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도 웃도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0여 명 지역 주민들 참석해 김 장관 규탄..."주인 못 알아보는 김현미는 석고대죄하라"
이현영 일산연합회 대표 "지역 비하, 겉과 속이 다른 김현미 장관의 표리부동한 삶과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 것"
"국가와 고양시 위기로 몰아가는 김현미 장관은 즉각 장관직 사퇴하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며 행정부와 정치계 떠날 것 촉구"
김 장관이 보낸 국회의원 의정보고서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집회 지켜보던 일반 시민들도 박수 보내며 응원

일산 주민들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심민현 기자)
일산 주민들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심민현 기자)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소속 3선 국회의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자신의 지역구 일산서구 주민들을 향해 "그동안 동네 물이 나빠졌네"라고 막말을 했다는 펜앤드마이크 단독 보도 이후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산 주민들이 김현미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7일 오전 김현미 장관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이 위치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태영프라자 서관 앞에서 고양 시민단체인 일산연합회 주최로 '국민 우롱하고 지역 비하한 김현미 사퇴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영하 3도를 웃도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김 장관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지역 주민들은 '김현미 사퇴하라', '3기 신도시 OUT' 등의 피켓을 들고 연신 "천박한 권위주의에 취해 주인도 못 알아보는 김현미를 탄핵한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현영 일산연합회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많은 사람 앞에서 반말로 모욕감을 주며 '저리 가, 동네 물 많이 나빠졌네'라고 일산지역을 비하하는 김현미 장관에게 당시 주민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혹여 책임을 다하는 답변을 기대하며 재차 묻게 되었다"며 "그러자 김현미 의원은 더욱더 비아냥거리듯 웃기까지 하며 또다시 주민을 면전에 두고 '그동안 동네 물 많이 나빠졌네'라는 망언을 반복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현영 대표는 "2020년 1월 3일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랑하는 일산서구 주민 여러분'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린 것은 진정성 없는 '악어의 눈물 쇼'였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라며 "눈물을 흘리며 어디에 있든지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겠다더니 겨우 며칠 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역을 비하, 비난했다는 것은 평소 겉과 속이 다른 김현미 장관의 표리부동한 삶과 그의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뿐 아니라 거센 여론의 질타 속에서도 그 어떤 사과나 해명도 하지 않으며 지역구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를 이어가는 김현미 장관은 다시 한번 더 치명적인 망언을 쏟아냈다. '자신을 따라다니며 촬영과 항의를 거듭해 참을 만큼 참다가 순간 대응한 것으로 별도의 해명도 없을 것'이라며 오만의 극치를 보인 것이다"라며 "고양시 지역주민들이 김현미 의원을 참고 기다려준 시간들은 무려 10여 년이나 된다. 10여 년 간 교통확충, 자족시설, 문화예술도시 등에 대한 공약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국민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나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신을 지지하고 기반이 되어 주었던 지역구를 해치는 일에 앞장선 것도 모자라 지역 전체를 비하, 비난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일 것이다"라며 "마치 사랑해서 때린다는 데이트폭행범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이와 같은 오만불손한 태도로 일방적인 행정과 독단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며 국가와 고양시를 위기로 몰아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즉각 장관직을 사퇴하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행정부와 정치계를 떠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 주민들이 김 장관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를 찢은 후 '오수 처리장'이라고 쓰여진 박스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사진=심민현 기자)
일산 주민들이 김 장관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를 찢은 후 '오수 처리장'이라고 쓰여진 박스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사진=심민현 기자)

이 대표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마무리된 후 지역 주민들은 김 장관이 보낸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를 찢으며 '오수 처리장'이라고 쓰인 박스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김 장관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풍자하는 듯 가수 김원준의 히트곡 '쇼'가 울려펴졌다.

이어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은 김 장관 지역구 사무실을 직접 항의 방문했다. 주민들이 사무실로 향하는 와중에 수많은 고양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며 "파이팅"을 외쳤다. 한 시민은 "김현미 때문에 분통 터져 못 살겠다"고 가슴을 쳤다. 이 대표는 김 장관 사무실 관계자에게 "고양시민의 민심을 전달하러 왔다. (김 장관은) 즉각 석고대죄하시고 사퇴해야 한다. 고양시의 물을 더럽히는데 가장 앞장선 당사자가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이) 고양시를 떠나셔야 수질이 좋아진다"며 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저희가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며 사실상 면담을 거절했다. 주민들은 이에 "8년 동안 고양시를 '똥물' 만들어놓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며 "잘못을 했으면 주민들 얼굴을 보고 직접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김현미가 '그동안 동네 물이 나빠졌네'라는 막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분이 풀리지 않아서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며 "김현미가 8년 동안 일산 서구를 위해 제대로 한 일이 무엇인가? 일은커녕 3기 신도시, 행복 주택 등 온갖 '똥'만 뿌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동네 물' 운운하며 주민들을 능멸하는 게 말이 되나?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YTN이 김 장관 막말 관련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향후 항의 방문 등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김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하는 모습을 촬영한 당사자가 마치 태극기 부대인 것처럼 알려져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관련 사실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YTN 라디오 프로그램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소위 작가라는 임경빈 씨는 김 장관의 막말을 일방적으로 옹호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제가 그 영상을 실제로 찾아서 봤다. '일산TV'라는 방송인데, 이게 들어가서 보면 일종의 '태극기 방송', 소위 우익방송"이라며 김 장관으로부터 막말을 들은 주민이 먼저 자극을 해 김 장관이 막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고양=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