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외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자유우파 제로' '중도 놀음' 논란 "잡음"취급?
이석연 前법제처장, 임명장 수여식서 황교안 면전에 "대표 포함 黨에선 공천업무 손 떼달라"
소속당 "좀비"라던 김세연, '당 해체' 취지 재강조..."4년 전 괜찮았던" 경제민주화 향수도 드러내
황교안 "공천 '잡음'없으려면 엄정하고 공정해야"...'黨 손떼라' 발언엔 "공관위 자율처리하도록 할 것"
공관위 활동 돌입 포부로 이인실 前통계청장 "한국경제 기로에 놓였다...경제살리는 공천" 강조
조희진 "검사 땐 정치적 중립 모토였으나, 이젠 자유인...법치주의-자유민주-시장경제 정착할 공천" 역설
공관위 제1차 회의 결과...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모 1월30일~2월5일 중앙당사 통해 접수
20대·탈북민·다문화·유공자 등 심사료-경선비용 전액, 30대·공익제보자·사무처당직자·의원보좌진 반액 면제
부위원장에 이석연, 공정선거 소위원장 최대석, 여론조사 소위원장 이인실 각각 선임
'재야우파 공관위원이 없다' 비판에는 "이기는 공천, 나라 지키는 선거가 중요...공관위 독립성 보장"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의 각오로 4.15 총선에 임한다던 자유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회에 사실상 '중도 코드' 일색으로 위원들을 임명한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23일 위원회 가동 일성으로 "어떠한 잡음과 외부의 압력에도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발언부터 내놨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한국당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공관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관위원들을 인선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두 혁신공천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공정하고 엄정한 공천을 위해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전날(22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의결 때에야 정체를 드러낸 공관위원 8명 인선 관련 "아직도 여당인 줄 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도 놀음 하겠다는 거냐" "(문재인 정권 치하) 지난 3년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을 즐겨왔던 중도층 인사들을 공관위원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고는 정나미가 떨어진다" 등 재야우파에서 비판이 쇄도한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1월23일 오전 국회 본관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단 임명장 수여식을 열기에 앞서 황교안 당대표(왼쪽)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착석하기 전 마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에 공관위원으로 임명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황교안 대표가 동석한 가운데 '후발제인(後發制人, 뒤에 손을 써서 상대방을 제압한다)'이란 한자성어를 소개하며 "공천 업무와 관련해선 대표를 포함해 당에서 손을 떼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계파에 관심도 없고 누군지도 모른다"며 "국민을 감동시키고 국민과 화합적 결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영입 제안을 약 사흘 만에 거절하는 과정에서 주목받은 바 있고, 1년 반 정도 만에 정치권에 재차 등자한 것이다.

신임 공관위원단으로는 비단 친(親)유승민계일뿐만 아니라 좌파적인 경제민주화 신봉자이자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당을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좀비 정당"이라며 당 해체론마저 폈던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3선)도 포함되면서 기존 당 지지층 사이에서의 반발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김세연 의원은 "불과 67일 전에 '수명을 다했기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고 했던 당의 공관위원을 맡는 것이 옳은지 고심했다"면서 "총선 앞두고 한국당의 물리적인 완전한 해체가 실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공관위 직무를 맡아 최선을 다 하는 게 차선책은 되겠다는 차원에서 맡게 됐다"고 당 해체론이라는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 향수'도 드러냈다. 그는 "대단히 존경해왔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한때 괜찮았던 4년 전 보수 정당'이었던 새누리당, 대한민국을 현재 이 모습으로 만든 20대 공천을 거치며 탈당계를 제출했던 그 김형오 전 의장이 백척간두 위기에 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오직 나라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공천 현장에 뛰어드시는데 여러차례 말씀을 주셔서 뜻을 거역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1월23일 오전 국회 본관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단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김세연 의원이 다른 공관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한기호 기자)

황교안 대표는 공개발언에서 "공관위원 인선에 대해 "8명 중 6명이 외부인사고 여성을 4명 모신 것도 고무적"이라며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포진했고 당내외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낸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인간적으로 힘든 일을 강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며 "하지만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을 위한 공천을 해달라"고 했다.

