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투어 일본 상품 <안녕, 메이지> 출시 임박
어려운 때일수록 일본 여행으로 새로운 관계 시도
얼어붙은 혹한에 한 줄기 훈풍 기대
경부고속도로 박정희 흔적 지우기 의심
순직자 위령탑 금강휴게소 야산으로 옮겨
우리 사회에 통일 논의 사라지고 공존이 대신
북한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통일 잊어가
통일 국시 사라지면 스스로 멸망 초래

김정산 작가
김정산 작가

오는 3월부터 <펜앤투어>의 야심작인 일본 여행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지금 이런 형국에 일본 여행을 어떻게 하려느냐며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묻는다.

과연 일본 여행, 어렵다.

우선은 비행기 잡기부터 쉽지 않다. 항공편이 턱없이 줄고 그나마도 백제 유적인 ‘난고손(南向村)’이 있는 가고시마 쪽은 아예 불통이 돼버렸다. 한일 양국의 민심도 그만큼 멀어졌을까?

나는 그래서 더 가려고 한다. 그러니까 더 가야 한다. 절반 수준이니까, 아예 불통이니까 어렵지만 한번 해보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일본에게도 기대할 새로운 미래가 있지 않을까?

<펜앤투어>의 일본 여행 상품은 <안녕, 메이지>와 <안녕, 사쿠라>다.

제일 먼저 시작하는 <안녕, 메이지>는 일본의 근대사 과정을 돌아보고 메이지 유신의 현장을 방문하는 3박 4일 상품인데 <펜앤컬쳐>의 김용삼 대기자가 인솔한다. 김 대기자는 지난주에 직접 일본을 발로 뛰어 온천과 호텔을 잡고, 목적지를 따라가며 일일이 음식을 먹어본 뒤 식당을 정했다. 코스와 숙소, 음식의 만족도는 최상 수준이라는 게 일본을 다녀온 선발대의 귀띔이다. 속칭 <가성비>는 국내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고 한다. 찍어온 사진만 봐도 그렇다. 친절과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기대되는 봄날, <사쿠라> 만발한 일본 큐슈 여행이다.

아카마신궁 전경
아카마신궁 전경

부디 이 여행이 잘 되어 진짜 민심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지금의 이 얼어붙은 혹한에 한 줄기 훈풍이 되기를, 최소한 뜻이 같은 사람들만이라도 서로 온기를 나누고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봄부터는 또 지난 12월에 런칭한 <박정희 여행>을 자주 다닐 생각이다. 옥천의 육영수 생가와 구미의 박정희 생가를 거쳐 청년 박정희의 꿈이 잉태된 현장, 그의 하숙집을 꾸며 만든 문경 청운각을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하던 그날 이른 아침, 말쑥한 청년 한 분이 버스에 올라와서 나를 찾았다.

“박지만 회장님이 소문을 듣고 여행객들에게 담요를 선물하고 싶어 하셔서 가지고 왔습니다,”

하긴 엄동의 한복판, 부모님을 뵈러 가는 여행객들이 행여 추울까 봐 걱정하는 아들의 마음은 담요만큼이나 따뜻했다.

그렇지만 박정희 여행은 출발할 때의 작은 미담처럼 훈훈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었다. 리더 박정희의 유적은 국토 곳곳에 있었고, 뒷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그 흔적을 지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금강휴게소 근처 야산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순직자위령탑>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닦다가 목숨을 잃은 77명의 순직자를 기리고 잊지 않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탑, 뒷면에는 순직자의 이름이 빽빽이 적혀 있다. 본래 이 탑은 경부고속도로의 중간 지점인 추풍령 휴게소 근처에 있었다. 그때는 고속도로를 지나가면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그 뒤에 자리를 금강휴게소 부근 야산으로 옮겼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탑. 아니, 찾아가기엔 너무도 위험하고 멀고 어려웠다. 실제로 나는 탑을 보고 내려오다가 가파른 비탈길의 얼어붙은 도로에서 미끄러져 크게 넘어졌다. 이런 게 박정희 지우기라고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이유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일등공신 경부고속도로가 박정희의 업적이라는 걸 지우고 싶은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야산 깊숙한 곳으로 옮겨놓은 위령탑
야산 깊숙한 곳으로 옮겨놓은 위령탑

