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카와 가쓰히사 前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혀
”남북연락사무소 유류반입은 제재 위반" “北, 핵미사일 기술·설비 계속 반입...유류·석탄 거래도 계속돼"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후루카와 가쓰히사 씨는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과 설비를 계속 반입하고 있으며 유류와 석탄 거래 역시 별 어려움 없이 계속되는 등 대북제재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정부가 남북공동연락 사무소에 발전기용 유류를 반입한 것이나 북한으로부터 송이버섯을 받은 것은 모두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소규모 위반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개성공단을 재개할 경우 이는 심각한 제재 위반”이며 “금강산 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나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후루카와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은 VOA에 “전 세계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법 환적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2018년 불법 환적된 정제유가 북한 항구에 최소 263차례 들어갔고, 수입량은 최대 378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미국 측은 집계하고 있으며, 이는 평균 1.5일에 한 번씩 환적이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유엔 제재의 효과에 의문을 갖게 한다”며 “북한의 환적은 확실히 계속되고 있고 외국 회사들과 선박들의 협조 역시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뿐 아니라 핵무기 관련 기술과 설비를 계속 불법 반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핵 프로그램 관련 시설은 유지보수 작업이 필수적인데 북한은 모든 장비와 부품을 자체 조달할 수 없는 만큼 이를 해외에서 정기적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후루카와 전 의원은 “북한이 원자로 등을 여전히 가동 중인데 그러려면 반드시 관련 장비를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대북제재를 피해 무기를 수출입하는 꼼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10년 전만 해도 화물조사로 북한 미사일 적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북한은 이후 미사일 부품이나 원재료를 운속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위법 행위 발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후루카와 전 의원은 “미사일 부품들과 원재료를 쪼개면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에서 정한 금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가령 컴퓨터 회로의 경우 미사일용인지 산업용인지 알 길이 없으며 전 세계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가려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루카와 전 의원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허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2017년 12월 채택된 2397호는 모든 종류의 산업 장비와 강철 등의 북한 반입을 금지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지난해 8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정기적으로 위성항법시스템인 GPS나 글로나스(GLONASS)의 센서를 정기적으로 취득해왔고 지상간 통신장비와 고고도에서 작동하는 미사일,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 혼합 장비도 구입했다”며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정황을 목격하면서도 반드시 중단시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제재 해제 없이 한국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없다”며 “한국정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발전기용 유류를 반입한 것이나 북한으로부터 송이버섯을 받은 것은 모두 제재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소규모 위반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또한 유엔 안보리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개성공단을 재개할 경우 이는 심각한 제재 위반이며, 한국정부는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대북제제에 대한 일부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관광이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사실이나 미국의 독자 경제 제재가 북한 관광에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을 겨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 국회의원들은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과 미국 제재는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미국 제재가 더 광범위하다”며 “따라서 미국정부의 승인 없이 한국 기업들은 북한과 관광 협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만으로는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의 충분한 전제조건이 되지 못한다”며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시설의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핵실험장을 폭파했지만 얼마나 파괴됐는지 알 수 없고, 솔직히 터널이야 다시 파면된다”고 지적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중국 은행들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매우 민감하다”며 “그러나 미국의 이런 제재는 달러 거래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으며, 북중 거래가 다른 외화로 이뤄질 경우 미국의 규제 시스템에 잡히기 어려다. 따라서 미국의 독자 제재는 효율적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대북제재 위반의 대부분의 책임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있다”면서도 “두 나라가 불법 행위를 할 때 전 세계에 있는 북한의 조력자들 즉 밀수업자들이 이에 협력한다”고 말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일본, 한국, 타이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기반을 둔 이들 기업과 개인들의 활동은 실질적으로 중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예를 들어,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여러 나라에 수출됐고, 많은 나라에 있는 북한의 무역 파트너들은 여전히 북한과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재 회피를 돕는다. 또한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는 여전히 대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유독 북한 노동자와 북한산 해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북한의 조력자들은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북한과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전 세계 밀수업자들이 북한과 협조해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 관련 장비, 그리고 사치품을 북한에 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핵무기 관련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엇이든 밀수하는 자들이라는 설명이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도 대북제재 위반 조사를 방해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점점 비효율적으로 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 한국은 서로 연합해 독자제재를 내놔야 한다”며 “이는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가 되겠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에 별 열의가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미국의 지도력 부재가 유엔 제재의 전반적인 약화에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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