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응원부대 동원-연출 성격 종전보다는 줄었지만 '불편한 질문'에 아전인수-미확인 주장, 언론통제성 발언만 늘어
기자단서 '윤석열에 살아있는 권력 수사 당부했는데' '손발 자르기 인사' '직무 평가해달라' 질문 잇따른 회견
文 "윤석열 검찰, (박근혜 정부)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 신뢰받아...(현 정권에선) 국민 비판받는 수사문화" 이중잣대
추미애 법무 앞세운 '블루북 법칙 무시' 검찰 대학살 지적엔 "인사는 총장이 (장관을) 따라야...과거에 그런 일 있는지 몰랐다"
미북 비핵화협상 교착엔 "대화 모멘텀 찾길"..."남북관계는 우리의 문제" 대북제재 완화 또는 퍼주기사업 강행 시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출입 내·외신 기자단과의 문답을 진행하는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동안 방송 생중계되는 문 대통령의 이른바 '소통' 행사마다 제기돼 온 각본에 따른 연출, 친문(親문재인) 응원부대 동원 의혹이 제기될 요소는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종전보다 상대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탄압 논란,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협상, 부동산 가격 안정화 실패 관련 '불편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됐다. 그러자 앞서 MBC 국민과의대화 등에서 보였던 '자화자찬 일색'의 답변 태도를 다소 바꿔, 아전인수 식 미확인 주장, 대통령의 희망사항 등 발언으로 일관했다.

부동산 거래 옥죄기 대책 등 일부 현안을 두고는 '언론이 정부를 도와주는 보도를 하라'는 식의 간접 '보도 지침'까지 내렸다. 또한 추미애 법무장관을 통한 '윤석열 총장 손발 자르기' 검찰 대학살 인사 관련 질문이 이날 많았는데, 정권발(發) 검찰 무력화 구호인 '검찰개혁' 등을 거듭 앞세우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에도 '검찰개혁과 정치중립, 청와대 권력비리 수사를 결부짓지 말라'는 억지로 대응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월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질의응답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초반부터 '지난해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신뢰받고 있다고 했으나, 이후 항명논란이 불거졌다. 이틀 전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법으로 규정했다. 여전히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을 신뢰하시나'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해당 질문 답변을 시작하면서 "윤석열 총장은..."이라고 말을 흐렸다가, "어제부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 개혁 작업이 끝났다.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검찰은 여전히 중요사건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고 경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는 사건에도 영장 청구권을 갖고 있으며 여러 가지 수사를 지휘·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 검찰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말을 돌렸다.

'무조건 내 편은 약자, 반대편은 강자'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좌익진영 특유의 궤변을 꺼낸 것이다. 그는 "기소권도 여전히 검사에게만 있기 때문에 의무기소가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다. 검찰총장이 앞장서야 수사방향과 문화(개혁)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개혁이라는 과정들이 또 청와대 수사하고 맞물리며 (검찰개혁의 개념이) '권력중립'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검찰개혁은 이전부터 진행해 온 작업이고 청와대에 대한 수사는 그 이후에 끼어든 과정에 불과하다"며 "두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강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을 보고 나무라느냐는 점에 대해선 (검찰 쪽의) 억울함이 있겟지만,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대해선 국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바이고, 그 과정에서 수사권의 절제,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초법적인 권력 권한이 행사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검찰이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고 정권의 일방 주장을 되풀이했다.

'윤 총장 신뢰 여부'에 대한 직접 답변이 없자, 기자단 측에서는 '윤 총장 직무 수행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싶으시냐. 6개월 전 임명장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의미를 당부했다. 개혁 주체로서 입장을 전달했다. 총장으로서 직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시냐'는 질문이 거듭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에 "검찰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과거의 권력에 대해서나 검찰 자신이 관계되는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엄정하게 수사돼야 한다. 공정하게 수사돼야 하는 곳이다. 어떤 사건을 선택적으로 열심히 하고 (다른 사건은) 안 하면 공정성에서 신뢰를 잃는다"면서 "요즘 많은 일들은 검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부터 폈다.

검찰이 지난해 8월 '조국 사태' 이후부터 개시한 정권 권력비리 수사에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발언 뒤에야 문 대통령은 "그 윤 총장은 엄정한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면서도 "그 점에 대해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것에 대해 인식한다. 국민들로부터 비판받는 검찰의 수사문화를 개혁하는 데 앞장선다면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언급을 덧붙였다.

