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출입기자단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강권하더니...언론노조-기자협회, 회원사들에 똑같은 압박 공문
집권세력의 단골메뉴 'WHO' 거론 단서는 2015년 표준지침뿐...그러나 WHO도 'China virus' 거명사례 있어
주요 외신들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 지칭 보도 넘쳐
中 공산당 기관지 자매지 영자신문 환구시보조차도 홈페이지 전면에 '우한 폐렴' 명칭 사용
"언론단체들 일본뇌염, 홍콩독감, 스페인독감은 대놓고 쓰더니 中에만 머리 조아려...부끄러운줄 알라"

'중국몽 추종' 논란의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에게 사실상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명칭을 쓰라'고 종용한 데 이어, 언론계 친(親)정부세력이 타 언론사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명칭을 쓰라는 압박성 공문을 내렸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발, 도래한 폐렴 증상 유발 바이러스를 출처불명의 '단순 신종 바이러스'로 지칭하라는 상식 이하의 압력이 집권세력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한 폐렴'이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든 '중국 바이러스'든 외신보도 및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선 별다른 논란 없이 사용되고 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에서조차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 등은 WHO의 2015년 표준지침을 거론하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발(發) 폐렴 유발 바이러스 확산 현상을 정체불명의 단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지칭하라고 회원사들에게 요구했지만, WHO는 China virus로 시작하는 공식 문건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바 있다.  

지난 30일자로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을 비롯해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는 공동명의 공문을 회원 언론사들에게 보내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병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다. 보도 및 방송에서는 공식 병명을 사용해 주시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러면서 집권세력이 '단골메뉴'로 들먹이는 WHO의 2015년 표준지침을 거론했다. 단체들은 "WHO는 2015년 표준 지침을 통해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식품 종류, 문화, 주민·국민, 산업, 직업군 등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면서 "지역명을 넣은 'OO폐렴' 등의 사용은 국가·종교·민족 등 특정 집단을 향한 오해나 억측을 낳고, 혐오 및 인종 차별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과도한 공포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허위 조작 정보의 재인용 보도 및 방송 또는 인권 침해 및 사회적 혐오·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 보도 및 방송을 자제하고, 이를 요구하는 지시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유튜브·소셜미디어를 싸잡아 '허위 조작 정보' '인권 침해' '혐오' 이미지를 들씌우는 보도 간섭 지침을 덧붙였다.

하지만 언론노조 등의 이런 압박엔 입증된 근거가 없다. WHO는 우한발(發) 폐렴 유발 바이러스 확산을 두고는 감염원을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 Novel Coronavirus)로 지칭하고 있을 뿐, 바이러스가 유발한 질병을 어떻게 지칭하라고 특정 국가나 언론에 권고하거나 간섭한 바 없다. 현 집권세력은 5년 전 만들어진 WHO의 일반적인 지침을 들어, 마치 최근 WHO가 '우한 폐렴'을 특정해 명칭 시정권고를 한 것처럼 꾸며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WHO부터도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China virus outbreak shows Asia needs to step up infection preparation(중국 바이러스 발생은 아시아가 감염 대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논평을 낸 바 있는 만큼, 단순 바이러스의 미(未)확정 학명을 고집하라는 기조는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중국발 폐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중인 사회 현상을 어떻게 부를지는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사진=1월30일 유튜브 채널 '지식의칼' 영상 캡처

30일 유튜브 채널 '지식의 칼'에 게재된 영상에서 채널 운영자 이재홍씨는 언론노조 등의 주장을 유력 외신들의 이달 중순~말쯤 보도 등 '증거'로 반박하면서 정권발(發) 보도 간섭·통제 움직임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재홍씨는 CNN, 블룸버그통신,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미국 유명 외신들이 우한 폐렴 또는 감염원을 두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Wuhan Corona virus)' '우한 바이러스(Wuhan virus)' '우한 폐렴(Wuhan pneumonia)' 등 명칭을 최근까지도 연이어 사용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국제정치 전문매체인 포린 폴리시도 '우한 바이러스'라고 수차례 지칭한 것으로 확인됐고 미 의회가 운영하는 자유주의 성향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우한 폐렴'이라 쓴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도 우한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썼다.

또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도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China Corona virus)라는 명칭을 썼다. 영국 유력 언론 BBC,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뉴스위크 역시 우란 폐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칭했다. 독일, 덴마크, 대만, 심지어 프랑스 언론의 중문사이트도 '우한'발 바이러스와 폐렴임을 감추지 않는 명칭을 썼음을 이씨는 증명했다.

사진=1월30일 유튜브 채널 '지식의칼' 영상 캡처

마지막으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영자신문인 환구시보(Global Times)조차 공식 홈페이지 전면에 'Digging deep : Wuhan pneumonia(깊이 파헤친다 : 우한 폐렴)'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관련 보도를 소개하고 있다고 이씨는 소개했다.

실제로 환구시보의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이같은 모습이 확인되며, 환구시보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선 'WuhanCoronavirus'에 해시태그(#)를 달아 검색을 유도한 사례가 있다. 중국 내에서도 쓰고 있는 명칭을 감염확산 피해국가인 한국 내에서 입단속하려 들면서 '인권 침해·혐오 유발' 우려 등을 내세운 언론노조 등의 논거는 확증편향에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1월31일 중국 공산당 관영 영자신문 환구시보(Global Times) 공식 홈페이지 및 공식 트위터 계정 게시물 캡처.

언론노조의 공문을 받아 본 기자협회 회원사 소속 일부 기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31일 A 기자는 펜앤드마이크에 공문 내용을 전하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B 기자는 "한국 언론 단체들, '일본 뇌염'이나 '홍콩 독감', '스페인 독감'은 대놓고 썼지 않나. 중국엔 집단으로 머리를 조아린다"라며 "과연 (언론노조가) 전두환을 깔 자격이 있냐. 엉터리 공문 보내는 걸 부끄러운 줄 알아라. '기레기'들아"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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