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패싱, 국민이 모르는 선거법' 이전투구 점입가경...사실상 '비례의석 독식' 의지 드러낸 군소정당들
바른미래 당권파-정의-민평 등 전날 4+1야합 선거법 잠정합의안 깨고 "대기업이 단가 후려치듯..." 與 공격
"50석 중 20석 연동률 캡(cap) 씌우자"는 민주당, 기존 비례대표제 적용 의석 최소 20석 남기자는 입장
與측 4+1 실무협상자 윤호중, "(전부 연동제 하면) 병립형 비례대표제 근본적 위협" "석패율제 우린 없앤다"

제1야당 교섭단체와의 정식 협상, '입법 수문장' 격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모두 건너뛰고 '국민이 모르는 선거법'을 본회의에 회부해둔 채, 해당 선거법 수정안 '밀실 논의'를 이어온 정치세력간 밥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자칭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에 참여한 군소정당들이 14일 다수 의석을 앞세워 '패스트트랙 야합'으로 본회의에 부의시켜 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법 개정안 협상 중 이견을 드러낸 민주당을 거듭 압박했다. 민주당은 4+1 내에서 협의한 비례대표 50석(지역구 250석) 모두에 정당득표율 50% 연동을 적용하면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 제도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다며, 50석 중 적어도 20석은 병립형 비례대표 의석으로 남기자고 요구한 바 있다. 

정당득표율을 정해진 비례대표 의원 정수(현행 47석)에 적용해 의석을 배분하는 게 현행 병립형 제도이고, 군소정당들이 요구하는 연동형은 전체 의원 정수(현행 300석)에 정당득표율을 곱한 수치에 기반해 의석 수를 산출하는 방안이다. 후자는 특히 지역구 당선자 숫자가 50% 연동률을 적용해 산출한 의석 수에 근접하거나 많을 수 있는 거대양당이 비례 의석을 얻지 못하고, 지역구 당선자를 내지 못한 군소정당들이 사실상 비례 의석을 독점할 공산이 큰 제도다.

정의당 중앙청년학생위원회, 민주평화당 청년위원회, 청년 민중당, 청년 녹색당, 미래당, 선거개혁청년청소년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당원들이 12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안한 선거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안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중앙청년학생위원회, 민주평화당 청년위원회, 청년 민중당, 청년 녹색당, 미래당, 선거개혁청년청소년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당원들이 12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안한 선거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안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군소정당들은 민주당에게 병립형 비례대표제 자체를 포기하라는 취지로 압박하고 있다.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강령' 등으로 해산된 구(舊)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민중당(1석)도 여당 압박에 공조하는 모양새다.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와 민평당 서진희 전국청년위원장을 비롯해 미래당·녹색당·민중당 관계자들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캡같은 소리하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원안 통과에 앞장서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누더기 선거제도 안이 아닌 개혁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민주당은 더이상 '연동형 캡(cap·연동률 적용대상 비례 의석 수 제한)'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이 뽑은 대로 결과가 나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정치권의 과업"이라면서 "민주당은 연동형 의석의 상한선을 주장하며 이 기회를 밀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이 '4+1' 공조 체제가 아닌 '4<1'(민주당 1개 정당이 4개 야당을 끌고 가는) 몽니 체제를 만들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원안 후퇴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책망했다. 그러면서 "자기 밥그릇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라 개혁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월12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이른바 '선거제 개혁안 본회의 상정 및 후퇴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대표.(사진=연합뉴스)
지난 12월12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이른바 '선거제 개혁안 본회의 상정 및 후퇴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날 각당 공식 논평으로도 민주당에 대한 압박 메시지가 잇따랐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지도부'는 최도자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선거제 개혁은 민심 그대로를 선거에 반영하기 위한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자 제20대 국회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며 관철 의지를 드러냈다.

정의당은 유상진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이 선거법) 원안(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연동률 캡 없음)의 취지에서 자꾸만 벗어나는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며 "(선거법 협상은) 소수당을 압박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유상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를 후려치듯 해선 안 된다. 윽박지르듯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민주당이 조금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나와야 한다"고 종용했다.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인 박주현 의원의 12월14일자 페이스북 글 캡처.

호남 지역구 의원들 중심의 민평당도 박주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거법을 둘러싼 마지막 샅바싸움이 진행 중"이라며 "선거법은 표의 등가성을 높인다는 연동형이 가장 핵심이다. 그 명분이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가 돼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평화당의 확고한 입장은 협상 내내 일관되게 연동형을 100%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최소한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연동형에서 후퇴하거나 캡을 씌우는 것은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날(13일)에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평당 대표는 당일 점심 무렵 정의당이 빠진 채 4+1 실무협상자들이 도출한 선거법 잠정합의안 관련 별도 회동을 가진 뒤 "사실상 연동률이 30%가 된다"(심상정) "100% 연동제가 50% 준연동제로 찌그러졌다. 이것을 또 '3분의1' 연동제로 하자는 것을 받을 수가 없다"(정동영) 등 공개 거부한 바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하는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사실상 '중국-북한식 독재기구 설치' '마무리 검찰장악' 법안 처리를 원하는 민주당은, 군소정당과의 '원내 과반 의석 야합'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법 우선처리 등을 약속하고 마찰음을 최소화해왔지만 더 이상 균열상을 감추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올린 선거법 개정안 원안에 담긴 연동률 50%를 하향 조정하거나 연동률을 적용받는 비례대표 의석 수를 50석에서 20~30석으로 줄여야(연동률 캡을 씌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지난 12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칭 '4+1 협의체'의 선거법 잠정 합의 불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인 윤호중 의원이 지난 12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사무총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칭 '4+1 협의체'의 선거법 잠정 합의 불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1 민주당 측 실무협상자인 윤호중 사무총장은 같은날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군소 3당 대표의 공개 반발 논리를 "(비례 의석 전부에 연동률을 적용하면) 병립형 제도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게 되니, 우리가 병립형 제도를 최소한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도를 보장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게 (잠정 합의안의) 출발이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근본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나아가 "어렵게 만들어진 잠정 합의안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속한 시일 안에 4+1협의체에 참여하는 정당들이 선거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합의해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는 '협상을 위해 연동률 적용 비례대표 의석을 (현재까지 제안한 30석에서) 늘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줄이면 줄였지 올리긴 어렵다"며 ""제가 협상을 하는 한에서는 (잠정 합의안의 내용이) 최대한인 것 같다. 너무 최대치를 줬다고 오히려 당에서 불만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윤 사무총장은 군소정당들이 요구한 석패율제(지역구 선거에서 아쉽게 패배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에 대해서도 "원안의 정신에서 벗어났다"며 "저희는 없앤다"고 못박았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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