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와 어떻게 접촉할지 안다”
“미북 정상의 합의사항 실천 목표에 있어 데드라인은 없다”
“북한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한다...일을 할 때고 일을 마무리 짓자”
15개월 만에 文대통령 단독 예방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열린 약식 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열린 약식 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對北)정책특별대표 겸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16일 북한에 만남을 공식 제안했다.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협상의 실질적 권한을 위임받은 ‘키맨’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후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기(서울)에 있고 당신(북한)들은 우리와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며 북한에 회동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지난 15일 2박 3일 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지난 8월 말 이후 4개월 만이고,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후로는 처음이다. 이번 방한에는 앨리스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동행했다. 그는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워싱턴 공항 출국장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며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고 일본 NHK가 15일 보도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고 일을 마무리짓자”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이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 요청에 답하지 않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회동을 공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17일 오후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판문점 등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그의 제안에 어떻게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능력이 있다”며 “그러나 미국 혼자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에 대해선 “미국은 미북 정상의 합의사항을 실천한다는 목표에 있어 데드라인(시한)이 없다”며 “우리가 기대한 만큼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연말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비건 대표는 “우리에게는 미북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이뤄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고 이야기해왔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성명에 대해서는 “매우 적대적이며 부정적이고 불필요하다”며 “북한 관리들도 이런 성명이 미국과 북한이 그간 가져온 논의의 정신이나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팀은 북측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양측의 목표에 부합하는 균형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창의적이로 유연성 있는 해법들을 제안한 바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무력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에 대해서 “이날이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날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착은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라며 “한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책을 위해 놀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는 미국의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을 강조했다”며 “외교와 대화로 북한의 모든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나가리로 했다”고 했다. 이어 “(한미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도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오전 11시부터 35분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단독 예방했다. 비건 대표의 문 대통령 단독 예방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청와대 한정우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비건 대표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건 대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 접견 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을 했다. 이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오후 늦게 외교부에서 비건 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지명을 축하하는 리셉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