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폐렴 확산 대응관련 복지부 차관 브리핑중 언급, "의료진 권장마스크"라는 게 이유
중국發 미세먼지때문에도 수요 늘어온 KF94·99 마스크를 구태여 '일반 국민에 불필요' 권고
정작 지난달 말부터 사스 경험 중국인들 "한국산 KF94 이상 사자" 싹쓸이했는데 제재사례 있나

문재인 정권 보건당국 고위공직자가 6일 중국발(發) 폐렴 유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확산 사태 관련 "일반 국민들의 경우에는 굳이 KF94, KF99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실 필요는 없다"고 발표해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정권 핵심부는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려달라는 민심을 무마하는 데 급급하고, 외교부는 지난달 말 대중(對中) 마스크 300만장 지원 계획을 발표한 뒤 국민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을·초선)이 회장을 맡은 중국유학생단체와 국산 마스크를 중국으로 대거 실어날랐으며, 중국인들의 한국산 KF94·99등급 마스크 사재기 정황이 공공연히 드러난 가운데 '고성능 마스크는 일반 국민에게 필요없다'는 주장을 정부에서 먼저 내놨기 때문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정세균 국무총리 임석하에 진행된 상황점검회의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이 2월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정세균 국무총리 임석하에 진행된 상황점검회의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 자격으로 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유입과 지역사회 확산('방지'가 누락된 것으로 추정)을 위해 범정부적인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무엇보다 각자의 삶에서 개인 위생을 신경써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 차원의 감염 예방책으로 "손 씻기가 중요하다. 평상시 비누로 자주 손을 씻고 비누가 없다면 알코올 손 세정제를 이용하시기 바란다"며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마시라"고 했다.

그는 다음 대목에서 "일반 국민들의 경우에는 굳이 KF94, KF99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실 필요는 없다"며 "이는 의료진에게 권장되는 마스크"라고 했다. 뒤이어 "일상생활에서는 KF80과 같은 보건용 마스크나 방한용 마스크로도 충분히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마스크의 종류보다는 입과 코가 다 가려지도록 틈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F94 등급은 평균 0.4㎛(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차단하는 마스크를 가리키며, KF99 등급은 차단율이 한층 높은 99%에 이르는 제품이다. KF80 등급은 차단율이 80%에 불과해 비단 우한폐렴 사태만이 아니더라도 중국발 초미세먼지 등 차단 효과를 보기 어려워 구매 유인이 한층 떨어지는 제품이다. 

김강립 차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은 비말감염으로써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내보내는 침방울 등이 눈, 코, 입으로 들어가면서 전파가 되기 때문"이라고 권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만에 하나'라는 우려를 안고 스스로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1장을 사더라도 적절한 비용에 고성능 마스크를 쓰고 싶은 일반국민의 심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 중국발 미세먼지 파문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었다가 대중 마스크 헌납 움직임, 중국인 마스크 사재기에 따른 국내기업 발주량 폭증과 품귀 현상이 일고 있는 KF94·99등급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정부에서 권하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해석 역시 나온다. 

이는 또 같은 우한폐렴을 이유로 '마스크 싹쓸이'에 나선 중국인 보따리상과 중국 현지인들 사이에선 과거 2003년 사스(SARS·중증금성호흡기증후군) 사태 경험을 미루어 일반 마스크에 방역 효과가 없으니 '헛돈' 쓰지 말고 반드시 KF94 등급의 한국산 마스크를 구매하라는 속설까지 널리 퍼져 있는데, 정부가 이를 특별히 제지하지 않으면서 낸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편 김 차관은 브리핑 후 '정부가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배경,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비상대책, 방역체계 강화 방안은 무엇인지'를 묻는 언론에는 "현재 국내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2차 감염 추정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자체의 지역 내에서의 확진자들에 대한 치료 역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격리시설의 확보 등 조치 검토가 필요하고 지역자원을 재점검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논의한 후 공식 발표를 할 계획" 등 구체성이 떨어지는 답변만 내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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