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설치한 천막 “불법”이라며 철거한 종로구, 노조 측 천막은 방치...펜앤드마이크 기자가 구청 측에 민원 제기
민원 담당 맡은 종로구 건설관리과 朴 모 주무관, 마감일 다 돼서야 답변 기일 연장...민원 처리 늦춘 사유는 ‘연장’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중인 탈북민 김 씨, “2, 3일 전부터 우리 텐트, 노조 텐트에 사람 와서 사진 촬영”...이제 와 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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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지난 1월20일 종로구청 측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민원이 종로구에 접수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종로구로부터 나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 하고 있다.

내가 종로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의 내용은 서울시 소재 주한(駐韓) 미국대사관 맞은편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서울청사(옛 정부종합청사) 부근에 줄지어 들어서 있는 천막들에 관한 것이었다.

해당 민원에서 나는 “지난 2020년 1월14일 탈북민 이동현 씨의 노숙 텐트는 철거한 반면, 바로 옆에서 노숙중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조(노동조합) 측 텐트는 그대로 놔두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하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종로구청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서 나는 “철거 실시와 관련된 법률적 근거는 무엇이며, 민주노총 등, 종로구 측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텐트 등의 경우, 어떤 법률적 근거로 방치하고 있는지 소명하기를 바란다”며, 종로구 측이 탈북민들이 설치한 천막과 민노총 측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천막들을 구분하고 있는 데 대한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민원은 ‘처리기관이 해당 민원을 접수한 날짜로부터 7일 이내 처리’가 기본 원칙으로 돼 있다. 하지만 민원 내용에 따라서는 최대 1회(7일) 답변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내가 제기한 민원은 본디 1월30일 오후 6시 이전에 처리됐어야 했지만, 해당 민원을 접수한 종로구 건설교통국 건설관리과 박 모 주무관은 민원 처리 마감 기일인 지난 1월30일 오전 9시가 돼서야 제기된 민원에 대해 그 처리 기일을 1회 연장했다.

“나라의 녹(祿)을 먹는 이들이 어떻게 일처리를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종로구 건설관리과 담당자인 박 모 주무관의 이같은 행동에 나는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종로구 측의 이같은 행태는 종로구 측으로서는 굉장히 민감한 내용으로 돼 있는 해당 민원에 대해 종로구 측이 어떻게든 답변을 회피하고자 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으며, 그런 목적에서 답변 작성 마감일인 30일이 돼서야 그 처리 기일을 연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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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를 상대로 제기된 민원의 처리기관 정보. 해당 민원은 2020년 1월30일 오전 9시 1회 연장됐으며, 해당 민원의 처리를 담당한 종로구 박 모 주무관이 작성한 답변 기일 연장 사유는 ‘연장’이다.(이미지=박순종 기자)

그래서 나는 박 모 주무관의 행정 처리와 관련해 “박 주무관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내가 제기한 민원 처리 기일을 1회 연장하면서 박 주무관은 연장 사유를 입력하는 난(爛)에 ‘연장’이라고만 적은 것이 내 화를 더욱 돋궜기 때문이었다.

종로구청 소속 해당 민원의 담당을 맡은 박 모 주무관에게 전화를 건 나는 “기일 연장 사유가 ‘연장’이라는 것은 곧 ‘연장하기 때문에 연장’이라는 뜻인데, 이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민원인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박 씨에게 답변 기일을 늦춘 사유로 ‘연장’은 말이 안 된다며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박 씨는 “고려하겠다”고만 답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인지, 박 씨는 대화 도중 ‘통화중 녹음’을 시작하기도 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박 씨와의 통화 후 나는 종로구 감사 담당 장 모 주무관을 통해 박 모 주무관이 보인 이같은 태도가 ‘무례한 행동’이라며 수 차례에 걸쳐 그 시정을 요구했지만, 박 주무관에게 내 시정 요구를 전달한 장 씨로부터는 박 주무관이 다음 주 월요일(2월3일)에 답변을 주겠다고만 했다는 답변밖에 얻지 못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게 전화 한 통 없다.

내가 종로구 측에 민원을 제기한 것은 지난 1월14일과 1월15일 양일 간에 걸쳐 탈북민 김태희·이동현 씨 등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 설치한 천막 등이 ‘불법적치물’에 해당한다며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을 실시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였다. 이 자리에는 종로구 건설교통국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경찰관들도 있었다. 김태희 씨는 당시 출동한 경찰 병력이 50여명은 족히 됐을 것이라고 내게 말해줬다.

종로구청.(사진=박순종 기자)
종로구청.(사진=박순종 기자)

탈북민 김 씨 등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1월 오징어잡이 배 선원 2명을 ‘선상(船上) 살인’ 등을 이유로 강제 북송(北送)한 데 대해 강력 항의하며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통일부가 위치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그 주위에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 등을 설치, 노숙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탈북민 천막 철거 당시 종로구청 측 관계자는 국내 모(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천막은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 계고 없이 바로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이 내용은 지난 1월16일 보도된 것이다. 하지만 민노총 산하단체들이 세운 10개동(棟)도 ‘불법’이지 않느냐는 해당 일간지 기자의 질문에 종로구청 측은 말을 바꾸며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는 궁색한 논리를 펼쳤다. 천막 자체보다 피켓과 현수막 등이 문제였다는 설명이었다고 한다.

내가 종로구 측에 민원을 제기한 것은 “천막 자체보다 피켓과 현수막 등이 문제였다면 천막은 왜 철거했나?”하는 문제의식의 발로에서였다. 같은 ‘불법적치물’이라면 모두에게 공정한 행정을 집행했어야 했을 종로구가 편파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당 일간지의 같은 보도에 따르면 탈북민 김 씨 등이 설치한 천막만을 특정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종로구청의 마지막 해명은 ‘새 천막이라서 걷어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다른 불법 천막들은 설치된 지 오래된 것이고 (탈북민들) 천막은 새로 설치된 것이라 추가 설치를 막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씨 등 천막을 설치한 탈북민 측은 “똑같은 불법 천막인데, 새 천막이라서 먼저 걷어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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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4일부터 1월15일 양일 간에 걸쳐 종로구 측이 탈북자 김태희 씨 등이 설치한 천막 등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당시의 광경.(사진=탈북민 김태희 씨 제공)

한편, 정부서울청사 앞에 다시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간 탈북민 김태희 씨는 지난 1월31일 “2, 3일 전부터 매일 종로구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우리 텐트뿐만 아니라 노조 쪽 텐트도 사진을 촬영해 갔다”는 소식도 내게 전해줬다.

일요일인 지난 2일, 현장을 다시 찾은 나는 노조 등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천막들 가운데 일부가 사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민원은 과연 언제 처리가 될까? 나는 여전히 종로구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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