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권 판사 “범죄 소명 충분치 않아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 부족하다”
檢 “납득하기 어렵다”...“이 사건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훼손한 질 나쁜 범죄”
영장 기각으로 사건에 관련된 임종석-한병도 등 여권 실세들 조사에 제동
한편 명재권 판사 친여 인사들 범죄에 관대한 처분 내려 시민들 분노 사기도...비판 확산될 듯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연합뉴스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영장이 31일 기각됐다. 그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 김기현 전 시장의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한 인물이다. 또한 송철호 시장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청와대 인사들과 공모해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지난달 26일 사건에 착수한 뒤 한 달여 만에 청구한 검찰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관련자로 지목되는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명재권(52·사법연수원 27기)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송 부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오후 11시 53분쯤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공무원 범죄로서의 이 사건 주요범죄 성격, 사건 당시 피의자의 공무원 신분 보유 여부, 피의자와 해당 공무원의 주요범죄 공모에 관한 소명 정도, 다른 주요 관련자에 대한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 사건은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하여 사안이 매우 중한 점, 일부 범죄만으로도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례가 다수 있는 점, 이 사건 중 일부 범행은 영장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인정한 점,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이 범행 은폐를 위한 말맞추기를 시도한 점 등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 진실을 규명해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송 부시장 측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혐의를 다 부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혐의를 인정하지도 않지만 만약 했다고 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따져볼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직선거법 268조 1항은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6개월로 규정하고 있기에 송 부시장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것은 사람을 처벌할 필요성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난 것을 가지고 사람을 구속시킨다고 하니 법률가로서는 '이럴 수 있는가'하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검찰의 입장은 달랐다. 송 부시장의 범죄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아직 남았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268조 3항은 관권선거 등 공무원이 직무를 이용해 선거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소시효를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관계자는 “관권선거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한다는 게 법문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등과 야합해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문해주(52)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이른바 ‘김기현 첩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경찰청은 이를 통해 3개월간 내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3월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강제수사를 전개했다. 이 때문에 여론 악화를 맞은 김 전 시장은 낙선했고 송 시장이 당선됐다. 8개월 뒤 경찰은 해당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또한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만나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한 전략을 논의한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송 시장의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선거에 나선 송 시장의 유세를 도우며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영장을 기각한 명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명 부장판사는 친(親) 여권 인사들이 범죄에 관련된 경우 비일반적인 기각 사유를 밝히며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는 9월 11일 조국 전 법무 장관 일가(一家)가 주도한 사모펀드 비리의 관련자 이상훈(40)씨와 최태식(54)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한 10월 9일에는 조 전 장관 동생 조권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웅동학원 불법 채권 소송과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조씨는 심지어 영장 심사를 포기하기까지 한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명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있는 것 자체가 ‘사법농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그의 자진사퇴 청원을 게시한 상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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