내가 몰랐던 박정희의 업적은 또 있다. 경주 남산의 통일전, 나는 그 앞에서 내 유년의 불행으로 말미암은 개인적인 원심을 향 하나에 담아 깨끗이 불살랐다. 통일전 전각에 높이 앉은 통일 주역 3인의 존영을 보는 순간 모든 사사로운 구원(舊怨)은 한순간 사라졌다. 확실히 그는 우리 국민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정확히 간파한 명석한 리더였다. 그가 떠난 뒤 40여 년, 국가는 이제 더 이상 통일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요즘의 이데올로기는 공존이다. 공존을 주장하면 결국 스스로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왜 있는가? 통일부 장관을 공존부 장관으로 바꿔야 맞지 않나? 통일부를 그대로 두고 공존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하물며 그 통일부 장관은 남북한 철도 연결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직무를 철저히 배신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여전히 통일을 국시로 삼고 공공연히 통일을 부르짖는다. 이런 비대칭 불균형 기형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학생들의 미래가 나는 자꾸 두렵다. 부산 아시안 게임 때였나? 김정일 초상화가 비에 젖는다며 울음을 터뜨리고 울부짖던 북한 청년들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건 바로 우리, 남북한 양측 가운데 오직 우리만 정신이 무너지고 무장이 해제되었다. 어찌 우리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지 않으랴!

앞으로 정부가 바뀌면 우리 지도자가 다시 통일을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역모의 세월을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 학생들에게 다시 통일 이념을 계승시켜 통일 역군을 길러낼 수 있을까?

통일은 통일이 되기 전엔 항상 국가의 최고 목표, 국정의 최고 가치여야 한다. 통일을 하려면 꾸준히 힘을 기르고, 무력을 보강해야 한다. 치열한 외교전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우방과 협력해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선조들이 이룬 통일의 역사는 말한다. 약육강식의 절대 법칙은 그 어떤 문명사회가 와도 변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역시 강한 자가 전쟁과 평화를 모두 지배하기 마련이다.

이런 명절을 앞둔 때면 아버지는 늘 눈물이 글썽한 채로 말씀하셨다.

“통일을 해야 한다. 알갔네? 니저먹지말라, 통일을 해서리 회령에 있는 너희 할마니를 이남에 반드시 모셔와야 한다.”

그랬기에 나 같은 사람에겐 유전자에도 박힌 글자가 통일이다. 한데 우리 사회엔 지금 통일이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통일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낡은 이데올로기, 촌스러운 양극화 시대의 유물, 꼰대의 흘러간 레퍼토리로 전락해버렸다. 이 노릇을 어찌하는가? 통일이 모순이고 통일부가 모순이면 나처럼 유전자에 통일이란 글자를 박고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모순이 아닌가? 우리는 이 평화(?)로운 공존의 시대와는 점점 더 어울릴 수 없는 부적격자로 전락하는가? 통일의 유전자와 반공의 신념을 가진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통일을 주제로 통일 루트를 따라 <안녕, 신라>를 여행하면서 나는 통일과 번영을 결부시켜 말한 우리 시대의 마지막 리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올해는 그가 우리 국토에 남긴 더 많은 유적과 흔적을 찾아낼 것이다. 그가 그토록 통일정신을 계승시키고자 한 그 옛날의 어린 학생이 바로 지금의 나와 같은 연배가 아니겠는가?

지난 4개월간 <펜앤투어>를 통해 150여 분이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여행은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역사 유적을 찾아다니는 인문학 역사여행이다. 출발할 때 한두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유적지에 가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와 문화,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 우리 세대가 놓친 이야기, 왜곡된 사료, 아이들에게 계승되어야 할 사실 등을 들려주는데, 책이나 사진보다 직접 그 일이 일어난 장소에서 맞닥뜨리는 현장감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다들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룸

 

2월 8일엔 ‘신라의 달밤 대보름 여행’으로 다시 경주, 아니 신라를 찾아간다. 이번 주제는 ‘신년에 생각하는 통일’로 정했다. 무열왕릉과 김유신 장군 묘, 감은사지와 이견대, 문무대왕 수중릉을 돌아보고 여유가 있으면 울산 대왕암공원까지 내려갈 계획이다. 물론 통일전도 간다. 우리가 하룻밤을 묵는 호텔엔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 경주에 오면 묵었던 소박한 룸을 기념관으로 보존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 여행객들에게 한번 공개해 달라고 졸라볼 작정이다. 그리고 만일 운이 좋아서 그날 밤에 신춘의 보름달이 떠오르면, 나는 가만히 달님에게 소원 하나를 빌어보려고 한다. 아버지가 평생 가슴에 안고 산 소원, 돌아가시면서 자식인 내게 고스란히 물려준 바로 그 소원을!

김정산(펜앤투어 대표작가) penntour@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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