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실세들, 유재수 “억울하다” 한마디에 구명 청탁 벌여
김경수 “참여정부 때 함께 고생...잘 봐달라”
윤건영 “참여정부 출신으로 나와 가까운 관계”
천경득 “청와대가 금융권 잡으려면 유재수 필요하다”
조국 “여기저기서 전화 많이 온다...백원우와 감찰 중단 논의하라”
백원우 “정권 초 비위사실 알려지면 안 된다.사표 받는 선에서 중단하는 게 어떻겠나”
유재수 폰 조사 과정에서 천경득과 금융권 인사 논의한 정황도 발견돼

(좌측부터) 김경수 경남지사,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연합뉴스 등

문재인 정권 실세들이 “청와대가 금융권을 장악하려면 유재수가 필요하다”면서 집단적인 구명 청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김경수 경남 지사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이 동원됐다. 또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 부시장의 비위 감찰 무마에 관여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정권 초기에 비위 배경을 가진 유재수의 혐의가 드러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조국 전 법무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말 김 지사와 윤 전 실장, 천 행정관은 총 495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하기 위해 구명 청탁을 벌였다. 조 전 장관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공소장에는 유 전 부시장이 당시 특감반의 감찰을 받게 되자 친문(親文) 실세들에게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됐는데 갑자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면서 구명을 부탁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이후에는 돌연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으면서 특감반의 감찰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백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실장도 백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는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했다. 천 행정관 역시 이인걸 당시 청와대 특감반장에게 “참여정부에서 근무한 유재수를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에 백 전 비서관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박 전 비서관은 거절했다. 그러자 다시 “유재수의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으나 박 전 비서관은 “감찰을 계속해야 하고 수사의뢰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확실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실제로 박 전 비서관은 이 전 특감반장을 시켜 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다. 이 전 특감반장은 ‘유재수 비위에 대해 감사원 특별조사국 이첩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유재수의 비협조로 감찰이 어렵다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혐의에 상응한 징계 및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이를 받고도 “여기저기서 구명 청탁 전화가 많이 온다며 백 전 비서관과 감찰 건을 상의하라”고 했고 백 전 비서관은 “알아볼 테니 기다려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조 전 장관은 2017년 12월 초순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가 없다”면서 감찰이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이후 박 전 비서관이 이 전 특감반장에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하달하면서 특감반의 감찰이 중단됐다. 유 전 부시장은 한 달 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친 다음 부산시 경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현재는 검찰에 구속 기소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한편 검찰 공소장에는 천 행정관이 유 전 부시장과 금융권 고위직 인사를 수시로 논의한 증거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특감반이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을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천 행정관이 자신의 인사 청탁 혐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은 유 전 국장에 대한 감찰이 경징계로 마무리 될 사안이 아니고, 감찰이 이어질 경우 비위 혐의가 중대해질 상황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찰을 진행하며 사안 실체를 명백히 규명하고 수사의뢰나 관계기관 이첩 등을 통해 유 전 국장에 대한 징계나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공소장에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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