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 고공농성 돌입 "해외매각 절대 반대"
채권단과 사측이 요구한 '인건비 감축·생산성 향상' 접점 찾기 어려워

노사관계로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한국을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기업은 노조의 강경대응으로 곪머리를 앓고 있다.

2일 오전 금호타이어 노조간부 2명은 해외 매각 반대, 노동자 체불임금 즉각 지급, 미래비전 제시 등을 주장하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한 송신탑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채권단이 해외 매각 철회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송신탑에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무기한 고공농성을 예고했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3,584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지만 경영악화·노사갈등 등으로 인해 2017년 -1,56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작년 중국계 더블스타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문제로 최종 협상 단계에서 무산됐다. 이후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노사 합의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면, 해외 매각 등으로 새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채권단의 만약 경영 정상화 방안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월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1조3000억원에 대해 올해 말까지 만기를 연기해주면서 2월 26일까지 노사가 임금 삭감, 복지 축소, 생산성 향상 등에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시한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7일 노사협상이 결렬되고, 28일엔 법정관리 결정을 3월 말 이후로 미뤘다. 27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고 거기에는 법원의 절차도 포함돼 있다"고 말하며 법정관리를 염두에 두었던 것에 비하면, 노조의 반발을 우려한 정치적인 판단으로 한 발 물러선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노사가 인건비 500억원 감축, 생산성 4.5% 향상 등 경영 정상화 방안에 일부 의견 일치를 이뤘지만 채권단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거부했고금호타이어 사측도 1500억원대 인건비 감축 등이 있어야 영업 이익률을 목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만큼, 양측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접점은 사실상 찾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흑자 전환이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향후 금호타이어는 해외 매각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쟁점은 금호타이어 노조 측은 해외 매각을 하려면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며, 채권단은 협의는 가능하지만 노조의 동의를 받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해외 매각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용 보장이 안 되는 게 틀림없기 때문에 사전에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해외 매각 여부는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것인데 노조의 동의를 받으라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며 "노조와 사전 협의하는 것 이상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재계는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현재 노조의 요구를 맞춰주기 불가능하다. 노사가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내지 않는다면 기존 채권단이나 외부 투자자는 신규 자금을 넣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매각 혹은 법정관리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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