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청해부대 작전지역 확대 방식으로 '파견지역-임무-기간-예산 변동' 따른 국회비준동의 건너뛰어
한국-새보수-바른미래, 파병결정 자체는 평가...美요청후 '반년간 깜깜이' 국회 패싱 비판
윤상현 외통위원장, 한국당이지만 "국회 동의 없는 파병 2011년, 14년, 15년 때도 있었다" 정부여당 손들어줘
與 안규백 국방위원장, 작년 12월10일 통과시킨 아덴만 파병연장 동의안 근거로 "작전범위 넓힌 적 있다"
親與 강성좌파 정의당은 "군사적 목표 변경 따른 '새로운 파병'인데 국회 동의도 없이...위험하다" 비난

문재인 정부가 이미 아덴만에 파견돼 있던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한시적 확대'하는 식으로, 미국의 요청대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 파병'키로 21일 결정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거듭된 '국회 패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지향하는 범(汎)우파 야당에선 친북(親北)성향 정부가 미국의 파병요청에 사실상 호응한 점을 일단 평가하면서도, 이날 발표까지 파병 여부나 방식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도 함구하고 있었다가 '기습 발표'한 데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파병 문제인데도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우회하는 결정을 정부가 즉각 내린 탓에, "끝모를 일방통행"이자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합참 민군작전부장인 정철재 소장이 1월21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현재 아덴만 일대에 파병된 청해부대를 일부 지역에 확대 파병하는 정부 결정에 관해 보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김성원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과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 프랑스를 비롯한 국가들이 상선 호위작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 또한 2만5000여 명에 이르는 교민의 안전, 원유 수송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호르무즈 파병은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향후 파병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과 상선의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할 것이며, 국가간의 관계 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신속한 판단이 필요함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다만 "파병 결정과정에서 제1야당이 철저히 배제된 점은 유감이며, '파견지역·임무·기간·예산 변동 시 국회 비준동의 절차'에 따른 국회 동의절차에 대한 부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파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보수당도 '국회 패싱'을 문제 삼았다. 권성주 새보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 안전과 선박 자유항해 보장, 한미동맹, 대이란관계 등 민감한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부의 고뇌를 알기에 이번 청해부대 작전지역 확대 결정 자체는 존중한다"고 일단 밝혔다.

권성주 대변인은 "다만 최초 호르무즈 파병 요청이 있었던 것이 작년 7월이었던 만큼 이번 파병 결정까지 논의과정이 결코 짧지 않았고, 첨예한 사안들이 얽혀 있는 만큼 국회 동의를 얻는 절차는 있어야 했고 시간적으로도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 '국회 패싱'의 끝 모를 원웨이(일방통행)에 우려는 분명히 표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연합뉴스

연말연시 집권여당과 예산안-선거법-사법개악법 날치기를 거듭해왔지만 이른바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범(汎)여권의 바른미래당도 이날 국회 비준동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청해부대의 임무 및 작전범위 변경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국회 비준 동의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다만 이란은 우리의 적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현재 이란에 체류 중인 290여명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중동 정세의 진행상황을 고려하며 임무 및 작전범위의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가치는 두말할 것도 없이 '국민의 생명'이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인 박주선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파병할 때는 지역, 기간, 파병군의 신체 안전성 고려해서 하는데, 아덴만 파병 필요성과 호르무즈는 180도 다르다"며 "거기에 편법으로 이미 파견된 병력의 관할구역을 확장하는 것은 위법이다. 그렇게 해도 파병동의안을 국회에서 다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월2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권의 북한 금강산 등 개별관광 추진 강행은 명백한 유엔 대북제재 이탈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월2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권의 북한 금강산 등 개별관광 추진 강행은 명백한 유엔 대북제재 이탈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한국당 소속이지만 이날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 독자 결정을 두고 "유사시 국민보호 책임이 있는 지역에서 행동하는 것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것"이라고 통해 정부·여당 측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윤상현 외통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2011년, 2014년 리비아 파병, 2015년 예멘 파병 때도 국회 동의 없이 한 적이 있었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국회 동의는 없지만 미측 요청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점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전망에 대해선 "(방위비) 실무협상에서 그런 얘기는 전혀 나온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도 "청해부대 파견은 서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동맹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어 분담금 협상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반면 정의당은 친여(親與) 진영임에도 오히려 "파견지역 확대의 본질은 군사적 목표 변경으로, 새로운 파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사실상 새로운 파병을 국회 동의도 없이 '파견지역 확대'라는 애매하고 부정확한 절차를 통해 감행하는 정부의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고 파병 결정 자체를 비난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보다 한발 더 나아간 친북·친중·반미좌파 스탠스의 영향이 있어 보인다.

민주당에선 앞서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이날 오전 국방부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의 독자 파병 결정을 알리면서 "국민의 안전 보장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작전범위 일부를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안규백 위원장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작년말 국회에서 통과된) 파병동의안에 유사시에 작전 범위를 확대시킨다는 법적 근거가 있다"며 "(추가 파병 동의없이 작전범위를 확대시킨) 선례가 7~8차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교민들이 선박에서 감금됐을 때 등 (파병 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힌 적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에 따르면 청해부대의 임무는 '선박의 안전호송과 안전항해 지원(타국 선박 포함)을 통해 국제 해상 안전과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임무에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연합해군사 및 EU(유럽연합)의 해양안보작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도 돼 있다. 파견 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를 기본으로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돼 있어, 정부·여당이 파병 정당화 논리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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