또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하다"며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없으려면 무엇보다 엄정하고 공정해야 한다. 공정한 공천룰과 기준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발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인 벼랑 끝에서 맞서 싸운다는 절대절명의 사명감으로 임해달라"고도 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석연 공관위원의 '당에선 손 떼라' 발언에 관한 질문에 "(공천은) 공관위에서 자율적으로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심재철 원내대표의 경우 임명장 수여식 공개발언에서 "이기는 공천"을 당부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공관위원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인실 전 통계청장,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세연 의원 등이 함께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다른 공관위원들도 공관위 활동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전 청장은 "한국 경제가 기로에 놓여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를 살리는 공천이 되길 희망한다"며 "경제 분야에 대한 생각을 갖고 이기는 공천, 혁신 공천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 여성 검사장' 출신으로 지난 2018년 6월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에서 퇴임한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는 "오랜 기간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중요한 모토로 살아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1년 정도 자유인으로서 민간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고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과제"라며 참여 이유를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권 1·2대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기도 한 인물이나, 한국당 공관위원으로 퇴임 이후 행보를 정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인 (왼쪽부터) 최연우 휴먼에이드포스트 부사장, 박완수 당 사무총장,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석연 법제처장 등이 다른 공관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인 (왼쪽부터) 최연우 휴먼에이드포스트 부사장, 박완수 당 사무총장,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석연 법제처장 등이 다른 공관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0대 여성으로서, 발달장애인 11명을 고용한 '쉬운 말 언론사'를 경영하는 최연우 휴먼에이드포스트 부사장은 "발달장애인과 같이 누구나 알기 쉬운 뉴스를 만들자는 캠페인으로 회사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큰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일자리위원회 민간일자리 분과 전문위원을 맡아온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자신의 소관분야 '전문성'에 입각해 공관위원 활동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공약을 구체화했으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를 돌연 중도 사퇴했던 최대석 이화여대 대외부총장은 공개발언은 아끼는 모습이었다.

한국당 지도부와의 연결고리 격으로 공관위에 합류하게 된 박완수 사무총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함께 총선에서 한국당이 필승할 수 있도록 공천 관리를 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도록 책임감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공관위는 오전 중 제1차 회의 결과 부위원장에 이석연 전 처장을, 최대석 부총장과 이인실 전 청장을 각각 공정선거소위·여론조사소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당일 오후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이 브리핑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1월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한기호 기자) 

공관위는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당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모 일정을 공고하고, 공모 접수는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7일간 한국당 중앙당사 2층에서 받기로 했다.

당비는 내부 기준액의 최근 3개월분 90만원을 납부하도록, 심사료는 100만원을 내도록 의결했다. 다만 공관위는 연령 20대 후보자의 경우 심사료를 전액 면제하고 경선비용을 전액 지원하며, 30대 후보자에 대해선 각각 반액 지원키로 했다.

중증장애인·탈북민·다문화·유공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에 대해서도 심사료·경선비용 전액 지원, 공익제보자·사무처당직자·국회의원보좌진의 경우 반액 지원한다. 공관위는 2차 회의는 오는 27일 오후 국회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기로 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을 만나 '황 대표는 김세연 공관위원 선임 관련 별도 입장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공관위원장에게 전권을 드린다 말씀하시면서 꾸려진 공관위다. 그에 대해 어떠한 말씀도 없으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 대변인은 '재야 자유우파 인사들이 위원단에 너무 없다는 비판이 있다'는 펜앤드마이크 기자의 질문에는 "공관위 인적구성에 대한 평가로 여러 말씀들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공천을 통해 이기는', '나라를 지키는 선거를 하는' 문제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개입하지 않는 것이냐는 취지의 물음에는 "공관위는 전적으로 공관위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것을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의 필수적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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