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시 소재 화중사범대학 국학원 원장 및 동료 교수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경고한 8명의 의사들에게 사과하라” 공개서한 작성
中 당국, 국가감찰위원회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리원량 관련 문제 전면 조사 방침...“리원량 입막음 지시한 상층부까지 조사 가능할까?” 의문
친첸훙 교수,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져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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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사망한 30대 중국인 의사 리원량의 생전 모습.(사진=연합뉴스)

“리원량(李文亮)을 순교자로 지정하라”

중국 학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중국 당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중국 전역에서 맹위를 떨치며 중국 내에서만 4만여명의 환자와 9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일명 ‘우한 폐렴’의 원인으로 밝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경고하고 난 30대 중국인 의사 리원량이 지난 7일 ‘우한 폐렴’으로 사망한 데 대한 중국 학자들의 반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시 소재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이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발생 사실을 알리려고 한 8명의 의사들에게 사과하라”는 공개 서한을 작성해 화제다. 주로 관변 학자들로 구성된 중국의 대학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전 세계 언론이 이들에게 주목했다.

해당 서한에서 이들 학자는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잇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집회-결사-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는 중국 헌법의 조항을 인용해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첸판(張千帆) 중국 베이징대학 법학 교수는 중국 정부를 향해 리원량의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또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친첸훙(秦前紅) 중국 우한대학 법학 교수 역시 “이번 사태는 대단히 큰 위기”라면서 “중국의 여론은 지금껏 분열됐지만, 이제는, (리원량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라는, 같은 감정과 태도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중국 일반 대중의 여론을 진단하기도 했다. 친 교수는 또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며 지난 1989년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원량의 죽음으로 중국 내 여론이 들끓자 중국 당국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는 모양이다. 중국 당국은 국가감찰위원회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리원량과 관련된 문제를 전면 조사할 방침이다.

중국 난징대학 정치학 교수인 구쑤는 “국가 고위 기관이 의사 한 명의 죽음에 이렇게 신속하게 조사팀을 파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다만 이들이 리원량을 처벌한 경찰은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이를 지시한 상층까지 조사할지는 의문”이라는 표현으로 회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리원량의 죽음이 알려지고 난 후 몇 시간 만에 중국의 유명 소셜미디어(SNS) 서비스인 ‘웨이보’에서는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의 조회수가 6억7000만건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비슷한 제목의 ‘리원량 사망’ 관련 게시물의 조회수도 2억3000만건을 기록했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도 286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해당 게시물은 중국 당국에 의해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35세의 일기로 사망한 의사 리원량은 중국 후베이성(省) 우한시(市) 소재 우한중심병원(武漢中心病院) 근무 당시인 지난해 12월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근’(SARS·사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확보, 동료 의사 7명과 함께 SNS를 통해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리 씨에 대해 “허위 정보를 퍼뜨려 민심(民心)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리 씨 등 의사 8명을 소환해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작성하게 했다.

리원량의 경우 지난 1월8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났으며, 정밀 검사를 거친 결과 지난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일 병세가 급속히 악화된 리 씨는 7일 오전 ‘기관(氣管) 쇠약에 의한 심정지’(호흡이 불가능해져 심장이 멎음)로 숨졌다.

또,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 장 가지고!’로 시작하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이 메시지를 통해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라는 문구를 묘비에 새겨달라고 그의 아내 푸쉐제에게 부탁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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