수복 제1보 방송 등 역사적 순간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1950년 11월 출장 이후 유엔총사령부방송의 아나운서로서 활약하다가 1972년 미국 으로 이민해 기나 긴 타향살이의 터전을 옮겼다. 이후로도 <위진록의 커먼센스(1999)>, <5분 인물전(2004)>, <클래식 내 마음의 발전소(2011)>, <고향이 어디십니까?(2013)> 등 다수의 수필집, 평전, 음악수상집, 자서전 저술 활동을 활발히 이어왔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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