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주한美대사 “향후 제재 촉발 오해 피하려면 韓美 워킹그룹 통해서 다뤄야”
“文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론은 고무적이지만 미국과 협의 통해 진행돼야”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같은 속도로 진전되도록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남북이 북미보다 먼저 나갈 수도 있다’는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강경화 장관은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 한미일 양자 회담과 3자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에게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부 관계자는 남북협력이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개별 관광 허가 등 대북 사업 구상에 대해 “제재 촉발할 오해 피하려면 미국과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개선을 위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넓혀가겠다는 문 정권의 구상에 공개적으로 ‘제재’를 거론하면서 분명한 경고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북 개별 관광 추진 등 남북경협 구상에 대해 “관광, 철도, 조사, 지원 사업 등 남북협력 사업을 다루는 한미 실무그룹이 2018년 11월 출범했다”며 “사업구상을 실행할 때 이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제재 위반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남북경협 구상에 대해 미국의 독자 ‘제재’가 가능함을 밝히며 선을 그은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특히 ‘개별 관광’을 예로 들면서 “일반적으로 개별 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여행을 가면서 북한에 갖고 들어가는 일부 물품은 제재 대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후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실무그룹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낫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해리스 대사는 ‘독립된 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될 방북 루트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따. 그는 “관광객들은 어떻게 북한에 도착하느냐. 중국을 거쳐 갈 것인가? DMZ를 지날 것인가? 또 이는 유엔군사령부와 관련 있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개별 관광의 또 다른 문제점도 제기했다.

해리스 대사는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론은 고무적이며 그의 낙관주의는 희망을 만들어내고 이는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해리스 대사는 제재 문제 외에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할 것으로 믿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은 입장을 조정했고 이제 한국측이 입장을 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협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데 있어 대등한 파트너로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12번째 경제 강국 위치에 비춰 한국은 더 할 수 있고 더 해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현재 주한미군 내 한국인 인력 약 9천 명의 급여를 지불하는데 2019년 여유자금이 사용되고 있다”며 “자금 부족에 따른 무급 일시휴가 통지가 조만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정부에 의해 사살된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해서는 “이란은 미국의 근접한 위협이었던 반면 북한은 아니다”며 “양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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