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임명한 윤석열의 '살아있는 권력' 비리수사 놓고 임종석 "국민 기대 외면, 객관성-공정성 없다" 적반하장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의혹 열흘 가까이 미뤄와놓고..."소환불응 보도는 사실 아냐, 언론플레이 유감" 주장
검찰 공식입장은 없지만...내부서 "수사 '안 하는' 게 더 정치적, 과연 권력남용은 어느쪽이 하고 있나" 비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지 반년 밖에 되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살아있는 권력' 비리 수사를 두고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독단적으로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공격했다. 울산광역시장 부정선거 개입 의혹으로 차일피일 미뤄오던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에 드디어 응한다고 밝히면서다.

그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 앞서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실'에서 박형철 반(反)부패비서관실과 경찰청을 거쳐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으로까지 하달된 울산시장 선거개입성 수사를 '결재'한 청와대 윗선으로 지목된 상태다. 문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이자 여권 핵심이 권력비리·선거부정 관련 혐의로 소환 직전에까지 비난하자, 검찰 내에선 "청와대가 수사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려 왜곡된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내일(30일) 오전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비공개로 다녀오라는 만류가 있었지만 저는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윤석열 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이어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쫓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을 해서 짜 맞추기를 하고 있다"며, 특히 "윤 총장은 울산지검에서 검찰 스스로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덮어두었던 사건을 갑자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했다"고 그동안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과 정권 핵심부 등에서 내놨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2019년 11월17일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월21일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 정강정책연설 1호 TV연설자로 정치권에 재등장했다. 이때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2018년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의혹으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뒤였다.(사진=YTN보도화면 캡처) 

임 전 비서실장은 "그리고는 (윤 총장 측이) 청와대를 겨냥한 전혀 엉뚱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건들을 덮어두고 거의 전적으로 이 일에만 몰두하며 별건의 별건 수사로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와 경찰청 등을 서슴없이 압수수색하고 20명이 넘는 청와대 직원들을 집요하게 소환했다"며 "과연 무엇이 나오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그는 나아가 "저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검찰총장이 독단적으로 행사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규정한다"며 "그것이 인사에 대한 저항인지 예단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윤 총장은 그 뜻을 이루기는커녕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거듭 윤 총장에게 "그 많던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어떻게 그리 쉽게 외면할 수가 있느냐"고 책망하기도 했다. 이는 '살아있는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잣대도 윤 총장 임명 이후 스스로 바꾼 문 대통령이 사실상 친문(親문재인) 극렬지지층만을 '국민'으로 가리켜 온 언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전 비서실장은 "이번 사건에 매달리는 검찰총장의 태도에서는 최소한의 객관성도, 공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며 "무리한 수사를 넘어 정치개입, 선거개입의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 않은지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고 일방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열흘 가까이 미뤄져온 자신의 검찰 소환 관련, "검찰을 통해 전달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저의 소환불응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반박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였다.

그는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던 이달 21일, 지난해 11월17일 내놨던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 선언을 갑자기 뒤집고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 정강정책방송연설 1호 TV연설자로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임 전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가 수사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려 왜곡된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송병기 전 울산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 등을 통해 청와대 관계자들의 연루 정황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를 이어가는 것보다) 수사를 하지 않는 게 더 정치적"이라며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관계자들을 소환한 걸 문제 삼는 건 초법적 발상"이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다른 검사는 "한달 내내 조사를 미루다가, 자신들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추미애 법무장관을 통해) 대거 좌천시키고 난 뒤에 일제히 조사를 받겠다고 나오는 건 일반 피의자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라며 "과연 권력을 남용하는 게 어느 쪽이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앞서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과 가족을 대상으로 6.13 선거 직전 경찰이 벌였던 수사, 이를 두고 한국당 등에서 고발한 야당탄압(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김태은 부장검사)로 이관해 본격화하는데 1년 넘게 걸린 배경에 관해 '경찰의 비협조' 때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26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울산지검은 지난 3~4월 경찰에서 진행한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로 종결된 뒤 수사를 시작했다"며 "경찰관 등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려 했으나 대부분 이에 불응했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의 단서가 된 첩보의 원천 및 전달과정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10월 말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회신을 받았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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