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김정은, 김경희 통해 위상 높이고 지도력 결집 꾀해”

김정은이 설 당일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네번째)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리설주,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연합뉴스)
김정은이 설 당일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네번째)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리설주,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약 6년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를 통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26일 관영 선전매체의 보도를 통해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과 리설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과 함께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김경희의 공개 활동은 2013년 9월 김정은과 함께 정권 수립 65주년을 기념해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김경희는 같은 해 12월 남편 장성택이 반당반혁명 분자로 처형된 이후 전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부에선 처형설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현재 겪고 있거나 미래에 겪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김경희를 재등판시켰다고 지적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2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경희가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미 강경노선과 추가적인 미사일 시험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에 등장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은 지도력 결집을 꾀하고 있으며 김경희와 같은 오래되고 익숙한 얼굴의 누군가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이러한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 내부에 새로운 인물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려는 김정은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경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정권에 잠재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김경희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고스 국장은 “김경희가 재등장한 주된 이유는 ‘어려운 시기’를 앞두고 김 씨 일가의 통합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김정은이 엘리트 계층의 신임을 잃는 등 자신의 입지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고모 김경희에게 정통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지난 1~2년 동안 너무 많은 실패를 했다”며 “따라서 김정은은 이 정권이 김일성과 김정일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의 북한 분석관을 지낸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이사는 VOA에 최근 북한이 ‘좀 더 전통적인’ 강경노선으로 회귀하는 가운데 김경희가 재등장한 점에 주목했다.

노퍼 선임이사는 “김경희의 재등장은 권력을 공고화하려는 김정은의 노력의 일환”이라며 “김경희의 재등장은 북한주민들에게 가족적 연대와 개인적 복권 가능성과 함께 김정은을 통해서만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한편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고모 김경희를 재등장시킨 것은 정권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김정은이 인사문제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VOA에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 김경희가 김정은의 가까운 자리에 배석한 것을 통해 북한 시스템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김경희가 향후 어떠한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현재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인 위협도 찾아볼 수 없지만 김경희의 재등장은 김정은 정권의 재정당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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