요컨대 '전임 정부 권력 수사는 신뢰 대상, 현 정권 수사는 통제 대상'이라는 이중잣대이자, 검찰의 수사 강도를 떨어뜨리려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수사 개입성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뒤이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사건과 울산에 이목이 집중됐다. 청와대는 관련 내용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는데 대통령도 그 선상에서 보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에 "검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거개입 사건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공약이던 산재 모(母)병원 좌초 의혹 관련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자칭) 이전부터 논의가 됐"던 사업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이후 현 정권의 예타면제 사업으로 되살렸으므로 현 정부 성과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법무부의 검찰 학살 인사 관련 '결과적으로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낸 검찰 고위직 인사라는 시각이 있는데, 법무부와 검찰 양자의 충돌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수사권은 검찰에 있고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되듯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면서 "검찰청법에도 검사 보직에 관한 인사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법무부가 검찰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더라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읽힌다. 추미애 장관이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둔 시점마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인사 초안, 소위 '블루북'을 먼저 전달해온 인사 법칙을 깼다는 비판을 무마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은 그(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서 인사안을 확정하고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무장관이 인사안을 만들어 제시하라면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면서 "인사에 관한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 달라 그러면 그것도 (총장이) 따라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는 것은 인사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블루북' 인사 법칙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그런 일(블루북 전달 관례)이 있는지 몰랐다"며 "이번 일은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는 식의 방식이나 절차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절차가 투명하게 정립되길 바란다"고 했다. 추 장관의 인사 전횡은 용인하고, 관련 논란은 절차 미비 문제로 치부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을 밀어붙였던 배경을 허심탄회하게 말해달라'는 질문도 받았다. 그는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법무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면서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조 전 장관을 두둔했다.

특히 "저는 국민들께도 호소하고 싶다"며 "이제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까지 통과됐으니 이제 조 전 장관은 좀 놓아주고 앞으로 유무죄는 재판 결과에 맡기는, 그분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좀 끝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이 불명예 퇴진 이후로도 반성 없는 태도로 자신과 일가의 비위혐의 등을 '검찰개혁 희생자'로 포장하는 정치개입성 발언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만 입단속을 요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 내외신 기자단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가격 폭등만 유발해 온 정부대책 관련, 미확인된 "전 세계적 유동성 과잉" 속에서 실체가 불분명한 이른바 '투기자본'이 부동산 투기로 쏠렸다는 주장을 폈다. "지금의 대책이 뭔가 실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또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언론에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언론에서 '안 될 거야'라고 하면 그 대책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면서, 정부 대책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앞서 별도로 낸 신년사에서 정부 선전용으로 유리한 지표들만 강조했다는 비판에 관해서는 "아시다시피 우리 경제지표는 늘 긍정적 지표 부정적 지표 혼재한다. 제가 지난번에 신년사이기때문에 보다 긍정적인 지표 많이 말했을 수 있다"면서도 "제가 부정적 지표 말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말한 내용에 대해선 그것이 전부 사실이다"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정치상황 관련 정부·여당과 친여(親與)정당의 '다수의 횡포'로 정치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두고는 '야당 탓'을 반복했다.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가 최근 거론한 여야간 '협치' 관련 질문에 문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지금 국회에서 되기는 쉽지 않다"면서 "남은 과제들이 많은 만큼 더 나은 국회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평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 마무리발언에서도 "아까 협치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사실 우리 정치를 보면 우리의 현실이 어려운 만큼 소통 협치 통합 이런 것이 참으로 절실한데 우리 현실은 너무나 거꾸로 가고 있어서 정말 대통령으로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야당을 거듭 탓했다.

이어 "물론 그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 미루려는 뜻은 없다. 어쨌든 대통령으로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이라고 면피성 언급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국회와도 더 많은 소통을 통해서 협치노력을 해나가고 그것을 통해서 경제를 살려내는 더 강력한 힘을 얻어내겠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여겨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임기가 5달 가까이 남은 지금의 20대 국회와는 협치가 어렵다는 태도를 거듭 보인 것으로, 오는 4.15 총선에서 국회가 여당·친여정당 '절대 다수'로 재편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발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북한 비핵화 관련 미북 협상 교착, 북한 정권의 대남(對南) 비방 관련 질문을 잇따라 받았고, 미북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북한 비핵화를 대한민국의 문제로 여기지 않는 발언도 반복했다. 그러는 한편 북한 비핵화 추이나 북핵에 의한 유엔 대북 경제제재를 무시하는 듯 "남북관계는 우리(민족)의 문제"라며 독자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나 '대북 퍼주기' 논란 사업들을 밀어붙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에서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며 거듭해서 거리를 뒀다.

대일(對日)문제에 관해서는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를 두고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는 한일간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경험한 바 있다"고 공개적으로 부정했으며, 일제 징용공 피해 배상 판결을 이유로 국내 일본기업의 재산 강제 매각 작업이 진행중인 데 대해선 "강제매각 현금화가 이뤄지는 데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본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마련하는) 그런 한일간 대화가 더 속도 있게 촉진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한일관계 해소 책임을 일본에 넘겼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했듯, 문 대통령도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 직접 참석해 아베 총리와 회담할 구상이 있느냐는 일본 매체 기자의 질문에는 "고위급 대표가 참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도쿄올림픽 계기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식이나 단일팀 구성, 2032년 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 구상 이행방안에 더 많은 관심을 둔 발언을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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